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은 중장기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보다는 아프리카 상황 변화에 따른 수동적인 접근을 하여 왔다. 9·11 테러 이후의 아프리카 사령부 출범(AFRICOM),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전방위적인 자원 개발에 대한 경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아프리카에 대해 강도 높은 접근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은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방법으로 아프리카 정상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정상 회담 일자, 장소, 초정 정상의 리스트 등이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것은 미국의 아프리카 관계사에서 아주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적으로 미국의 아프리카 관심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식민주의 운동과 독립 이후의 냉전 체제에서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자유 진영 보호 및 확산이었다.
특히 9·11테러 이후에는 중동의 테러 집단을 겨냥한 군사 안보를 중심으로 협력이 이루어져 왔다. 비록 미국이 아프리카 경제 성장법(AGOA)를 통해서 아프리카와 경제적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 규모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 비교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특히 미국이 아프리카로부터 들여오는 품목의 대부분은 원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 아프리카를 방문하여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물론 오바마의 아프리카 접근은 역대 대통령과 유사하게 민주주의, 굿거버넌스, 정부의 투명성, 시민 사회, 시민 자유의 신장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3월 28일, 오바마는 민주주의적으로 통치를 잘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판단한 베냉의 야이(Boni Yayi) 대통령, 기니의 꽁데(Alpha Condé) 등 4명의 아프리카 대통령을 초청한 바 있다. 같은 해 4월 시에라리온의 코로마(Ernest Bai Koroma), 말라위의 반다(Joyce Banda), 세네갈의 샬(Macky Sall) 그리고 카브-베르데의 네베스(José Maria Pereira Neves) 정상들을 초청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들을 살펴볼 때, 2014년에 대대적인 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크게 잃은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에서 확실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정부가 투자 보장을 담보해 주어도 리스크가 있는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미국은 한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일본처럼 아프리카 정상급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적인 포럼을 개최하지 않았다. 따라서 2014년 예정된 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는 민주주의의 척도와 상관없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거 초정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아프리카 사령부가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아프리카 정치·군사적인 전략은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우회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2014년으로 예정된 미국에서의 아프리카 정상회담은-그 규모나 방향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지만-한국, 중국, 인도, 일본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제포럼의 방향과 목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