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이한규 HK연구교수

COVID-19 발병과 아프리카 모바일 머니

18Apr/20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COVID-19는 전 세계로 확산하여 4월 18일 현재 220만 명을 돌파하였고, 사망자는 15만 명을 넘어섰다. 오래전부터 전염병은 가난한 국가의 트랜드처럼 간주하였지만, COVID-19 확산은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확진자는 17,764명이고, 사망자는 1,071명이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입국자 검색 강화,’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 격리,’ ‘감염자 추적,’ ‘단체 집회 금지,’ ‘통행 금지’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역내 감염을 효율적으로 예방하기에는 의료 체계 부실, 집단과 외부(길) 생활 관습, 기초 경제 활동 등이 큰 걸림돌이다.

   이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금융 거래에서 현금 사용을 제한하고, 모바일 머니, 전자 지급과 모바일 금융을 COVID-19 확산 방지책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동전과 지폐에 의한 COVID-19 감염 여부는 논쟁 중이지만,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지폐 표면에서 며칠 동안 남는다고 하고, 다른 일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염 위험이 약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 일부 상점에서는 현금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폐를 감염의 매개체로 여기고 지폐를 소독하거나 기존 지폐를 파쇄하기도 하였다. 미국에서는 아시아로부터 유입되는 달러를 검역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시장에서의 거래 대부분은 신용카드가 아닌 동전과 지폐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지폐를 통한 COVID-19 감염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아프리카 정부와 통신사는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모바일 머니의 일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Orange, MTN, Safaricom, Airtel, Vodacom, M-Pesa 등의 통신사는 금융 기관과 정부의 요청에 따라 원격 서비스 강화를 위한 조치를 시작하였고, 모바일 머니 캠페인을 늘리고 있다. 모바일 머니는 2005년 남아공을 시작으로 케냐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였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어 2018년에 4억 6천만 명이 모바일 머니 계정을 가지고 있다. 2019년 230억 건의 모바일 머니가 거래되었는데, 거래액이 총 4천 5백 6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케냐 Safaricom은 COVID-19의 잠재적 확산을 막기 위해 90일 동안 모든 개인 간 송금을 무료화했다. 또한, 거래 한도 및 개인이 모바일 지갑에 보유할 수 있는 금액을 늘렸다. 가입자가 지갑에 담을 수 있는 한도를 300불에서 1,400불로 상향 조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 은행 계좌로의 이체 수수료를 모두 면제하였다.

   현재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 체계와 생활 패턴으로 COVID-19 확산 방지가 쉽지는 않다. 따라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와 기초 경제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모바일 머니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어,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COVID-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미 글로벌 통신사와 은행들이 아프리카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아프리카 디지털 금융의 커다란 변화가 예측된다.

말리 대통령 트위터 계정의 진실

17Feb/20
bandicam 2020-01-11 22-14-06-873

말리 대통령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란 혁명 수비대 사령관 솔레이 마니(Qassem Soleimani) 장군 사살에 대해서 ‘어리석은 정부’, ‘깡패’라는 등의 단어를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하였다. 물론 한 시간 후에 이 글은 삭제되었다. 말리 정부는 대통령의 트위터가 해킹당해 생긴 일이라고 해명하였지만, 그동안 트럼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도적일 수도 있다. 지난 연초에 트럼프는 미국에 입국하는 이주민 문제와 관련하여 아이티를 주목하면서 여러 아프리카 나라를 ‘더러운 나라’라고 하여 아프리카 정부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또한, 2018년 초 테러 발생국에 대한 트럼프의 노골적인 불만 속에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나이지리아와 함께 말리도 포함되었다. 이번 트위터 계정 사건은 솔레이 마니 장군 암살 이후에 나온 것으로, 말리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유발된 것일 수도 있다. 말리는 수십 개의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와 여러 개의 반정부 단체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비록, 말리 정부가 단순 해킹 문제라며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해명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미국은 제3세계가 보내는 메시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jeuneafrique.com/879083/politique/chronique-couac-numerique-entre-le-mali-et-les-etats-unis/

아프리카 독립 60주년의 의미

17Feb/20

   아프리카가 유럽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연도에 관해서 학자와 학계에 따라 다양하다. 아프리카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경우, 최초 독립 연도는 1922년 영국으로 독립한 이집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독립 연도를 언급할 때, 사하라사막 이남의 ‘흑아프리카’(Black Africa)를 기준으로 하고, 이슬람 문화권인 ‘백아프리카’(White Africa)라고 하는 북아프리카 국가의 독립 시기는 제외하였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서구 국가들이 서구 문명 중심주의로 아프리카의 피부색을 근거로 아프리카 독립 시기를 사하라 이남에서 최초로 독립한 가나를 기준으로 했고, 이것이 관례로 전해 내려왔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다수 아프리카 국가가 사하라 이남에 있으며, 아프리카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점은 아프리카인이 쓴 많은 저서에서도 북아프리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이런 아프리카가 올해로 독립 60년을 맞이했다는 것에는 대다수 아프리카인이 동감하고 있다. 왜냐하면 1960년대 아프리카 17개국이 독립하면서 그해를 ‘아프리카의 해’로 명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60주년을 맞이한 아프리카는 여전히 블루오션일까? 2020년 아프리카 대륙이 직면할 중대한 과제는 과연 무엇인가? 2000년 이후 아프리카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에 들어섰으며, 세계 경제 성장률이 평균 3%대에 머물고 있을 때, 아프리카 경제 성장률은 4~5%대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아프리카는 20세기처럼 외부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니 더욱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일본, 중국, 한국, 인도가 아프리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어, 일부 사람은 아프리카 식민주의 4.0 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독일과 러시아가 이 경쟁 대열에 합류하였다. 자본과 투자, 사람의 이동이 쉬워졌고, 정보 교환도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아프리카는 1980년대 이전보다 고민하고, 투쟁해야 할 대상이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특히 아프리카 발전의 모든 것을 경제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발칸화’ 위기도 멀지 않아 보인다.

