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김은경 HK교수

남수단의 지속적 내전과 식량난

14Ma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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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남수단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기아 상태는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이며 2/3 이상의 국민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가뭄 등 좋지 않은 기후 탓도 있지만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계속되는 내전을 종식하는 일이다. 독립 이전에도 석유 매장지 다툼과 종교적 문제로 수단 정부와 남수단 반란군 사이에 끊임없는 전쟁이 있어 왔고, 이로 인해 22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내분은 남수단이 수단에서 독립하면서 끝난 것이 아니라 남수단 내에서도 곧 내전이 시작되었다. 주요 분쟁은 남수단 대통령 살바 키르(Salva Kiir) 세력과 독립 당시 부통령이던 리에크 마차르(Riek Machar) 세력 사이에 일어났다. 그 후 이들의 세력 다툼은 관련 종족 간 분쟁으로 번져 현재까지 100만 명 이상이 남수단을 떠났고, 다른 200만 명은 국내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으며 많은 사상자를 냈다.

   남수단의 끊임없는 분쟁과 이로 인한 비인도적 결과는 아프리카의 독립 후 국가 건설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민주주의 정착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는 보츠와나나 가나와 달리 남수단을 비롯해 소말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직도 내부의 반란 세력을 통제하지 못 하는 곳도 많다. 남수단의 독립은 국제 사회에서 자치권을 인정받으며 국민 투표로 이루어진 것인데, 차라리 더 강한 세력 혹은 국가가 침입하여 하나의 중앙 집권 통치를 형성하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나이지리아나 우간다도 그 북부 지역의 안보가 든든히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그럭저럭(?)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처럼 남수단도 강한 국가에 맡겨질 수는 없을까? 그러나 남수단의 경우 주변을 둘러봐도 마땅히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나라가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규범과 틀 안에서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 일은 용납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틈도 없이 계속되는 싸움 가운데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동아프리카의 커피 생산 붐

14Mar/18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앞다투어 커피 생산과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간다는 지난 수확 년도 대비 36퍼센트 생산 증가율을 보였고 르완다와 에티오피아에서도 각각 17.6퍼센트, 16.3퍼센트 생산량이 증가했다. 특히 유럽, 북미 등의 기존 수출 시장 외에 중국, 러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요가 증가하여 동아프리카 커피 수출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국제 수요가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의 커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커피를 재배하려는 농민도 늘어나고 있으며 생산지 면적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르완다의 커피 수출은 농산물 수출의 24퍼센트를 차지하며, 탄자니아는 40만 명 이상의 인력이 소규모 생산을 통해 총 생산의 90퍼센트를 책임지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브룬디의 경우, 커피 수출이 전체 수출의 27퍼센트를 차지하며 60-80만 명의 생산자가 이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다. 케냐의 경우 커피 생산량은 1980년대에 비하면 상당히 하락했다(65퍼센트 정도). 농기자재 및 비료 가격이 높고 농민들은 브로커나 정부에 판매한 농산물에 대한 값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으며 부채도 상당하다. 에티오피아에서도 높은 마케팅 비용 등 중간 거래 비용이 높아 농민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크지 않다. 또한 생산자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여 상품의 품질이 낮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품질이 좋을 때 장려하기도 힘들다. 또한 복지 혜택의 일환으로 극빈 생산자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난관이 있지만 현재 동아프리카는 커피 수출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이지리아: 농부와 목동 간 무력 충돌

28Jan/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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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정착 생활을 하며 논밭을 일구는 농민들과 목초지를 찾아 가축들을 방목하는 목동들 간 무력 충돌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분쟁의 원인은 베뉴(Benue) 주와 타라바(Taraba) 주의 주지사들이 입안해 통과된 반방목법 때문이다. 반방목법에 의하면 이 지역의 소들은 방목에 적절하지 않으며 방목에 적절한 종류의 지정된 소들만 목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지리아가 목축업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아, 많은 가축이 도중에 자연적으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하다. 뿐만 아니라 국가가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농업 장려 정책을 쓰는 것도 잘못된 처사는 아니다. 그러나 목축업자의 입장에서 이는 생계가 달린 문제일 것이다. 농민들은 이 법에 의거해 불법 소들이 방목, 운영되는 것을 고발했고 목축업자들은 법 제정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소들을 기름으로써 충돌이 생겼다.

