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선거관리위원회는 2019년 5월 21일 실시한 대선에서 민주진보당(DPP: Democratic Progressive Party) 소속 재선 후보 피터 무타리카 대통령이 38.5%의 득표율로 승리했으며, 야당 후보 시딕 미아와 마이클 우시는 각각 35.4%, 20.2%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0년 2월 3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선거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이고, 심각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법원 판결문을 라디오 생방송을 통해 10시간가량 낭독하고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선거는 2020년 7월 2일 실시할 예정이며 지난해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만 다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말라위가 1964년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부터 헤이스팅스 카무주 반다 대통령이 30년간 장기 집권하며 야권 세력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폭력을 행사해 왔다. 그는 1971년 자신이 평생 대통령직을 놓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1994년 다당제가 도입되고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말라위는 다당제 도입 후에도 부정부패, 불투명한 행정, 극심한 빈곤과 불평등 등 여러 국가적 문제를 겪어 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공정하고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며 성장해 왔다. 이번에도 야권 세력과 시민사회단체의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대선 결과 무효화를 가능하게 했다.
아프리카 국가에서 선거 조작 논란이 나올 때 헌재가 집권 세력에 불리하게 판결하는 일은 거의 없다. 2018년 짐바브웨 선거가 그 예다. 말라위에서도 집권 정당 관계자들이 일부 판사에게 뇌물 공여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헌재는 결국 선거 결과 무효 결정을 내렸다. 케냐와 말라위 헌재의 선거 결과 무효 판결은 이례적인 사례로서 아프리카 민주화와 법치주의 실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같은 판결은 여전히 장기 집권 지도자가 존재하는 아프리카 국가에게 더는 불법 선거 행위는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 경고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