   여러 형태의 해외 원조와 투자로 다수 아프리카 지도자는 아프리카가 세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어댄다. 특히 내부적으로 국민과 야권 세력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일부 지도자는 경제적 성공을 빌미로 아프리카가 외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일부 정치가가 유리한 환경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지만, 국가에 득이 된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혜택이 언제까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더는 늦지 않게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고심할 때다. 즉, 지속 가능한 이익을 거두기 위해 주요 분야에서 어떤 점을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식별해 내야 한다. 필자는 그중에 인적 및 사회적 자본에 투자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아프리카 대륙의 먼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막대한 자원은 아프리카의 축복이지만, 국가 지배 구조의 변화가 없고,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인적 자원에 대한 인프라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아프리카의 개발은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다. 또한, 개별 국가의 한계가 있다면, 지역 공동체 기구를 통한 다자적 협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아프리카 녹색 환경의 적색 신호

18Dec/19
녹색성장

아프리카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환경 보존 문제가 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다. 2015년 아프리카는 19억 톤(미국 54억 톤)의 CO2를 유발했을 정도로 심각한 환경 오염과 온난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매년 3억 톤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2050년에는 세 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세네갈 미키 살 대통령은 세네갈을 쓰레기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며, 자신의 두 번째 임기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지속 가능한 국토의 재산림화’로 정하였다. 이를 위해 7천6백만 유로(약 98억 원)의 예산을 측정하였으며,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산업 및 국가산림연구소(INRF) 설립을 약속하였다. GDP의 40%를 농업에 의존하는 말리는 기온 상승으로 농업 생산량이 줄어들고, 사막화 과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니에서는 ‘보크 사이트 붐’으로  2018년 6천만 톤의 보크사이트를 채굴하였는데, 이로 인해 토양 침식과 오염이 심각하다. 이처럼 성장통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는 친환경적인 새로운 발전 모델에 대한 재고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출처: https://www.jeuneafrique.com/mag/809429/societe/energie-verte-en-afrique-qui-sont-les-bons-et-les-mauvais-eleves/

대마초가 아프리카의 새로운 엘도라도?

18Dec/19

   현재 아프리카 전체 성인 인구의 7.7%가 대마초를 흡연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 레소토, 짐바브웨, 남아공이 대마초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개적으로 새로운 생산 현장을 찾는 외국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대마초 생산이 점차 글로벌화되어 가고 있다. 15세에서 67세에 해당하는 세계 인구의 13%가 대마초를 흡연하고 있다. 세계 30개 대마초 생산국에 나이지리아, 이집트, 잠비아, 시에라리온, 마다가스카르, 레소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국가는 대마초 생산을 의학 실험 및 의료용으로 합법화하였지만, 시장에서는 일반인의 대마초 흡연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암시장에서 매년 거래되는 대마초는 약 3만8천 톤이며, 7천 6백만 명이 대마초를 흡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는 대마초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대마초 생산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대마초 경제의 합법화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미 레소토는 대마초를 의료용으로 합법화한 아프리카 최초의 국가다. 레소토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대마초를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다. 레소토는 2017년부터 의료용 대마초의 생산, 가공 및 수출에 대한 최초의 라이센스를 부여하고, 까다로운 조건으로 소기업이 아닌 외국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아프리카 두 번째로 대마초 생산을 합법화한 짐바브웨는 200개가 넘는 현지 및 외국 기업이 생산 라이센스에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이미 대마초의 일종인 해시시(hashish)가 생산되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처럼 아프리카에서 대마초 생산과 유통은 완전하게 합법화되지 않았지만, 단속되는 것은 아니어서 암암리에 생산되고,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12억 인구의 아프리카에서 대마초 생산과 흡연이 합법화된다면, 매년 71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에서는 대마초가 오래전부터 전통 의약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현대 의료 사각지대인 농촌에서는 예방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NGO나 국제 구호 단체에서도 대마초 사용을 공개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현재 다수 아프리카 국가는 대마초를 경제 부흥의 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수용하는 추세다. 특히 담배 수요 감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정부가 대마초 재배를 반(半)합법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대마초 재배가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작물보다 경제적 이익을 많이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수수밭이 점차 대마초 재배지로 둔갑하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아프리카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하고 공익에 맞게 허용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많다. 그중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과 성년의 대마초 과다 사용 기준과 처벌의 법제화와 관리·감독이다. 대마초 생산량이 많은 국가 대부분은 실업률이 높다는 점에서(예를 들어, 나이지리아, 가나, 모잠비크, 짐바브웨, 말라위, 남아프리카, 레소토 등) 무분별한 대마초 흡연으로 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 둘째, 대마초 생산과 판매에 대한 해외 다국적 기업의 독점 방지다. 다국적 기업들은 아프리카의 값싼 노동력과 비옥한 넓은 토지를 이용하여 대량 생산 체계를 통해 몇 배의 가격으로 북부 지역(유럽, 북미, 아시아 등)으로 판매하려고 하고 있다. 셋째, 다국적 기업의 투자 대상은 경제 상황이 아주 안 좋은 국가들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이 자칫 세계 마약 밀매의 중심이 되어 라틴 아메리카처럼 분쟁의 또 다른 씨앗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별 국가의 노력도 우선 필요하지만, 지역 협력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마초 불법 유통을 차단하고, 다국적 기업의 독점과 횡포를 다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협력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