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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원조 중단과 아프리카

12Feb/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해외원조 지출을 90일간 동결했다. 게다가 해외원조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가치나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위상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해외원조 정책 변화는 아프리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통계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1> 2019-2023년 OECD-DAC 10대 주요 대아프리카 공여국의 원조 지출 현황
AFRICA COTM - OCT Final
<그림 1>은 트럼프 이전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원조 지출을 기록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대아프리카 원조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2-1> 미국 원조의 수혜국별 지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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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oreignAssistance.gov

<그림 2-2> 미국 원조의 상위 10개 수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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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oreignAssistance.gov

<그림 2-1>과 <그림 2-2>는 전 세계 수준에서도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 원조의 주요 수혜지역임을 보여준다. 상위 10개국에 5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그림 3-1> 미국의 대아프리카 원조, 분야별 지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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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oreignAssistance.gov
<그림 3-1>은 인도주의적 원조와 보건 부문이 미국 대아프리카 원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함을 나타낸다.

<그림 3-2> 미국의 대아프리카 보건 부문 원조, 세부 항목별/수혜국별 지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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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2>는 HIV/AIDS 대응이 미국의 대아프리카 보건 원조의 가장 큰 비중(65% 이상)을 차지함을 보여준다. 대통령의 AIDS 긴급구호 계획(PEPFAR)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HIV/AIDS 대응 프로그램과 관련된 지원이다. 다음으로는 말라리아, 모자보건, 가족계획 및 생식보건 등이 뒤를 잇고 있으며,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전염병 대응에 대한 집중이 두드러진다. 주요 수혜국으로는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남아공, 콩고민주공화국 등이 있으며, 인구가 많고 보건 위기가 심각한 국가에 효율성을 고려한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아프리카 원조는 평균적으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 예산의 약 1.3-1.4%를 차지한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작은 말라위, 레소토, 라이베리아 등의 경우 국가 예산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해외원조 및 지원 중단은 이번 미국 사례만이 아니라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행정부의 원조 중단 및 삭감 시도는 이번 미국 사례와 같이 사법부, 입법부, 비정부기구 등의 인도주의적 노력에 의해 제지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원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패 방지 및 투명성 강화, 세수 확충,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AfCFTA)와 같은 지역 협력체의 활용, 외교 파트너의 다각화 등은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기회 삼아 차별적인 양질의 원조를 지원하고 아프리카의 새로운 파트너로 급부상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은경 교수 주헝가리 대사관 초청 강연

아프리카연구소 김은경 교수는 1월 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세멜바이스 대학에서 공공외교 특강을 진행했다. 트럼프 2.0시대 우리의 대아프리카전략에 관해 강연했고 부다페스트 내 여러 대학에서 3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24년 개최된 한국의 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성과와 중국의 대아프리카 정책과의 차별성,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글로벌 사우스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IMG_6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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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아프리카 선거에 나타난 경제 투표 현상

12Dec/24

2024년 아프리카 25개국에서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중 대다수의 국가에서 예정대로 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군사 쿠데타 발발로 임시정부를 구성했거나 정국이 불안정한 부르키나파소, 기니비사우, 말리, 리비아, 남수단은 예정했던 선거를 치르지 않거나 선거일을 연기했다.

    2024년 선거 중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정권교체가 이뤄진 가나, 보츠와나, 모리셔스, 세네갈, 소말리란드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남아공을 들 수 있다. 이들 국가의 선거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특징은 경제적 여건 악화에 대한 처벌로서 야권세력을 지지하는 경제 투표 현상이다(<그림 1> 참조). 남아공 총선에서는 높은 실업률, 반복되는 불평등, 부패 스캔들에 대한 불만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처음으로 의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40.2%의 득표율에 그치며 역사적인 참패를 맛봤다. 세네갈에서도 청년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마키 살 정부는 비판을 받았다. 대신 우스만 손코가 이끄는 야당은 젊은 유권자들과 도시 지역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으며 18.5% 득표율 차이로 승리했다.

      이와 유사하게 보츠와나, 모리셔스, 가나의 유권자들도 경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야당을 선택했다. 보츠와나에서는 보츠와나민주당(BDP) 정권 하 나타난 실업과 경제 침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민주적 변화를 위한 우산당(UDC)을 선택함으로써 BDP의 58년 지배를 종식시켰다. 모리셔스에서도 경제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선거에서 야당 지지로 나타났다. 가나는 국가채무가 증가하여 2023년부터 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전직 대통령이자 야당 후보인 존 마하마는 15% 득표율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매 선거 치열한 접전을 보이는 가나 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면 2024년 선거에서 야당이 큰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의 사례들은 경제난 속에서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변화, 형평성, 진보를 요구하는 ‘정권 심판론’ 성격이 크다.

