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설병수 HK연구교수

사법처리 과정에서 국가의 공정성

17Au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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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티오피아에서는 정치권의 다원성이 뒷걸음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유명한 음악가이자 정치 운동가인 하찰루(Hachalu Hundessa) 암살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에는 폭력 사태가 잇달아 발생했다. 그 암살 사건뿐만 아니라 그 후의 폭력 사태도 어처구니없는 행위였다. 그 폭력 사태로 인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자와르(Jawar Mohammed), 베켈레(Bekele Girba), 에스킨더(Eskinder Nega) 등의 정치인을 포함하여 수천 명이 체포되었다. 수억 비르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고, 수많은 시민은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에티오피아 정치사의 또 다른 비극이었다.

   여당과 야당 모두는 그 암살 사건은 파괴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자와르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을 구금했다. 국가의 선전 기관은 하찰루 암살 사건을 오로미아 지역주(Oromia Regional State)에서 발생한 폭동 탓이라고 전가했다. 연방 검찰청과 연방 경찰만이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여당과 정부 관리들 역시 비난의 대상이다. 하찰루 암살 사건과 그 후의 폭력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가 자원은 개인과 집단을 국가와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는 데 이용되었다. 무죄 추정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한동안 인터넷을 차단하고, 이 사건들에 대해 대안적 내러티브를 보여주고자 했던 민영 미디어와 국영 미디어를 폐쇄했다. 이를 통해 국가는 정보를 독점했다. 아비(Abiy Ahmed) 총리는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 만평은 하찰루 암살 사건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에서, 국가가 공정성을 상실했음을 웅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만평 출처: https://addisfortune.news/in-fight-to-win-narrative-state-needs-to-remain-impartial/

COVID-19, 에티오피아의 경제 위기에 기름을 붓다

17Aug/20

   아비(Abiy Ahmed) 총리 주변의 경제 자문가들은 에티오피아가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거시 경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올해 경제 지표들은 그리 고무적이지 않다. 에티오피아가 세계적 유행병(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표기)과 정치적 격변으로 휘청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들의 전망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들의 낙관론과 달리, 에티오피아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계층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식량을 확보하고 영양을 섭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활기찬 도시인 아디스아바바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가쇼우 등(Gashaw T. Abate et al.)이 60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소득 감소와 이에 따른 식량 확보의 어려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5월과 6월 사이에 조사된 가구 중 67%는 소득이 낮거나 평소보다 낮다고 응답했다. 소득 감소 현상은 부유한 가구보다 가난한 가구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가난한 가구 중 4분의 3은 소득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저금을 까먹고 있는 동안, 절반 이상의 가구는 식품 소비를 줄였다고 보고했다. 이들 가구 중 68%는 30일간의 식품비를 감당할 만한 저금이 없었다. 이들 가구는 에티오피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2월에 이미 과일 소비에서 22%의 감소를 경험했다. 5월에는 육류와 유제품 소비에서 각각 31%와 11%의 감소를 경험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에티오피아 경제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데 충분한 지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2020년 2월과 6월 사이에 850만 명이 식량 부족을 경험했다. 이들 중 600만 명은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식량을 시장에 의존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높은 식량 가격으로 고통을 받았다. 올해 3월 인플레이션은 거의 27%에 달했다. 게다가 사막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또 다른 100만 명은 식량 원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사막 메뚜기 습격은 70년 만의 최악으로 기록되었다. 아일랜드의 국제 원조 단체인 GOAL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인구 중 2,000만 명은 이미 식량 부족 상태에 처해 있다. 이처럼 현재 에티오피아 경제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코로나19 위기, 사막 메뚜기 떼 습격 등의 영향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비르(birr)화의 평가절하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허약한 재정 상태를 고려할 때,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들에 대한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에티오피아 자체의 의지다. 다양한 경제 주체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선거 연기는 위험한 결정?

18Jun/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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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6월 9일 에티오피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NEBE)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병으로 초래된 혼란을 언급하면서, 8월로 예정되어 있던 전국 선거를 연기하기로 했다. 연방의회가 이러한 결정을 승인한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 그 후 선거 연기와 관련하여 헌법 조문 및 헌법 정신을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헌법조사위원회(CCI)는 헌법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법률·헌법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미아자(Meaza Asheanfi)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이러한 회의는 에티오피아의 정치사에서 아주 드문 일이다. 그 회의를 통해 선거 연기와 관련된 법률적 토론이 종결되었다.

