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배유진 HK연구교수

COVID-19와 아프리카의 미래

19May/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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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대륙은 수년간의 협상 끝에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 도달했고, 2020년은 아프리카의 ‘개방된 국경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가 COVID-19로 인해 국경을 폐쇄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대륙 내 상품의 이동을 제한할 뿐 아니라 노동자와 중소기업에 끔찍한 결과를 낳고 있다. COVID-19로인해 국경 폐쇄가 장기화된다면 상상하기 힘든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아프리카 연합(AU)는 국경 폐쇄로 인한 상품의 이동 제한은 특히 이웃 국가와의 무역에 의존하는 여러 아프리카국가의 보건, 경제, 사회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한된 상품 이동 및 수송은 국경 폐쇄로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의 일부분이다. ‘유동성’은 아프리카인들에게 생계와 직결된 일이다. 다수의 아프리카인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가서 일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다른 국가에서 창출한 수입으로 본인의 가족 생계유지에 보탠다. 하지만 국경 폐쇄로 인해 이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이웃 국가와의 무역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사업 운영을 위한 자재나 상품의 유동 지연과 규제로 인해 문을 닫고 있다. 또한, 농부나 소규모 기업가는 국내 시장에서 그들의 상품이나 제품을 팔아야 하지만, 시장의 크기가 제한적이다. 이런 현상은 아프리카 국가의 실업률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결국 아프리카 대륙 전체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하는 데 큰 방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긍정적인 미래를 위해 COVID-19가 빨리 종식되길 바란다.

https://www.scmp.com/comment/opinion/article/3077737/africa-economic-shutdown-may-devastate-more-lives-coronavirus

말라위 조혼 문제 해결과 전통적 족장의 역할

19May/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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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혼은 여성이 출산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을 높이고, 여성이 충분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빼앗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 및 빈곤 문제와 연결된다. 유니세프(UNICEF)의 2017년 세계 아동 현황에 관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말라위 여성의 약 46%가 18세 이전에 결혼하고 약 9%가 15세 이전에 결혼한다. 말라위에서 조혼은 여성 아이에게 종종 강요된다. 딸은 다른 가족의 식량이나 자원과 ‘거래’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말라위에서 조혼 문제는 전통적 문화뿐 아니라 빈곤과 혼인법 집행 부족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 하지만 최근 말라위 내 조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었다. 왜냐하면, 말라위 헌법에 따라 결혼 연령이 18세로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된 헌법이 말라위 내 조혼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특히, 말라위 농업 지역에 정착하고 있는 토착민에게 결혼 연령이 18세로 개정되었다는 사실이 빠르게 인식되려면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 농업 지역에서 토착민이 새로운 결혼 연령을 인식하고, 이들이 법을 실천에 옮기게 하려면 말라위 내 각 지역 전통적 족장(Traditional Authority)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말라위에서 전통적 족장은 지역 내 토지 분배에서부터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전통적 가치관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지역 공동체의 존경과 신임을 받는다. 이런 전통적 족장에게 결혼 연령 제한을 시행하고 법률 위반자를 처벌한 권한을 부여한다면, 말라위 내 조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sites.google.com/site/rosichmalawi/child-marriage

아프리카는 기후 변화와 그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29Jan/20

   2019년 1월 가나에서 열린 ‘아프리카 기후주간’(Africa Climate Week)에 3,000명 이상의 아프리카 정부, 기업과 시민 사회 단체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참여자들은 기후 활동을 위한 다양한 부문 간의 참여와 협력 강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 적절한 국가 및 국제 기금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는 2016년 파리 기후협약을 포함한 국제 기후협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적으나(약 4%) 아프리카는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기후 주간 개최나 국가들의 기후협약 체결 등은 이들이 기후 변화 적응력을 구축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 아프리카인은 기후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을까?

   아프로바로미터(Afrobarometer)가 2016년과 2018년 사이 아프리카 34개국에서 45,823명의 아프리카인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상당수의 설문 조사 대상자는 농업 생산을 위한 기후 조건이 지난 10년 동안 악화하였다고 말했다. 특히, 농업에 종사하는 아프리카인들은 다른 생계형(45%)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악천후에 대한 심각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아프리카인이 농부와 목축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기후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프리카인이 기후 변화라는 용어에 익숙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물론, 우간다, 말라위 등 최근 기후 변화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은 몇몇 국가에서 기후 변화라는 용어는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아프로바로미터에 따르면 아프리카인 10명 중 6명 정도만 이 용어를 들어봤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나 남아공 같은 아프리카의 최대 인구 보유국 응답자의 절반만이 기후 변화라는 용어를 안다고 답했다.

