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뿔 지역의 복잡한 정치 상황

   최근 들어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에서는 대외 안보 관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더욱더 많은 외국 군대가 육상과 해상에 집결하게 되면서 안보 문제도 더욱 불거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외국 군사 기지를 두게 되면서, 가장 군국적이고 복잡한 안보 지역이 되고 있다. 지부티, 수단, 소말리아, 소말릴란드에 있는 여섯 개의 거대한 외국 군사 기지는 뿔 지역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외국 군대는 뿔 지역에서의 사건 및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에 대해 지분이 있다.

   2008년에는 에리트레아와 지부티 간에 국경 분쟁이 발생했다. 이들 국가의 관계는 2018년에 정상화되었다. 하지만 지부티는 에리트레아를 여전히 적으로 여기고 있다. 2020년 3월 30일 정부간개발기구(IGAD)와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병과 싸울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소말리아, 우간다, 케냐 및 지부티의 대통령, 에티오피아와 수단의 총리, 남수단의 제1부통령이 참석했다. 지난 수년간 케냐와 소말리아의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이러한 현상은 테러 단체인 알-샤바브(Al-Shabaab)와 관련된 안보 문제 및 이들 두 국가 간 해상 경계선 분쟁에서 비롯되었다. 에티오피아와 수단은 국경에서 때때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또한, 이들 두 국가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GERD)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2020년 1월 6일에 설립된 ‘홍해와 아덴만에 국경을 둔 아랍 및 아프리카 국가 협의회’(CAASBRSGA)는 아프리카 뿔 지역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 협의회에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수단, 에리트레아, 지부티, 소말리아 등 홍해의 연안국들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이 협의회를 주도하는 국가는 이집트다. 에티오피아가 이 조직에 가입하지 못한 이유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 건설을 둘러싸고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소송 중이기 때문이다. 2018년 남수단은 아랍연맹(Arab League)에 가입하기 위해 두 번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집트는 아랍 세계가 아프리카로 나가는 관문으로서 주바(Juba)의 전략적인 지리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수단을 아랍연맹의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새로운 이웃인 남수단의 실바 키르(Silva Kiir) 대통령과 이집트의 압델-파타 엘-시시(Abdel-Fattah El-Sisi) 대통령과 몇 차례 교환 방문을 했다.

   이처럼 아프리카 뿔 지역의 정치·외교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국이 철저하게 국익에 근거하여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국가들, 그리고 이들과 인근 국가들이 외교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타협, 절충, 협상의 전략뿐만 아니라 지혜와 인내가 필요함을 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