   연방의회 구성원 중 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법원장과 그 일행의 권고를 지지했다. 전국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병이 대중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선언된 때부터 9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치러질 것이다. 그런데 의료계와 미네소타대학교 감염병연구정책센터(CIDRAP)의 공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이 유행병은 2022년까지 지속할 것이다. 그래서 선거 연기와 관련된 정치적·헌법적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면, 지난주에 이루어진 결정은 나쁜 징조가 될 것이다. 오로모 연방주의자의회(OFC), 오로모 해방전선(OLF), 오가덴 국민해방전선(ONLF) 등 3개 주요 야당은 선거 연기에 따른 긴장 고조를 경고했다. 특히, 전자의 두 야당은 이러한 긴장 고조의 결과가 폭력을 동반하는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마,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연방 정부와 티그레이 지역 정부 간의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어쨌든 간에, 선거 연기 결정은 다양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판단 착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위의 만평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선거 연기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 당사자의 속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만평 출처: https://addisfortune.news/history-may-look-back-on-this-time-as-needless-moment/

아프리카 뿔 지역의 복잡한 정치 상황

18Jun/20

   최근 들어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에서는 대외 안보 관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더욱더 많은 외국 군대가 육상과 해상에 집결하게 되면서 안보 문제도 더욱 불거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외국 군사 기지를 두게 되면서, 가장 군국적이고 복잡한 안보 지역이 되고 있다. 지부티, 수단, 소말리아, 소말릴란드에 있는 여섯 개의 거대한 외국 군사 기지는 뿔 지역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외국 군대는 뿔 지역에서의 사건 및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에 대해 지분이 있다.

   2008년에는 에리트레아와 지부티 간에 국경 분쟁이 발생했다. 이들 국가의 관계는 2018년에 정상화되었다. 하지만 지부티는 에리트레아를 여전히 적으로 여기고 있다. 2020년 3월 30일 정부간개발기구(IGAD)와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병과 싸울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소말리아, 우간다, 케냐 및 지부티의 대통령, 에티오피아와 수단의 총리, 남수단의 제1부통령이 참석했다. 지난 수년간 케냐와 소말리아의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이러한 현상은 테러 단체인 알-샤바브(Al-Shabaab)와 관련된 안보 문제 및 이들 두 국가 간 해상 경계선 분쟁에서 비롯되었다. 에티오피아와 수단은 국경에서 때때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또한, 이들 두 국가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GERD)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2020년 1월 6일에 설립된 ‘홍해와 아덴만에 국경을 둔 아랍 및 아프리카 국가 협의회’(CAASBRSGA)는 아프리카 뿔 지역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 협의회에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수단, 에리트레아, 지부티, 소말리아 등 홍해의 연안국들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이 협의회를 주도하는 국가는 이집트다. 에티오피아가 이 조직에 가입하지 못한 이유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 건설을 둘러싸고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소송 중이기 때문이다. 2018년 남수단은 아랍연맹(Arab League)에 가입하기 위해 두 번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집트는 아랍 세계가 아프리카로 나가는 관문으로서 주바(Juba)의 전략적인 지리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수단을 아랍연맹의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새로운 이웃인 남수단의 실바 키르(Silva Kiir) 대통령과 이집트의 압델-파타 엘-시시(Abdel-Fattah El-Sisi) 대통령과 몇 차례 교환 방문을 했다.

   이처럼 아프리카 뿔 지역의 정치·외교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국이 철저하게 국익에 근거하여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국가들, 그리고 이들과 인근 국가들이 외교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타협, 절충, 협상의 전략뿐만 아니라 지혜와 인내가 필요함을 말할 나위 없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에티오피아 경제

18Ap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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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은 육체의 질병일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질병이다. 자본 시장이 무너짐에 따라 기업들은 조업을 중단하고, 국가들은 가장 가까운 무역 상대국 중 일부까지도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붕괴한 공급망에서 비롯된 확산 효과가 경제 활동을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기치 못한 공중 보건 비상사태로 인한 국가 부담은 경제를 둔화시키고 예산을 잠식한다. 경제 활동 하락에 따른 상당한 세수 감소는 수출과 관광 수입 감소에 주로 기인한다. 상품 가격 하락과 갑작스러운 자본 유입 중단은 전 세계 국가들의 국제 수지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2조 2천억 달러의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에티오피아 보건부 장관 리아(Lia Tadesse)가 에티오피아의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를 보고한 것은 3월 13일이었다. 이 확진자는 이 무렵에 에티오피아를 여행한 일본인(남, 48세)이었다. 에티오피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다. 경제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최근 들어 금융 위기까지 겪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비롯하여 수출액과 송금 감소는 에티오피아의 국제 수지를 더욱 악화하고 있다. 그간 아비(Abiy Ahmed) 총리는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으나, 아직 이렇다 할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만평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경제에 고통을 주고 있음을 풍자하고 있다.

 

만평 출처: https://addisfortune.news/as-the-world-economy-coughs-ethiopia-should-work-to-bolster-resil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