   물론 이 법을 제안하고 통과시킨 데는 정치적인 목적이 숨어 있다. 2019년 선거를 의식한 주지사들이 농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계속되는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연방 정부는 ‘가축 콜로니(colonies)’를 제안했다. 방목 대신 인위적으로 조성된 특정 공간에서만 가축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으나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정치인들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소수 집단인 목축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풀라니족 농민과 목축업자 간에도 이권 다툼이 격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allafrica.com/stories/201801090089.html

탄자니아 대통령 마구풀리의 환금 작물 장려 정책과 경제 성장

25Nov/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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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탄자니아의 대통령 선거에서 존 폼베 마구풀리(JPM)가 당선됐을 때, 사람들은 그가 속한 집권 여당 CCM보다 그가 더 인기가 많다고 할 정도로 기대가 컸다. 그 후 현재까지 JPM은 부정부패 척결, 초중등학교 무상 교육 실시, 정부 세입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2017년 1/4분기 세계은행 보고서는 탄자니아를 경제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 중 하나로 꼽았다.

   한편, 탄자니아는 GDP의 1/4 이상이 농업에서 창출되며 수출액 전체의 85%가 농산품 수출로 얻어진다. 이러한 경제 구조를 고려하여, 최근 CCM은 환금 작물 재배 장려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특히 목화, 차, 커피, 캐슈넛, 담배 등 다섯 가지 환금 작물에 대해 수출 관세를 낮추고 경작 면적을 늘림으로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환금 작물의 확장은 중소규모 또는 대규모 농업 관련 제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목화 재배의 경우 기존의 섬유 산업에 대한 지원도 늘려 기반을 다지면 1, 2차 산업에 대한 발전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마구풀리의 정책은 전반적으로 발전국가모델(development state model)에 바탕을 둔 것으로,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 원칙를 따르나 발전 방향 설정과 정책 결정에 국가가 결정적 주도권을 가진다. 이는 에티오피아의 멜레스 제나위나 르완다의 폴 카가메가 채택한 정책과 유사하다. 이러한 발전 모델의 특징은 외부의 금융/개발 기구에 의한 계획이 아닌 국내 지도자들의 자체적 결정에 의해 발전 방향이 수립되고 정책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긍정적 경제 전망을 이어 나갈 노력과 책임도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하겠다.

만평 출처: http://allafrica.com/stories/201605020533.html

짐바브웨의 새로운 시작, 발전 가능성 요인은?

24Nov/17

   식민 통치를 경험하고, 일당제나 군부 독재를 지나, 민주주의로 향해 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발전 과정 가운데 최근 짐바브웨에서 일어난 일들은 큰 의미를 지닌다. 짐바브웨의 대통령 무가베(Robert Mugabe)가 집권당인 ZANU-PF의 부통령 음낭가과(Emmerson Mnangagwa)를 축출한 지 일주일 만에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무가베를 정권에서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가베는 사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으나, 결국 탄핵이 시행되기 직전에 퇴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과 야당 지도자들은 물론, 집권당 엘리트들도 환호를 올렸다.

   하지만 무가베의 사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짐바브웨의 향방이다. 크게 세 가지로 발전 가능성 요인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 1980년 독립을 이끌어 낸 무가베 정부는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에 기반을 두고 그동안 국민의 지지를 받아 왔다. 짐바브웨의 대다수 국민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무가베는 그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독립 당시 존재하던 산업 기반마저 무너뜨리며 농업 중심의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짐바브웨는 보유한 천연자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농업 외의 산업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공공 부문과 공기업을 개혁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무가베의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적 정치 전략은 공공 부문을 비효율적으로 비대하게 만들었다. 서구의 구조 조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공 부문은 축소되지 않았고, 공기업은 합리적 또는 경쟁적 구조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러한 요인들과 부정부패로 인해 2000년대 짐바브웨는 초인플레이션이 찾아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아직도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측면에서 야당 참여와 시민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 군사 쿠데타로 무가베가 물러나긴 했지만 부통령 음낭가과와 군부 모두 현 집권 정당인 ZANU-PF의 일원이다. 게다가 음낭가과는 무가베와 함께 문제가 될 만한 정책들을 입안해는 데 일조했던 인물이며, 불법 채굴을 통해 재물을 많이 모았으며, 과거의 행적을 보았을 때 독재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다. 따라서 무가베의 사임으로 민주주의가 도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짐바브웨의 정치 지도자들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고 전 세계가 그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포용적이고 다양화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