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인의 영어 발음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설병수


   세계에서 한국인만큼 다른 사람의 영어 발음에 민감한 국민은 없을 것이다. 대개의 한국인은 미국식 영어 발음에 집착하고 있다. 그래서 초등학생조차도 미국이 아닌 여타 국가들에서 온 영어 강사/교사의 발음은 “구리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영어는 이것을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및 다양한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가나의 일간지인 <The Chronicle>(2012년 3월 16일자)에 실린 코피 아메뇨(Kofi Amenyo)의 글(“가나인은 어떤 종류의 영어를 말해야 하는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하의 내용은 그의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100년 이상 동안의 식민지 지배를 통해 영국이 가나인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흔적들 중의 하나는 영어다. 40개가 넘는 언어가 존재하는 가나 사회에서, 영어는 다양한 종족을 통합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문화 요소가 되고 있다. 가나인은 어떤 종류의 영어를 말해야 할까? 학교 교육을 받는 가나인은 누구나가 영어 발음 문제에 직면한다. 중등학교에서는 영어 발음에 더 많은 관심을 할애한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영어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드물다. 물론 영어 발음과 관련된 지침서들은 있다. 그러나 가나 학생들이 본토박이 영어 교사에게서 수업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그 교사의 발음과 동일하게 발음을 익힐 수 없다. 가나에서 학교 수업 매체로서의 영어에 대한 강조는, 영어를 더욱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는 불행한 생각을 양산해 왔다.

   오늘날 가나의 많은 부모들은 집에서 영어로 그들의 자녀와 대화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 부모 중의 일부는 영어에 정통하지 못하다. 가나의 교육 제도에서 영어 수준은 추락을 거듭해 왔다. 가나인이 영어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할지라도, 가나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영국인처럼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심리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들은 13-15세 이후가 되면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말할 수 없다.

   영어 회화와 관련해서는 가나의 그 어떤 지도자도 훌륭한 실례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국제무대에서 가나 영어의 최고의 실례는 코피 아난(Kofi Annan)의 명확한 말투(diction)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영어 발음에서 가나인의 특징을 고수하고 있지만, 세계의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 나(Kofi Amenyo)도 나 자신의 “나무랄 데 없는 가나인의 (영어) 발음”을 유지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