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이한규 HK연구교수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는 안정화?

28Ju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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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2010년대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거나 예정되어 있다. 2011년에는 기니를 비롯하여 12개 국가에서, 2012년 최근에는 세네갈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다. 올해 9월 시에라리온을 시작으로 4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점에서 2010년대는 아프리카 민주화에 대한 재평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순조로운 대통령 선거의 실시는 아프리카 대륙의 민주화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 일어나는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거부 및 쿠데타는 아프리카 민주화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본 만평은 일부 국가에서 일어나는 반민주적인 행위들이 향후 선거를 실시할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과 코트디부아르의 국제적 위상

28Jun/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탈냉전 이후, 국제기구들의 위상과 역할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 위상은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그 국가가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위상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상호작용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원동력이 되지만 국가의 국제적 역할이 중시되고 있다. 특히 유엔은 지역분쟁의 예방 및 해결을 종전과 같은 PKO파견과 ODA확대만을 통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하지만 1993년 소말리아와 2004년 르완다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이 없는 곳에는 간여하지 않는 선택적 고립주의 정책으로  국제평화와 안정이 용이하지 않았다. 이에 유엔은 각 대륙의 지역협력 기구를 통해서 역내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유엔 권위로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유엔 역할에 대한 변화는 지역협력을 강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역내의 정치 · 사회 · 문화적 환경을 고려한 분쟁해결 및 예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탈 냉전이후 PKO 활동 유형으로 혼성평화유지활동(제 2세대 평화유지: Second generation of peace keeping)을 강조하고 있고 이러한 차원에서 편성혼합군인 UNAMID(유엔-아프리카연합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아프리카 개발은행(AfBD: African Development Bank) 본부를 재(再)유치 노력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AfBD는 1966년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후 약 38년 동안(2003년까지) 아비장에서 아프리카 경제발전의 산실역할을 하였었다. AfBD와 같은 국제기구의 유치는 국력 상징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 창출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 고용증대, 국제기구 공무원 및 가족 상주로 인한 소비지출의 변화, 호텔 관광업의 활성화 등. 특히 AfBD는 2005년 50억불에서 2008년 120억불의 재정 안정으로 국제금융 시장에서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2010년 현재 AfBD의 발전기금도 약 90억불에 다다르고 있어 명실상부한 아프리카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AfBD본부는 2002년부터 계속된 코트디부아르 내전으로 2003년 임시로 튀니지로 이전되었다. 2011년 4월 전임 대통령 바그보(Gbagbo)가 체포됨으로써 내전은 일단 종식되었지만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다. 2010년 5월 AfBD년례 총회에서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와타라(Ouatara)가 AfBD본부의 재(再)유치를 강력히 주장하였지만 AfBD총재는 코트디부아르 국민들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안전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53개 아프리카, 24개 유럽, 아시아 및 미국 등 주요 주주 국가들이 2011년 6월 9-11일 포르투갈 리스본 총회에서 AfBD총재를 전폭적으로 지지함으로 코트디부아르의 AfBD본부 재(再)유치는 무산되었다. 그러나 와타라에게 있어서 AfBD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2014년에 AfBD본부 유치 문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즉 AfBD본부 유치가 고용증대, 국제기구 공무원 및 가족 상주로 인한 소비지출의 기대, 호텔 관광업의 활성화에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크고 작은 사회 · 정치적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숨어있다는 것이 문제다. 1차 세계 대전으로 이후, 국제평화와 인류발전을 위해 창설된 국제연맹 실패의 주요 원인은 국제기구에 대한 정치적 수단화였다. 이러한 점에서 AfBD 본부의 아비장으로의 이전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21세기 아프리카 대륙의 중장기적인 미래와 관련하여 신중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사회주의 정권 출범과 아프리카

28Jun/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1995년 선거에서 미테랑 사회주의 정권의 패배 이후,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프랑스 정책은 아프리카에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특히 사르코지 정권이 들어선 이후 프랑스는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심심치 않은 대립의 각을 세우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사르코지의 외국인 불법체류자-대부분이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강력한 정책이었다. 또한 프랑스의 자랑처럼 여기던 외국인에 대한 호의적인 정치적 귀화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1957년부터 다양한 방법-로메협정, 코토누 협정, 불어권정상회담, 지중해연합 등-으로 꾸준히 유지해온 프랑사프리크(Françafrique)는 여전히 유지하면서 아프리카 문제해결에 깊이 관여하지도 않지만 완전히  포기하지도 않고 있다(“프랑스, 아프리카 종주국에서 물러나나?” 2011년 12월 26일 기고문 참고). 

