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그레이 분쟁 발생의 정치적, 역사적 배경 ③

2019년 민족주의, 민족주의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아비 아흐메드 총리는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thiopian People’s Revolutionary Democratic Front : EPRDF)의 민족 및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과 여러 야당을 통합해 새로운 번영당(Prosperity Party : PP)을 창당했다. 그러나 일당 지배체제를 통해 27년간 에티오피아 정계를 지배해온 티그레이 인민해방전선(Tigray People’s Liberation Front : TPLF)이 신당 가입을 거부했다. TPLF는 2020년 8월 29일로 예정된 총선이 코로나19로 2021년으로 연기됨에 따라 아비 아흐메드 총리가 불법 통치자라고 주장했다. 데브레시온 게브레미차엘(Debretsion Gebremichael) 의장이 이끄는 TPLF는 당시 티그레이 선거가 불법이라고 선언한 연방 정부의 주장을 무시하고 2020년 9월 티그레이에서 지방 선거를 강행했다.

 

2020년 11월 3일 티그레이 보안군이 티그레이 지역에 있는 에티오피아 방위군(Ethiopian National Defense Force : ENDF) 북부 사령부 기지와 본부를 공격하면서 티그레이와 연방 정부 간 전투가 시작되었다. ENDF는 티그레이에서 반격을 가했고, 아비 총리는 이를 ‘법 집행 작전(law enforcement operations)’이라고 주장했다. 11월 28일, 연방 정부 군은 티그레이 지역의 수도인 메켈레(Mekelle)를 점령했고, 아비 총리는 티그레이 작전이 종료되었다고 선언했다. 티그레이는 11월 말 ‘침략자’를 몰아낼 때까지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고, 2021년 6월 28일 티그레이 방위군(Tigray Defence Forces : TDF)은 메켈레를 탈환하고 7월 암하라와 아파르 지역으로 진격했다. 2021년 11월 초, TDF는 오로모 해방군(Oromo Liberation Army : OLA)과 함께 티그레이 주 남쪽의 아디스아바바 방면 고속도로의 여러 마을을 장악했으며, TPLF는 아디스아바바를 향해 진군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TPLF와 OLA는 7개의 소규모 반군 단체와 함께 무력이나 협상을 통해 아비 정부를 해체하고 과도정부를 만들기로 연합하였다.

 

1991년 에티오피아 내전이 끝난 후, 에티오피아는 티그레이 인민해방전선(TPLF)이 지배하는 4개 민족주의 정당 연합인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이 정치를 주도했다. EPRDF의 설립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정당은 TPLF로 EPRDF 의장은 2012년 사망할 때까지 에티오피아의 총리를 지낸 멜레스 제나위였다. 그의 뒤를 이어 남부 에티오피아 인민민주운동(Southern Ethiopian Peoples Democratic Movement : SEPDM)의 대표인 하일레마리암 데살렌(Hailemariam Desalegn) 부총리가 뒤를 이었다.

 

2018년 2월 15일, 총리 하일레마리암은 27년간의 탄압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으로 인해 EPRDF 의장직을 사임하였다. 2018년 3월 28일 비공개로 실시된 선거에서 암하라 민족민주운동(Amhara National Democratic Movement : ANDM), 오로모 인민민주기구(Oromo Peoples’ Democratic Organisation : OPDO), SEPDM의 집행위원들은 시페라우 시구투(Shiferaw Shigute)수가 당선되기를 희망했던 TPLF를 무시하고 OPDO의 아비 아흐메드 당수에게 투표했다. 2018년 4월 2일 에티오피아 의회는 아비 아흐메드를 총리로 선출했다.

 

2019년 12월 1일, 아비 아흐메드 총리는 에티오피아를 28년 동안 통치했던 EPRDF의 민족 및 지역 기반 정당과 몇몇 야당을 새로운 번영당(PP)으로 통합했다. 에티오피아 정계를 장악하고 있던 TPLF는 입당을 거부했다.

 

TPLF는 2019년 번영당(PP)과의 합당을 거부하기 전까지 에티오피아 집권 여당의 중요한 정당이었다. 2020년 11월 티그레이 군사 개입이 있기 몇 달 전부터 연방 정부와 티그레이 지방정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었다.

 

2020년 3월 에티오피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National Election Board of Ethiopia : NEBE)는 2020년 8월 29일로 예정된 총선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연기하였다. 연방 및 지역 의회와 행정부 임기는 2020년 10월 헌법 명령 이후 연방 의회에 의해 연장되었다. TPLF는 연방 정부의 결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무시하고 2020년 9월 9일 지방 선거를 실시했다. 티그레이의 지방 선거를 취재하려는 몇몇 기자들은 연방 정부에 의해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제지 당했다. 아비 정부는 티그레이 선거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이 지역에 대한 연방 자금 삭감으로 대응했으며, 이에 대해 TPLF는 전쟁을 선포한 것과 같은 의미라고 주장했다.

 

2020년 9월 말, TPLF는 연방 의회(House of Federation), 인민대표대회(House of Peoples’ Representatives : HoPR), 총리, 각료회의 헌법상 임기 제한이 2020년 10월 5일이며, 이러한 이유로 10월 5일 이후 활동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TPLF는 에티오피아 연방군 연합(Coalition of Ethiopian Federalist Forces)이 페이스북에 올린 세부 계획대로 정부를 기술적 과도정부(technocratic caretaker government)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아비 아흐메드와 티그레이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Isaias Afwerki) 에리트레아 대통령 사이의 관계도 연방 정부와 티그레인 사이의 긴장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메스핀 하고스(Mesfin Hagos) 전 에리트레아 국방부 장관은 에티오피아 연방 정부의 정예부대가 TPLF를 타파하기 위한 계획으로 아스마라(Asmara) 인근의 게르헤라(Gherghera) 기지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2020년 10월 말 에티오피아 화해위원회(Ethiopian Reconciliation Commission)는 연방 정부와 지방정부, TPLF를 중재하려고 노력했지만, 당사자들이 제시한 전제조건이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TPLF 반대자들은 TPLF를 에티오피아의 중무장한 민족주의 준군사조직, 테러조직, 정당, 전집권여당의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묘사했다. 긴장이 계속되자 2020년 10월 아비 총리가 임명한 준장이 티그레이 정부에 의해 직을 맡지 못하게 됐다. 티그레이 북부군 사령부가 공격하기 전날 에티오피아 연방 의회는 TPLF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