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잘못된 정치 문화

   에티오피아의 집권당인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은 자신의 영속과 국가의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정부를 장악해 왔다. 집권당은 공직자와 정치적으로 임명된 자들의 도덕적 무장을 위한 개혁들을 제안해 왔다. 일부 개혁안은 실행에 옮겨지기도 했다. 에티오피아 사회에서 이러한 개혁들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신성모독으로 여겨진다. 이들 개혁은 숙청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이로 인해 철창신세를 지는 관리들도 적지 않다. 그들의 죄목은 대개 공금 횡령이다.

   대다수의 국민이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경우,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관리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200억 비르가 국가 회계 장부에서 누락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도 세금 관리 인력의 절대부족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약 50명이 체포되었다. 집권당은 이 사건과 관련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인 국민은 집권당의 발뺌에 익숙해져 있는 터라, 이러한 변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지난 20여 년간 에티오피아 정부의 각종 정책은 그다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정당 구조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정당 구조는 일당 독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집권당의 핵심 세력은 티그레이 인민해방전선(TPLF)이다. 집권당은 대중 매체를 검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타 위헌 행위도 일삼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의 정치적 권리는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실을 피부로 쉽게 느낄 것이다.

   다른 한편, 야당이 아주 허약하다는 사실은 정당 간 협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집권당 구성원들은 이데올로기적 도전을 거의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국가와 법규 위에 존재한다는 믿음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그들은 오로지 당을 위해서만 봉사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당내에서 강력한 권력을 지닌 핵심 인물들에게는 대단한 충성심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관리와 민간 기업 근로자들이 법규를 어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국민이 집권당의 영속적 집권 야망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에티오피아의 잘못된 정치 문화가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6년 10월 초부터 2017년 8월 초까지 지속된 국가 비상사태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상사태는 여러 형태의 비극을 낳았다. 집권당은 자신의 존속, 나아가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집권당은 대다수의 국민이 여전히 빈곤선 아래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의 파고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이때, 에티오피아 사회가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의 자기 성찰과 헌신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