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다영
이다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과 재학중인 석사과정생으로, 현재 아프리카연구소 HK3.0 석사연구보조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학부는 남아프리카어와 프랑스학을 나왔으며, 젠더 교차성과 회복력(Resilience)에 관심이 있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얼마나 저열해질 수 있는 가는, 그 사람이 타인의 상처를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세상은 아직 수치를 아는 이들이 다수이기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2025년, 강대국의 한 수장이 자신보다 약소국을 상대로 그들의 상처를 들추고, 역으로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니 믿기 힘든 형국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언행이 보여준 외교 현장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위의 권력 게임처럼 보인다.
첫 총성은 역시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한 ‘TV쇼 진행자 본능’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는 라마포사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약속되지 않은 동영상 재생과 기사 뭉치 전달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백인들이 ‘제노사이드’를 당하고 있으며 불평등한 삶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강하게 전달했다. 사실 그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이 그는 취임 직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농부들이 학살당하고 있음을 꾸준히 주장하곤 했다. 그렇다면 사실일까? 2025년 센조 음추누 남아공 경찰장관의 인터뷰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벌어진 농장 살인사건 18건 가운데 백인이 피해자인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백인 농부 대량학살에 대한 데이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백인들의 농장 몰수 후 흑인에게 분배하는 것 역시 여러 제약에 의해 불가능했다. 투기 목적이나 실사용이 안되는 경우,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몰수는 불가능해 현실적으로 정상 운영되는 백인 농장 몰수는 무상 수용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과 경제적 구조가 겹쳐 아프리카 흑인은 남아프리카 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하고 백인, 인도와 아시아인, 컬러드인(coloured: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혼혈인을 지칭하는 용어로 현재는 매우 무례한 뉘앙스를 가짐.)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최하위 소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자명한 현실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트럼프 정권의 ‘백인 희생양 만들기’는 철저히 정치적이고 고의적인 행위이다. 그것이 설사 진정한 약자인 흑인을 지우더라도 말이다.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트럼프는 ‘피해 받고 고통받는 백인 서사’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 그의 서사는 이제 대륙을 넘어, 심지어는 아메리카 백인과 직접적 관계가 거의 없는 아프리카너 백인들 (단지 피부색이 같다는 이유로)과 자신들을 동일시하여 역차별 당하는 백인 신화로 위태로운 경제 상황에 동요하는 백인 중산층을 단결시키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그의 의도가 어떠하든, 그가 G20 참가를 보이콧 했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G20은 성황리에 끝날 것이라 믿는다. 거짓과 선동이라는 모래성 위에 쌓은 연대는 작은 바람에도 무너지기 마련이고 그것이 반복되는 역사가 보여준 진리이기 때문이다.
출처: 중앙일보
출처
1. 이정혁. (2025, June 12). “남아공 백인 학살” 트럼프 음모론에 감춰진 진짜 역사.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2222180003177
2. Cambridge Dictionary, “colour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dictionary.cambridge.org/dictionary/english/coloured(Accessed: 20 November 2025).
3. 강태화. (2025, May 22). 트럼프에 공개 모욕당한 남아공 대통령 “줄 비행기 없어 죄송.”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79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