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를 지키는 군인, 아그로 레인저(Agro Ranger)는 누구인가?

작성자: 송지혜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Borno) 주, 푸른 녹음으로 뒤덮인 밭에 농부가 평화롭게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다. 그런 농부 옆에는 총으로 무장한 군인이 서 있다. 군인은 굳은 표정으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주변을 살핀다. 이 풍경은 2025년 현재,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다. 농부와 무장 군인, 이 두 조합은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밭에 어울리지 않는 모순적인 풍경이다. 무장한 군인은 대체 왜 밭은 지키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들의 정체는 아그로 레인저(Agro Ranger)이다. 아그로 레인저의 설립 배경은 2010년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부터 나이지리아 북동부는 보코하람(Boko Haram)의 무장 활동으로 인해 주민들은 극심한 위험에 처했다. 목숨을 위협받아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가 없었으며 전반적인 안전이 위협받았다. 보코하람의 위협으로 농사를 지으면 살해당하고, 짓지 않으면 굶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나이지리아 정부 및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 NGO) 등에서는 보르노주의 주민들을 위해 식량 배급을 해주었지만, 한계가 존재했다. 당시 농업지방개발부 장관 아우두 오그베흐(Audu Ogbeh)는 아그로 레인저 부대 설립을 건의하에 2016년 나이지리아 안보 및 시민방위대(Nigeria Security and Civil Defence Corps, NSCDC) 산하에 부대가 창설되었다.

아그로 레인저는 농민과 주민을 경호하며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보코하람과 이슬람 국가 서아프리카 지부(Islamic State West Africa Province, ISWAP)의 식량 수탈, 납치, 무장 공격 및 살해로부터 농민들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그로 레인저는 농민들이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무장 순찰 및 경호를 한다. 설립 초기에는 보르노주에만 배치되었으나, 2019년부터는 나이지리아 여러 주와 연방 수도 구역(Federal Capital Territory, FCT)까지 빠르게 확대 배치되었다. 2024년 8월 기준, NSCDC에 따르면 현재 총 10,000명의 아그로 레인저가 19개의 주와 수도권에 배치되어 활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보르노주에는 아그로 레인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에 따르면 자체 식량 생산 기여도가 약 6%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94%는 유상지원 혹은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WFP) 및 NGO 등의 무상 지원을 통해 보충된다고 한다. 이는, 아그로 레인저가 있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활한 토지 모든 장소에 아그로 레인저를 배치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극단적으로 치닫는 무장 반군의 행동도 원인이다. BBC가 인터뷰한 보르노주에 거주하는 농부 바바 모두(Baba Modu)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정부군보다 무장 반군의 수가 더 많을 때가 있으며, 이들은 사람을 납치하고 몸값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질을 살해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아그로 레인저를 파견하지만, 보르노주 등 북동부 주의 주민들은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기본권조차 박탈당하고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떨며 지내고 있다. 정부는 계속 아그로 레인저의 수를 늘리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되지 않는다. 아그로 레인저를 파견하는 것은 단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으나, 언제까지 행정력과 군사력을 쏟아야 하는지 어려운 문제이다. 근본적으로 보코하람과 같은 나이지리아 지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해당 지역에 평화가 깃들어 아그로 레인저 없이 농부들이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

1113송지혜 기고문출처: 본 이미지는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Gemini를 통해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