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는 국가 부채 문제와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9월부터 휘발유, 경유, 등유 구매 시 16퍼센트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이번 연료세 인상으로 매년 710억 실링(7880억 원)의 추가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적용은 2013년 부가가치세법(VAT Act)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으나, 이 법의 도입은 2016년으로 미뤄진 후 다시 2018년까지 연기되었다. 사실, 케냐 정부는 2015년 IMF로부터 6억 9천만 불의 대기성 차관을 들여오면서 연료 부가가치세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IMF는 연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중단함으로써 국가 재정을 늘리고 재정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도입과 함께 석유값이 인상되어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되었다. 특히, 운송비가 증가하고 기계를 사용하는 농업 분야와 제조업 분야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은 국민들의 거센 항의와 반발을 불러와 케냐타 대통령은 부가가치세율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료 부가가치세 도입이 케냐의 경제 전망과 케냐타 정권에 대한 지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All posts by 김은경 교수
잠비아의 부채 위기, 중국이 인수할까
잠비아는 국가 부채 위기를 겪으며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도로 위의 차들은 가급적 속도를 낮춰 달리지 않으면 속도 위반 딱지를 떼이기 쉽고, 정부는 우물 사용, 인터넷 전화 사용에 대한 세금도 걷겠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잠비아 정부의 재정난이 심각하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잠비아는 연간 7퍼센트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1년 구리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잠비아의 경제 호황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국가적 경제난의 원인은 구리 가격 하락에만 있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효율적이고 비계획적인 정부 지출이다. 2011년 이후 정부는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를 감행하여 새로운 도로, 병원, 공항을 건설했고 행정 구역도 72개에서 115개로 늘리며 각 지역에 대한 국가 지원(patronage)을 늘렸다. 특히 부정 선거가 논란이 되고 야당 지도자가 강제 수감된 2016년 이후, 잠비아 정부는 막대한 지출 등 여러 측면에서 권위주의적 정부의 형태로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족한 재정을 메꾸기 위해 잠비아 정부는 차관을 도입했고 2011년 GDP대비 21퍼센트였던 국가 부채는 2017년 59퍼센트로 늘어났다. 그 중 3분의 2가량이 해외 부채이며 중국 정부나 유럽 투자자들로부터 대부분을 들여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이 채무를 담보로 잠비아의 중요한 국가 소유 재산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났다. 아직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케네스 카운다 국제공항, 중국이 제공한 차관으로 운영되는 잠비아의 공영 방송국, 전기 공사 등을 중국이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잠비아 정부는 이러한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잠비아가 심각한 부채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투자자 또는 파트너로서 중국의 역할이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의심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만, 잠비아의 사례로 비추어 볼 때 아프리카 정부의 역할이 각국의 미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립 이후 겪었던 경제 위기의 정치적 원인들을 망각하고 비슷한 과오를 반복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와 같은 잠비아의 부채 위기는 여타 아프리카 국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고로 케냐인은 우갈리를 먹어야한다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옥수수(maize)는 가장 중요한 농작물 중 하나다. 옥수수는 이 지역 전체 면적의 17%에서 경작되며, 3억 아프리카인이 주식으로 소비하고 대다수 농민의 주요 수입원이 된다. 위의 카툰에서 보이는 흰 떡같이 생긴 것이 옥수수 가루로 만든 그 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우갈리(예: 케냐), 시마(예: 잠비아) 등으로 불리며 유사한 음식으로는 서부 아프리카의 푸푸(fufu)나 방쿠(banku), 남부 아프리카의 사드자(sadza) 등이 있다. 많은 아프리카인은 그들의 조상 때부터 옥수수로 만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고 여기며, 이것을 먹어야 제대로 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옥수수로 만든 음식을 주식으로 삼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19세기까지는 수수나 기장을 주로 먹었다.) 이들의 이러한 옥수수 사랑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한 가지 작물을 같은 땅에 계속 기르면 병충해나 자연재해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다양한 곡물 섭취가 물론 영양 균형에도 더 좋다. 