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프리카 25개국에서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중 대다수의 국가에서 예정대로 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군사 쿠데타 발발로 임시정부를 구성했거나 정국이 불안정한 부르키나파소, 기니비사우, 말리, 리비아, 남수단은 예정했던 선거를 치르지 않거나 선거일을 연기했다.
2024년 선거 중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정권교체가 이뤄진 가나, 보츠와나, 모리셔스, 세네갈, 소말리란드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남아공을 들 수 있다. 이들 국가의 선거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특징은 경제적 여건 악화에 대한 처벌로서 야권세력을 지지하는 경제 투표 현상이다(<그림 1> 참조). 남아공 총선에서는 높은 실업률, 반복되는 불평등, 부패 스캔들에 대한 불만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처음으로 의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40.2%의 득표율에 그치며 역사적인 참패를 맛봤다. 세네갈에서도 청년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마키 살 정부는 비판을 받았다. 대신 우스만 손코가 이끄는 야당은 젊은 유권자들과 도시 지역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으며 18.5% 득표율 차이로 승리했다.
이와 유사하게 보츠와나, 모리셔스, 가나의 유권자들도 경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야당을 선택했다. 보츠와나에서는 보츠와나민주당(BDP) 정권 하 나타난 실업과 경제 침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민주적 변화를 위한 우산당(UDC)을 선택함으로써 BDP의 58년 지배를 종식시켰다. 모리셔스에서도 경제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선거에서 야당 지지로 나타났다. 가나는 국가채무가 증가하여 2023년부터 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전직 대통령이자 야당 후보인 존 마하마는 15% 득표율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매 선거 치열한 접전을 보이는 가나 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면 2024년 선거에서 야당이 큰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의 사례들은 경제난 속에서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변화, 형평성, 진보를 요구하는 ‘정권 심판론’ 성격이 크다.
반면, 여당이 승리한 국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증가 또는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그림 2> 참조). 권위주의 혹은 민주주의 등 국가체제에 상관없이 북부 아프리카 튀니지와 모리타니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사실상 <그림 2>에 표시된 국가 중 나미비아만이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다. 모잠비크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져 선거 후 대규모 선거 불복 시위가 발생했다. 정부의 강경 진압과 일부 시위대의 폭력적 행동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했으며, 정부는 시위와 선동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다. 선거 결과, 1975년 독립 이후 정권을 잡은 모잠비크해방전선(FRELIMO)에 의한 집권은 계속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2>에서 보듯 아프리카 선거 권위주의 국가에서 집권당이 정치적 정당성을 지니는 이유는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종족 투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아프리카 정치 맥락에서 이러한 경제 투표 현상은 흥미로운 결과이다.
<그림 1> 2024년 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