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윤서영 HK연구교수

보코하람의 테러 이후 난민들의 삶

19May/19

   나이지리아 보코하람의 무차별 테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그 후 상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2009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보코하람의 악행으로 35,000여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고, 180만여 명이 자신의 고향이나 거주지를 떠나 난민이 되어버렸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만 여 명의 난민은 아부자나 그 외 지역으로 옮겨갔지만 이들은 낯선 곳에서 자립을 해야 했다. 교회나 비영리단체의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했다.

   일부 사람은 아부자에서 멀지 않은 아우타발레피(Auta Balefi) 지역으로 옮겨 갔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임시 거처에서 지내며, 농사를 지을 땅을 무료로 혹은 추수 후 농산물로 갚는 조건으로 제공받기도 했다. 지역사회의 도움이 난민들에게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것만으로는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에 부족했다. 이들이 제공받은 땅에서 농사를 지어 농작물을 수확한다 한들, 이를 구입할 소비자가 없는 것도 경제적 어려움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자 이 난민들은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촌장이나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여러 가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약 3개월 뒤에, 이들은 다시 토지를 빌려 창고를 세우고 ‘난민 농민의 콩시장(市場)’(Internal Displace Persons Farmers’ Beans Market)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농민들은 다른 지역의 구매자들과 접촉해 이 시장으로의 유입을 도모했다. 설득과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타 지역에서 상인과 구매자들이 아우타발레피로 몰려들었으며 시장은 호황을 맞기 시작했다. 콩을 팔아 하루에 1달러를 겨우 벌던 상인들은 수십 달러어치의 콩을 팔게 되었다. 시장의 호황은 단순히 콩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시장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시장 한 편에 옷이나 신발, 가방,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상인도 등장했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나르기 위해 택시나 바이크 운전사들도 호재를 맞이했다. 위기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아우타발레피 난민들의 이야기는 다른 지역으로까지 전해지게 되었으며, 타 지역의 난민들에게도 재기에 대한 희망과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불법 이주민 법’과 또 다른 위기에 처한 난민들

19May/19

   유럽 국가들로 몰려드는 난민 때문에 각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EU는 2015년에 ‘발레타 정상회담’을 열어 저개발 국가에서 유입되는 난민에 대처하고자 했으며, ‘불법 이주 관련 법’을 만들어 이주 알선 사업을 불법 활동으로 바꾸었다.

   ‘발레타 정상회담’은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 이주를 막는 데 협조한다면, 그 대가로 20억 유로 이상에 해당하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아프리카 긴급신탁기금’(Emergency Trust Fund for Africa)을 조성해 나이지리아, 세네갈, 에티오피아, 말리, 니제르 정부에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니제르에서는 그간 이주 알선 사업이 상당히 발전한 상태였다. 심지어 정부가 이주 알선 사업을 용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EU에서 신탁기금을 앞세워 불법 이주를 금지케 하기에 이르자, 니제르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법안의 내용은 ‘금전적, 물질적 대가를 받고 밀입국 또는 출국을 알선할 경우, 5년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및 최대 5백만 세파 프랑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개별 이주민을 보호하고 동시에 알선 업자를 단속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법안은 EU 입장에서 볼 때는 성공적이었다. 유럽의 관문으로 알려진 니제르의 아가데즈를 거친 이주민의 수가 2016년 하루 350명에서 2018년에는 100명 이하로 감소했다. 하지만 니제르를 비롯해 아프리카 각국을 떠나 유럽으로 가려는 이주민 개인에게 이는 큰 문제로 다가가고 있다. 법의 시행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들, 이주를 마음먹은 이들은 법망을 피해 오히려 더 추적하기 힘든 경로로 이주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수송하는 차량은 주요 이동 경로를 피해 더 험한 길로 다녀야 하며, 이들이 임시 거주하는 게토는 불법으로 운영되고 시설이나 위생은 열악한 상황이다. 밀입국 비용은 몇 배나 뛰었으며, 경찰의 단속에 놀란 이주민 수송 차량의 운전사는 이주민을 사막 한가운데에 버려둔 채로 도망을 치기도 한다. 또한 이주 알선 업자는 반대로 이주민을 단속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불법 이주민 유입으로 각종 난관에 부딪힌 EU 국가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자국만을 생각하는 섣부른 판단과 정책의 시행이 다시 한번 또 다른 피해자를 낳고 있는 셈이다.