   아프리카에서 기후 변화의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중 대다수는 언론 매체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인 농촌 주민이나 여성들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기후 변화라는 용어를 안다고 해도 인간 활동이 기후 변화와 이와 관련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이 28%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 적응 및 완화는 지역 수준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농업이 경제의 가장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는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에서, 농민이 기후 변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아프리카 정부를 비롯해 국제기구가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금을 사용해 지역 수준에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상기해주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와 지역 간 전력 접근성의 현실

29Jan/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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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7(SDG 7)는 2030년까지 모두를 위한 적정 가격의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며 현대적인 에너지 접근 보장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SDG 7 발전 추이 추적: 에너지 발전 보고서 2019』(Tracking SDG 7: The Energy Progress Report 2019)에 의하면, 전기 없이 생활하는 전 세계 인구가 2000년 약 12억 명에서 2016년에 약 8억 4,000만 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아프리카 인구의 전력 접근성은 크게 향상되고 있을까?

   아프로바로미터(Afrobarometer)가 2016년과 2018년 사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4개국의 아프리카인 약 4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약 65%의 아프리카인이 전력망이 제공되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아프로바로미터가 2011/2013년에 실시한 조사와 비교했을 때(64%) 1%밖에 증가하지 못한 수치다. 또한, 전력 접근성은 각국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모리셔스인이나 튀니지인 등은 거의 100%에 가까운 그리드 서비스를 받는 구역에 살고 있으나 부르키나파소(28%), 마다가스카르(29%), 말리(30%)의 인구의 약 3분의 1만이 전력에 접근할 수 있다.

   34개국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공통 문제는 도심과 농촌 지역 간에는 전력 접근성에서 큰 격차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아프로바로미터에 의하면 34개국 도심 지역 인구의 92%가 전력을 사용할 수 있었던 반면, 농촌 지역민의 44%만이 전력에 접근할 수 있었다. 특히, 청소년 문맹 퇴치, 고용, 농업 및 비농업 부문 소득 창출 활동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세계적으로 농촌 지역 전력 충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전력 접근성은 아직도 아프리카 농촌 지역에서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외국인 투자자, 기업을 비롯해 아프리카 정부는 아직 농업이 경제의 중심이 되는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의 현실을 직시하고 농업 지역 전력화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http://afrobarometer.org/sites/default/files/publications/Dispatches/ab_r7_dipstachno334_pap11_reliable_electricity_still_out_of_reach_for_most_africans.pdf

말라위의 토지법과 불법적 토지 거래

20Nov/19

   드왕그와(Dwangwa)는 말라위에서 가장 중요한 설탕 산업 지역이다. 안타깝게도 드왕그와에 외부 설탕 생산 기업이 진출하면서, 토착민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일(토지 횡령)이 발생하고 있다. 드왕그와에서 현지 조사를 하는 동안, 카옹고지(Kaongozi)와 카림콜라(Kalimkhola)처럼 설탕 산업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공동체를 접할 수 있었다. 이들 공동체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던 관습적 토지(customary land)에서 쫓겨나 열악한 지역에서 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강제 이주 배경에는 관습적 토지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전통적 당국이 있다. 전통적 당국은 토착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키지 않고, 외부 기업 및 정부와 함께 불투명한 토지 거래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불투명하고 불법적 성격을 지닌 토지 거래가 어떻게 성사가 되었을까?

   1965년의 말라위 토지법에 따르면 관습적 토지는 말라위인의 소유지만 결국 대통령에 의해 부여된다. 그리고 말라위 토지는 기업이나 이를 대신하는 어떠한 행위자의 이익을 위해 제공되어서는 안 되지만 대통령의 허가가 있다면 승인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정부는 대통령의 승인만 있다면 공공 토지나 관습적 토지의 임대권을 보장함으로써, 개인 토지로 변경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 드왕그와를 설탕 산업의 주요 지역으로 지정한 사람은 말라위 초대 대통령이었던 카무주 반다(Kamuzu Banda)다. 카무주 반다는 1969년과 1975년 드왕그와 내 관습적 토지를 사탕수수 재배지로 변환시키라고 명령했다.

  또한, 이 법령에 따르면 특정 지역이 공식적으로 개발 구역으로 선정되었을 시, 전통적 당국은 관습적 토지 위원회를 구성하여 토지 전환 및 새로운 취득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장관의 토지 개발에 대한 지시가 있을 시, 추장을 비롯한 지역 수장은 자신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관습적 토지 내에서 토지 사용 및 점유를 승인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 즉, 드왕그와 내 불투명한 토지 거래와 토지 횡령은 1965년의 말라위 토지법하에서 합법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라위는 2016년부터 토지 소유권과 관련된 법과 정책을 개정해 왔다.  이는 토지 거래뿐 아니라 토지 횡령 연구의 방향에도 변화가 생길 것임을 시사한다. 변화하고 있는 토지 관련 법과 정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말라위 토지 연구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