        반면, 여당이 승리한 국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증가 또는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그림 2> 참조). 권위주의 혹은 민주주의 등 국가체제에 상관없이 북부 아프리카 튀니지와 모리타니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사실상 <그림 2>에 표시된 국가 중 나미비아만이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다. 모잠비크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져 선거 후 대규모 선거 불복 시위가 발생했다. 정부의 강경 진압과 일부 시위대의 폭력적 행동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했으며, 정부는 시위와 선동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다. 선거 결과, 1975년 독립 이후 정권을 잡은 모잠비크해방전선(FRELIMO)에 의한 집권은 계속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2>에서 보듯 아프리카 선거 권위주의 국가에서 집권당이 정치적 정당성을 지니는 이유는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종족 투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아프리카 정치 맥락에서 이러한 경제 투표 현상은 흥미로운 결과이다.

          <그림 1> 2024년 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추이

           2024년 선거에서 정권교체가 나타난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추이

          자료: World Bank Open Data(저자 직접 작성)
          <그림 2> 2024년 선거에서 여당 강세가 지속한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추이

          자료: World Bank Open Data(저자 직접 작성)

          7월 2일 말라위 재선거, 민주화를 향하여

          14May/20

             말라위 선거관리위원회는 2019년 5월 21일 실시한 대선에서 민주진보당(DPP: Democratic Progressive Party) 소속 재선 후보 피터 무타리카 대통령이 38.5%의 득표율로 승리했으며, 야당 후보 시딕 미아와 마이클 우시는 각각 35.4%, 20.2%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0년 2월 3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선거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이고, 심각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법원 판결문을 라디오 생방송을 통해 10시간가량 낭독하고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선거는 2020년 7월 2일 실시할 예정이며 지난해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만 다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말라위가 1964년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부터 헤이스팅스 카무주 반다 대통령이 30년간 장기 집권하며 야권 세력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폭력을 행사해 왔다. 그는 1971년 자신이 평생 대통령직을 놓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1994년 다당제가 도입되고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말라위는 다당제 도입 후에도 부정부패, 불투명한 행정, 극심한 빈곤과 불평등 등 여러 국가적 문제를 겪어 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공정하고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며 성장해 왔다. 이번에도 야권 세력과 시민사회단체의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대선 결과 무효화를 가능하게 했다.

             아프리카 국가에서 선거 조작 논란이 나올 때 헌재가 집권 세력에 불리하게 판결하는 일은 거의 없다. 2018년 짐바브웨 선거가 그 예다. 말라위에서도 집권 정당 관계자들이 일부 판사에게 뇌물 공여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헌재는 결국 선거 결과 무효 결정을 내렸다. 케냐와 말라위 헌재의 선거 결과 무효 판결은 이례적인 사례로서 아프리카 민주화와 법치주의 실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같은 판결은 여전히 장기 집권 지도자가 존재하는 아프리카 국가에게 더는 불법 선거 행위는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 경고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다.

          부룬디 대선, 독재 정권의 지도자 교체인가

          14May/20
          burundi

             부룬디는 2020년 5월 20일 5년 만에 다시 대선을 실시한다. 15년간 재임했던 피에르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았다. 대신, 집권 정당 민주주의수호세력(CNDD-FDD)의 사무총장 에바리스테 은다이시미예를 대선 후보로 선출하였다. 그 외에도 5명이 입후보 등록을 하였으나, CNDD-FDD 정부가 야권 세력에 대한 협박과 탄압을 강화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은다이시미예는 부정 선거를 통해서라도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쿠룬지자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부룬디의 민주화 정도는 더욱 악화하였다.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해 협박을 일삼았고, 기금·물품 횡령과 부정 선거뿐만 아니라 성폭력, 고문, 체포, 처형 등 인권 침해가 자행됐다. 그는 헌법에 명시된 재임 기간 10년을 위반하고 임기를 5년 연장하면서, 부룬디를 정치·경제적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그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겠지만,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가 온전히 살아서 임기를 마친다는 것은 그의 행적에 비해 불공정한 일일 수 있다. 은다이시미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법률 개정을 통해 일당제를 강화하고, 후투와 투치 간 종족 갈등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만평 출처: https://www.facebook.com/DailyMonitor/photos/a.10151308722212197/10156848939462197/?type=3&the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