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 문제와 전쟁 중인 아프리카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최대 빈곤 대륙인 아프리카에서 식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이지만 여전히 정치적 구호로만 거론될 뿐 실질적으로 식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프리카인들이 대다수다. 현재 사하라 이남 인구의 약 51%에 해당하는 3억의 인구(전체 인구의 3분에 1에 해당함)가 좋은 수질의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알제리에서 개최된 제 13차 아프리카 식수 협의회(AAE: Association Africaine de l’Eau)는 54개국 중 17개국이 식수로 고통을 받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17개의 큰 강과 백 여 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아프리카 대륙은 5.3조 입방평방미터에 달하는 비교적 풍부한 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개발하고 운송할 수 있는 기술, 자본과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하여 현재 자원의 약 4%만이 식수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세계화 이후 도시의 인구 집중으로 인해 식수 문제는 모든 아프리카 정부들이 고심하고, 미래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피할 수 없는 중대한 과제가 되었다. 아프리카 인구는 2040년에 현재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도시인구는 현재 44%에서 57%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2020년이 되면 7천 5백만 명에서 2억 5천 만 명의 아프리카 인구가 식수로 인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세계 보건 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질환의 80%가 물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물로 인해 5살 이하 어린이 650명이 매일 죽어가고 있고, 현재 수백만의 아프리카인들이 물 부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식수의 부족은 만병의 근원이며 아프리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다. ‘서아프리카의 물 창고’라고 하는 기니에서조차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식수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식수 환경으로 인해 카메룬, 베냉, 코트디부아르 등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식수가 불법으로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카메룬에서는 1.5리터의 물 한 병에 약 100 F CFA(24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한 달에 드는 평균 비용은 약 24000 F CFA(6만원)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카메룬 국민의 1인당 GDP가 약 12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 비용임에는 틀림없다.

   이와 같은 아프리카의 식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되는 것은 재원 확보와 AAE와 같은 공동협의체의 지속적인 유지다. 최근 2012년 2월 마라케츠에서 개최된 제 16차 AAE에서 2040년까지 아프리카 전체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350억 입방미터의 식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0년과 2010년에 아프리카 중앙은행이 700백만 유로를 투자하였지만,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300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을 위해서는 매년 약 1천 5 백만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설상 이러한 재원이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물 자원(강과 호수)이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특성상 물 자원의 원만하고 평화적인 사용을 위한 국가 간의 공동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자칫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물 자원 문제로 일어나는 분쟁은 기존의 분쟁처럼 일부 세력들 간의 권력 혹은 자원 쟁탈 유형이 아닌 다수 국민들 간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설령 분쟁이 정치적으로 잘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분쟁 당사자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체감은 다르기 때문에 아들 간의 반목이 장기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범아프리카 협력기구로 성장하고 있는 AAE의 역할이 주목된다. AAE는 단순히 물 자원(식수 포함)의 문제를 넘어서 Spill-over효과를 통해 지역 간의 다양한 협력 확대 및 강화를 촉진함으로써 아프리카 발전에 커다란 장애로 지적되고 있는 국가 간 혹은 종족 간 분쟁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 외교적 역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