국가 차원에서 볼 때도 농업 생산을 다양화하는 것이 농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국가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영세농의 경우 여러 가지 작물을 기르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가지를 골라 경작하기 쉽고, 대부분 수확성이 높은 옥수수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말라위나 잠비아와 같이 국민 다수가 옥수수 경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국가에서는 정부도 급작스럽게 농업 다양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말라위인은 심지어 “옥수수는 우리의 인생이다(Maize is life)”라고 할 정도다. 게다가 최근 기후 변화와 가뭄으로 인해 동남부 아프리카 전역의 국가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기호, 국민 다수의 생계 문제, 환경 변화, 경제 성장이라는 과제 앞에서 각 정부는 쉽지 않겠지만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카툰 출처: https://www.amazon.com/I-Love-Ugali-Sukuma-Wiki/dp/1492743801
남수단의 지속적 내전과 식량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남수단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기아 상태는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이며 2/3 이상의 국민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가뭄 등 좋지 않은 기후 탓도 있지만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계속되는 내전을 종식하는 일이다. 독립 이전에도 석유 매장지 다툼과 종교적 문제로 수단 정부와 남수단 반란군 사이에 끊임없는 전쟁이 있어 왔고, 이로 인해 22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내분은 남수단이 수단에서 독립하면서 끝난 것이 아니라 남수단 내에서도 곧 내전이 시작되었다. 주요 분쟁은 남수단 대통령 살바 키르(Salva Kiir) 세력과 독립 당시 부통령이던 리에크 마차르(Riek Machar) 세력 사이에 일어났다. 그 후 이들의 세력 다툼은 관련 종족 간 분쟁으로 번져 현재까지 100만 명 이상이 남수단을 떠났고, 다른 200만 명은 국내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으며 많은 사상자를 냈다.
남수단의 끊임없는 분쟁과 이로 인한 비인도적 결과는 아프리카의 독립 후 국가 건설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민주주의 정착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는 보츠와나나 가나와 달리 남수단을 비롯해 소말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직도 내부의 반란 세력을 통제하지 못 하는 곳도 많다. 남수단의 독립은 국제 사회에서 자치권을 인정받으며 국민 투표로 이루어진 것인데, 차라리 더 강한 세력 혹은 국가가 침입하여 하나의 중앙 집권 통치를 형성하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나이지리아나 우간다도 그 북부 지역의 안보가 든든히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그럭저럭(?)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처럼 남수단도 강한 국가에 맡겨질 수는 없을까? 그러나 남수단의 경우 주변을 둘러봐도 마땅히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나라가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규범과 틀 안에서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 일은 용납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틈도 없이 계속되는 싸움 가운데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동아프리카의 커피 생산 붐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앞다투어 커피 생산과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간다는 지난 수확 년도 대비 36퍼센트 생산 증가율을 보였고 르완다와 에티오피아에서도 각각 17.6퍼센트, 16.3퍼센트 생산량이 증가했다. 특히 유럽, 북미 등의 기존 수출 시장 외에 중국, 러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요가 증가하여 동아프리카 커피 수출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국제 수요가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의 커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커피를 재배하려는 농민도 늘어나고 있으며 생산지 면적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르완다의 커피 수출은 농산물 수출의 24퍼센트를 차지하며, 탄자니아는 40만 명 이상의 인력이 소규모 생산을 통해 총 생산의 90퍼센트를 책임지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브룬디의 경우, 커피 수출이 전체 수출의 27퍼센트를 차지하며 60-80만 명의 생산자가 이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다. 케냐의 경우 커피 생산량은 1980년대에 비하면 상당히 하락했다(65퍼센트 정도). 농기자재 및 비료 가격이 높고 농민들은 브로커나 정부에 판매한 농산물에 대한 값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으며 부채도 상당하다. 에티오피아에서도 높은 마케팅 비용 등 중간 거래 비용이 높아 농민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크지 않다. 또한 생산자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여 상품의 품질이 낮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품질이 좋을 때 장려하기도 힘들다. 또한 복지 혜택의 일환으로 극빈 생산자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난관이 있지만 현재 동아프리카는 커피 수출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