기후 변화와 아프리카의 식량 문제

18Apr/19

   4월의 봄날이다. 봄날의 날씨답게 주위를 둘러보면 꽃샘추위를 이겨낸 온갖 꽃이 색색깔로 만개해 있어 봄의 정취를 더 북돋아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봄의 꽃으로 대표되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동시다발로 피고 있다. 본래 꽃이 피는 순서는 목련-개나리-진달래-철죽-벗꽃 순으로 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기억도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났지, 지금처럼 이렇게 동시다발로 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이유는 기상 이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예전과 같이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고 부쩍 짧아진 봄과 가을, 그만큼 더 길어진 여름과 겨울이 그러하고, 극심한 더위나 추위의 발생과 같이 다양한 기상 이변을 우리는 이미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기후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식물의 양육과 재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식량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남수단, 나이지리아, 소말리아는 최근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다. 기근은 식량 문제를 유발하고 그만큼 기아와 빈곤은 또다시 증가한다. 이로 인한 노동력의 영양실조와 질병 발생의 증가는 다시 식량 생산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기아와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과학자이나 농업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야기될 피해를 우려한다. 지구 온난화 같은 기후 변화 문제는 사실 아프리카보다 급격하게 도시화와 산업화를 겪은 국가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피해는 아프리카에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이 더욱 크게 받고 있다. 물론 이는 온전히 기후 변화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경제적 문제는 물론 보건, 위생, 교육과 관련된 사회적 부분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작용하고 있는 것이긴 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난과 이로 인한 기아와 빈곤 발생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우선 아프리카 각국의 정부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기후 변화 양상을 축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 부족 문제가 우리의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나이지리아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나아가야 할 방향

18Apr/19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불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억압받아 오던 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동안 나이지리아의 사회 분위기는 여성이기 때문에 받아 오던 차별들을 공론화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운동의 유행과 확산은 갖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그것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는 분명 그동안 지극히 보수적이던 나이지리아의 남성과 그들이 주도하던 사회 분위기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예전이라면 묵살되었을 법한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가 연이어 뉴스나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고, 모든 이의 관심이 그곳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따라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서 미투 운동이 정말 효과를 거두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 한 여성은 ‘여전히 가부장적 관습이 잘못된 것인 줄 모르고 여성 스스로가 그 관습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가부장적 관습이라 함은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가정(혹은 사회) 내 분위기에서부터 시작해 일부다처제, 할례나 미망인 학대와 같은 여성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해를 가하는 관습을 의미한다.

   이런 관습이 종교와 만날 때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주주’라는 전통 종교를 여전히 맹신하고 있는 일부 여성은 이것을 믿음으로써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주주는 부두교의 전통 의식인데, 이것을 치른 여성이 여기서 맹세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저주를 받게 된다는 그릇된 믿음을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주가 일반 가족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포주가 빈곤층 여성이나 미혼모를 대상으로 유럽으로 이주를 시켜주겠다며 유혹해 이들을 매춘부로 팔아넘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주 의식을 행함으로써 여성이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물론 포주가 여성을 유럽으로 이주시켜 주겠다고 유인할 때 성매매에 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 덫에 빠진 여성은 후에 자신이 잘못된 상황에 처해 있음을 깨달아도 주주 의식에서 맹세한 서약과, 그것을 어겼을 때 자신이나 가족에게 닥칠 불행을 염려하여 거기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나이지리아 여성은 주주 의식과 같은 미신적 믿음이, 더 크게는 자신을 물리적으로 해를 가하는 여러 전통 관습에 대한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행히 2018년 5월 파리에서 나이지리아 여성을 매춘부로 팔아넘긴 포주들을 대상으로 재판이 열렸고 이들에게 형이 선고되었다. 빛을 보기 시작한 미투 운동이 변질되는 일 없이 이러한 판결과 캠페인으로 이어져, 나이지리아의 많은 여성이 악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조혼과 정치인의 리더십 문제

08Jun/17
2017-06-01 12-14-36

나이지리아에서 조혼은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조혼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어린 여성의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20-49세 여성 가운데 70% 이상의 어린 여성이 조혼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지난 7월 중순 나이지리아 의회는 결혼 적정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의 헌법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의회의 2/3 이상이 동의 의사를 밝혔으나, 한 상원의원에 의해 2차 투표로 이어지며 여전히 헌법 개정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본 카툰은 아동 학대와 다를 바 없는 조혼이 나이지리아의 일부 남성 정치인에 의해 여전히 행해지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