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김은경 교수

우간다-르완다 국경 폐쇄, 그 원인은?

13Mar/19

   3월초 우간다에서 르완다로 진입하려던 화물 트럭이 르완다의 가투나(Gatuna) 타운에 위치한 세관을 통과하려다 제지당했다. 그 후에도 르완다에서 우간다로 이동하려는 차량들이 르완다 쪽 세관에서 계속해서 통과에 실패했다. 르완다 국세청(Rwanda Revenue Authority)은 그 원인이 가투나 지역 도로 보수 공사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르완다 정부는 우간다에 들어간 르완다 국민들이 우간다 정부에 의해 적법 절차 없이 감금, 구류, 고문을 당하거나 강제 추방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간다 정부는 거짓 혐의라고 주장했으며 오히려 르완다 정부의 정보원들이 우간다의 치안 조직에 침투하려다 적발됐다고 비방했다. 적발된 르완다 정보원들은 실제로 감금당하거나 강제 추방당하였으나 적법 절차에 의한 것이었다고 우간다 정부는 주장했다.

   두 국가의 국경에서 발생한 혼란은 지역민들의 경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히고 있다. 무역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국경 근처에서 소매업을 하는 사람들, 화물업계 종사자 및 우간다에서 보건 진료와 교육을 받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르완다는 다섯 번째로 큰 우간다 수출품의 도착지이기도 하다.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과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서로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도운 긴밀한 사이이며, 비즈니스에 관해서도 유대가 깊다. 그러나 무세베니와 카가메가 함께 지지했던 콩고민주공화국의 로렌트 카빌라가 정권을 잡은 후 두 국가의 군인들을 모두 추방하자 그 후 두 국가 정상들은 협력 관계가 아닌 경쟁 관계로 돌아섰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에 대한 패권 다툼이 두 국가 간 계속되는 긴장 상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케냐의 연료 부가가치세 도입 논란

17Se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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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는 국가 부채 문제와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9월부터 휘발유, 경유, 등유 구매 시 16퍼센트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이번 연료세 인상으로 매년 710억 실링(7880억 원)의 추가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적용은 2013년 부가가치세법(VAT Act)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으나, 이 법의 도입은 2016년으로 미뤄진 후 다시 2018년까지 연기되었다. 사실, 케냐 정부는 2015년 IMF로부터 6억 9천만 불의 대기성 차관을 들여오면서 연료 부가가치세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IMF는 연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중단함으로써 국가 재정을 늘리고 재정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도입과 함께 석유값이 인상되어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되었다. 특히, 운송비가 증가하고 기계를 사용하는 농업 분야와 제조업 분야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은 국민들의 거센 항의와 반발을 불러와 케냐타 대통령은 부가가치세율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료 부가가치세 도입이 케냐의 경제 전망과 케냐타 정권에 대한 지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잠비아의 부채 위기, 중국이 인수할까 

16Sep/18

   잠비아는 국가 부채 위기를 겪으며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도로 위의 차들은 가급적 속도를 낮춰 달리지 않으면 속도 위반 딱지를 떼이기 쉽고, 정부는 우물 사용, 인터넷 전화 사용에 대한 세금도 걷겠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잠비아 정부의 재정난이 심각하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잠비아는 연간 7퍼센트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1년 구리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잠비아의 경제 호황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국가적 경제난의 원인은 구리 가격 하락에만 있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효율적이고 비계획적인 정부 지출이다. 2011년 이후 정부는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를 감행하여 새로운 도로, 병원, 공항을 건설했고 행정 구역도 72개에서 115개로 늘리며 각 지역에 대한 국가 지원(patronage)을 늘렸다. 특히 부정 선거가 논란이 되고 야당 지도자가 강제 수감된 2016년 이후, 잠비아 정부는 막대한 지출 등 여러 측면에서 권위주의적 정부의 형태로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족한 재정을 메꾸기 위해 잠비아 정부는 차관을 도입했고 2011년 GDP대비 21퍼센트였던 국가 부채는 2017년 59퍼센트로 늘어났다. 그 중 3분의 2가량이 해외 부채이며 중국 정부나 유럽 투자자들로부터 대부분을 들여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이 채무를 담보로 잠비아의 중요한 국가 소유 재산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났다. 아직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케네스 카운다 국제공항, 중국이 제공한 차관으로 운영되는 잠비아의 공영 방송국, 전기 공사 등을 중국이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잠비아 정부는 이러한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잠비아가 심각한 부채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투자자 또는 파트너로서 중국의 역할이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의심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만, 잠비아의 사례로 비추어 볼 때 아프리카 정부의 역할이 각국의 미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립 이후 겪었던 경제 위기의 정치적 원인들을 망각하고 비슷한 과오를 반복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와 같은 잠비아의 부채 위기는 여타 아프리카 국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고로 케냐인은 우갈리를 먹어야한다고?!