   따라서 대다수의 아프리카인들은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주의 지도자 프랑스와 올랑드(François Hollande)의 승리에 대하여 그 동안 경직된 프랑스와 아프리카 간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프랑스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 대통령선거 결과에서 투표자(아프리카 거주 유권자) 74, 514명 중 56.68%(사르코지 43.32)가 올랑드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특히 알제리와 튀니지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은 평균 79%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 42개국 중 전 대통령 사르코지를 지지한 나라는 리비아, 남 수단, 남아공, 코트디부아르 등 11개국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아프리카인들의 관심은 신식민주의 발상인 프랑사프리크 정책의 종말이 가능한가에 있다. 따라서 샹젤리제 궁(대통령 관저)에 입성한 올랑드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통화를 했다는 것은 프랑스의 대 아프리카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 것이다. 올랑드는 17년 동안 경직된 프랑스-아프리카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고서는 더 이상 아프리카에서 미국, 특히 중국과 경쟁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게 아직도 다행인 것은 많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구 식민종주국인 프랑스를 여전히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10월에 26회 프랑스-아프리카 정성회담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신정부는 어떤 형태든 이전 정부와 다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는 위치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정부의 대 아프리카 정책의 기본 정책은 경제협력이지만 분명한 것은 투명선거, 인권, 굿 거버넌스에 대한 기본원칙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코트디부아르 사태에서 아프리카인들이 보여준 프랑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경험한 프랑스는 아프리카 역내에서의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올랑드 대통령이 국제적 경험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신정부에서 외무부 장관(전 수상)이 된 베테랑 정치인 파비우스(Laurent Fabius)를 제외하고는 프랑스 국제개발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38세 깡팽(Pascal Canfin) 개발부 장관이 아프리카에 대한 경험이 적고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신정부도 프랑사프리크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여하튼 이번 좌파 신정부의 대 아프리카 정책은 향후 미국과 중국의 아프리카 정책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도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식수 문제와 전쟁 중인 아프리카

28Apr/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최대 빈곤 대륙인 아프리카에서 식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이지만 여전히 정치적 구호로만 거론될 뿐 실질적으로 식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프리카인들이 대다수다. 현재 사하라 이남 인구의 약 51%에 해당하는 3억의 인구(전체 인구의 3분에 1에 해당함)가 좋은 수질의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알제리에서 개최된 제 13차 아프리카 식수 협의회(AAE: Association Africaine de l’Eau)는 54개국 중 17개국이 식수로 고통을 받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17개의 큰 강과 백 여 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아프리카 대륙은 5.3조 입방평방미터에 달하는 비교적 풍부한 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개발하고 운송할 수 있는 기술, 자본과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하여 현재 자원의 약 4%만이 식수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세계화 이후 도시의 인구 집중으로 인해 식수 문제는 모든 아프리카 정부들이 고심하고, 미래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피할 수 없는 중대한 과제가 되었다. 아프리카 인구는 2040년에 현재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도시인구는 현재 44%에서 57%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2020년이 되면 7천 5백만 명에서 2억 5천 만 명의 아프리카 인구가 식수로 인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세계 보건 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질환의 80%가 물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물로 인해 5살 이하 어린이 650명이 매일 죽어가고 있고, 현재 수백만의 아프리카인들이 물 부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식수의 부족은 만병의 근원이며 아프리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다. ‘서아프리카의 물 창고’라고 하는 기니에서조차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식수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식수 환경으로 인해 카메룬, 베냉, 코트디부아르 등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식수가 불법으로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카메룬에서는 1.5리터의 물 한 병에 약 100 F CFA(24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한 달에 드는 평균 비용은 약 24000 F CFA(6만원)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카메룬 국민의 1인당 GDP가 약 12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 비용임에는 틀림없다.

   이와 같은 아프리카의 식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되는 것은 재원 확보와 AAE와 같은 공동협의체의 지속적인 유지다. 최근 2012년 2월 마라케츠에서 개최된 제 16차 AAE에서 2040년까지 아프리카 전체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350억 입방미터의 식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0년과 2010년에 아프리카 중앙은행이 700백만 유로를 투자하였지만,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300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을 위해서는 매년 약 1천 5 백만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설상 이러한 재원이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물 자원(강과 호수)이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특성상 물 자원의 원만하고 평화적인 사용을 위한 국가 간의 공동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자칫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물 자원 문제로 일어나는 분쟁은 기존의 분쟁처럼 일부 세력들 간의 권력 혹은 자원 쟁탈 유형이 아닌 다수 국민들 간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설령 분쟁이 정치적으로 잘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분쟁 당사자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체감은 다르기 때문에 아들 간의 반목이 장기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범아프리카 협력기구로 성장하고 있는 AAE의 역할이 주목된다. AAE는 단순히 물 자원(식수 포함)의 문제를 넘어서 Spill-over효과를 통해 지역 간의 다양한 협력 확대 및 강화를 촉진함으로써 아프리카 발전에 커다란 장애로 지적되고 있는 국가 간 혹은 종족 간 분쟁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 외교적 역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사르코지의 이주지역 선별

28Apr/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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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프랑스는 사르코지 정부가 들어선 이후 아프리카에 대해서 미국과 같은 선별적인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다. 프랑스는 과거처럼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무리하게 유지하기 보다는 프랑스의 지속 가능한 이익에 따라 아프리카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코트디부아르에서 당시 현 대통령인 바그보가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대통령으로 취임함으로 인해 내전이 일어났다.

   하지만 프랑스는 세계의 이목에도 불구하고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그보 정권이 코트디부아르에 진출해 있는 프랑스 기업들에 대해서 매우 호의적이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와 콩고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는 우라늄 채굴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사르코지에게 있어서 현재의 아프리카는 달갑지 않은 대륙이지만, 프랑스는 자신의 이익이 있는 곳에는 정부 부패, 인권침해, 비민주주의 같은 것에 과거처럼 연연하지 않고 접근하고 있다. 이처럼 아프리카에서 프랑스가 필요로 하는 이주지역을 선별하는 사르코지의 태도를 통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프랑스는 미국과 과연 어떤 점이 다른지를 숙안(熟案)해 볼 필요가 있다.


출처: www.chahada/caricatur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