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매년 7월 14일이면 2.6㎞ 긴 샹젤리제의 평온한 거리는 마치 군사 박물관을 연상케 할 만큼 다양한 병과의 프랑스 군인들의 화려하고 정제된 퍼레이드를 펼쳐진다. 필자도 유학시절 몇 차례 군사 퍼레이드를 구경하였지만 볼수록 장관이었고 프랑스인들의 환호는 대단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군사 퍼레이드에서는 말리 사태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성공과 프랑스의 역할 위상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서 60명의 말리 군과 13개국에서 국제연합군으로 참여한(Misma) 아프리카 군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7월 1일부터 말리의 평화유지를 위해 파견된 50여 명의 유엔군(Minusma)이 뒤를 이었다. 특히 프랑스는 60명으로 구성된 말리 군을 프랑스 군과 함께 나란히 퍼레이드에 참여시킴으로써 탈냉전 이후 그리고 코트디부아르 사건 이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주춤해졌던 프랑스의 영향력을 회복한 것 같은 강한 인상을 주었다. 말리에는 아직도 3,200명의 프랑스 군이 말리 정부 구성과 정국 안정화를 위해 파견되어 있다.
콩코르드 광장에 설치된 사열대에는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반기문 UN 사무총장, 트라오레, 말리의 과도기 정부 대통령 뎀벨레(Ibrahima Dahirou Dembélé) 및 아프리카에서 온 13명의 국방부 장관들이 참석하였다.
아프리카군의 프랑스 혁명 기념의 참여는 아프리카 독립 50주년 기념하기 위해서 2010년 사르코지 정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당시 아프리카에 관련된 기념행사가 구 식민종주국 프랑스에서 시행된다는 것에 대한 적지 않은 국내외적 비판이 있었다는 점에서 성공적-프랑스 입장에서-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코트디부아의 그바보그 정부는 노골적으로 왜 아프리카가 프랑스가 주최하는 아프리카 독립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야하는 지 모르겠다며, 군사퍼레이드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단지 군 사령관만을 식장에 참여시켰다.
그러나 이번 아프리카 군인들의 7월 14일 퍼레이드는 여러 가지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첫째, 프랑스는 구 식민지와의 관계를 의미하는 프랑사프리크(Fançafrique)를 포기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에 프랑스군의 위용을 통해서 아프리카에 영향을 미치려는 올랑드 신정부의 꼼수라는 지적이 있다. 둘째, 이러한 결정이 프랑스 국민 모두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군사 퍼레이드는 말리에서 프랑스군이 저질은 비인륜적인 범죄를 감추려는 속내라고 비난하고 있다. 셋째는 아프리카 내전에 대한 프랑스의 개입을 국제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신제국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말리 북부사태에 대해서 올랑드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아프리카 평화를 위해서 프랑스 군이 개입 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올랑드가 집권 이후 프랑스의 가장 중대한 경제 회복과 실업자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말리 개입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은 프랑스의 대 아프리카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한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 차드, 토고, 중앙아프리카, 콩고, 가봉, 부르키나파소, 지부티, 카메룬 같은 비민주주의 국가들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민주화에 대한 프랑스의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