17May/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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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옥수수(maize)는 가장 중요한 농작물 중 하나다. 옥수수는 이 지역 전체 면적의 17%에서 경작되며, 3억 아프리카인이 주식으로 소비하고 대다수 농민의 주요 수입원이 된다. 위의 카툰에서 보이는 흰 떡같이 생긴 것이 옥수수 가루로 만든 그 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우갈리(예: 케냐), 시마(예: 잠비아) 등으로 불리며 유사한 음식으로는 서부 아프리카의 푸푸(fufu)나 방쿠(banku), 남부 아프리카의 사드자(sadza) 등이 있다. 많은 아프리카인은 그들의 조상 때부터 옥수수로 만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고 여기며, 이것을 먹어야 제대로 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옥수수로 만든 음식을 주식으로 삼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19세기까지는 수수나 기장을 주로 먹었다.) 이들의 이러한 옥수수 사랑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한 가지 작물을 같은 땅에 계속 기르면 병충해나 자연재해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다양한 곡물 섭취가 물론 영양 균형에도 더 좋다. 국가 차원에서 볼 때도 농업 생산을 다양화하는 것이 농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국가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영세농의 경우 여러 가지 작물을 기르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가지를 골라 경작하기 쉽고, 대부분 수확성이 높은 옥수수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말라위나 잠비아와 같이 국민 다수가 옥수수 경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국가에서는 정부도 급작스럽게 농업 다양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말라위인은 심지어 “옥수수는 우리의 인생이다(Maize is life)”라고 할 정도다. 게다가 최근 기후 변화와 가뭄으로 인해 동남부 아프리카 전역의 국가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기호, 국민 다수의 생계 문제, 환경 변화, 경제 성장이라는 과제 앞에서 각 정부는 쉽지 않겠지만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카툰 출처: https://www.amazon.com/I-Love-Ugali-Sukuma-Wiki/dp/1492743801

남수단의 지속적 내전과 식량난

14Ma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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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남수단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기아 상태는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이며 2/3 이상의 국민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가뭄 등 좋지 않은 기후 탓도 있지만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계속되는 내전을 종식하는 일이다. 독립 이전에도 석유 매장지 다툼과 종교적 문제로 수단 정부와 남수단 반란군 사이에 끊임없는 전쟁이 있어 왔고, 이로 인해 22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내분은 남수단이 수단에서 독립하면서 끝난 것이 아니라 남수단 내에서도 곧 내전이 시작되었다. 주요 분쟁은 남수단 대통령 살바 키르(Salva Kiir) 세력과 독립 당시 부통령이던 리에크 마차르(Riek Machar) 세력 사이에 일어났다. 그 후 이들의 세력 다툼은 관련 종족 간 분쟁으로 번져 현재까지 100만 명 이상이 남수단을 떠났고, 다른 200만 명은 국내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으며 많은 사상자를 냈다.

   남수단의 끊임없는 분쟁과 이로 인한 비인도적 결과는 아프리카의 독립 후 국가 건설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민주주의 정착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는 보츠와나나 가나와 달리 남수단을 비롯해 소말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직도 내부의 반란 세력을 통제하지 못 하는 곳도 많다. 남수단의 독립은 국제 사회에서 자치권을 인정받으며 국민 투표로 이루어진 것인데, 차라리 더 강한 세력 혹은 국가가 침입하여 하나의 중앙 집권 통치를 형성하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나이지리아나 우간다도 그 북부 지역의 안보가 든든히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그럭저럭(?)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처럼 남수단도 강한 국가에 맡겨질 수는 없을까? 그러나 남수단의 경우 주변을 둘러봐도 마땅히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나라가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규범과 틀 안에서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 일은 용납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틈도 없이 계속되는 싸움 가운데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