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주의 정권 출범과 아프리카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1995년 선거에서 미테랑 사회주의 정권의 패배 이후,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프랑스 정책은 아프리카에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특히 사르코지 정권이 들어선 이후 프랑스는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심심치 않은 대립의 각을 세우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사르코지의 외국인 불법체류자-대부분이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강력한 정책이었다. 또한 프랑스의 자랑처럼 여기던 외국인에 대한 호의적인 정치적 귀화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1957년부터 다양한 방법-로메협정, 코토누 협정, 불어권정상회담, 지중해연합 등-으로 꾸준히 유지해온 프랑사프리크(Françafrique)는 여전히 유지하면서 아프리카 문제해결에 깊이 관여하지도 않지만 완전히  포기하지도 않고 있다(“프랑스, 아프리카 종주국에서 물러나나?” 2011년 12월 26일 기고문 참고). 

   따라서 대다수의 아프리카인들은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주의 지도자 프랑스와 올랑드(François Hollande)의 승리에 대하여 그 동안 경직된 프랑스와 아프리카 간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프랑스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 대통령선거 결과에서 투표자(아프리카 거주 유권자) 74, 514명 중 56.68%(사르코지 43.32)가 올랑드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특히 알제리와 튀니지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은 평균 79%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 42개국 중 전 대통령 사르코지를 지지한 나라는 리비아, 남 수단, 남아공, 코트디부아르 등 11개국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아프리카인들의 관심은 신식민주의 발상인 프랑사프리크 정책의 종말이 가능한가에 있다. 따라서 샹젤리제 궁(대통령 관저)에 입성한 올랑드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통화를 했다는 것은 프랑스의 대 아프리카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 것이다. 올랑드는 17년 동안 경직된 프랑스-아프리카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고서는 더 이상 아프리카에서 미국, 특히 중국과 경쟁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게 아직도 다행인 것은 많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구 식민종주국인 프랑스를 여전히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10월에 26회 프랑스-아프리카 정성회담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신정부는 어떤 형태든 이전 정부와 다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는 위치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정부의 대 아프리카 정책의 기본 정책은 경제협력이지만 분명한 것은 투명선거, 인권, 굿 거버넌스에 대한 기본원칙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코트디부아르 사태에서 아프리카인들이 보여준 프랑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경험한 프랑스는 아프리카 역내에서의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올랑드 대통령이 국제적 경험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신정부에서 외무부 장관(전 수상)이 된 베테랑 정치인 파비우스(Laurent Fabius)를 제외하고는 프랑스 국제개발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38세 깡팽(Pascal Canfin) 개발부 장관이 아프리카에 대한 경험이 적고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신정부도 프랑사프리크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여하튼 이번 좌파 신정부의 대 아프리카 정책은 향후 미국과 중국의 아프리카 정책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도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