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를 지켜라!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김광수


   광활한 자연과 그 속에서 뛰어노는 사자, 기린, 얼룩말, 코뿔소 등의 이색적이고 다채로운 동물들. 이것이 바로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가 갖는 고유한 매력이 아닐까? 아프리카에는 발굽이 있는 포유동물 90여 종과 담수어 2,000여 종을 포함하여 수많은 종류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아프리카의 곳곳에서 밀렵과 사냥, 불법적인 벌목 등 ‘동물의 왕국’을 훼손하려는 만행들이 포착되면서 각종 동물 보호 단체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한 동물은 뭐니 뭐니 해도 코뿔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는 전 세계 코뿔소의 90%가 서식하고 있는데, 환경운동가들은 남아공에서 코뿔소 밀렵이 현재의 추세를 유지하며 빠르게 증가할 경우 10년 이내에 멸종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2011년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총 2만 6천 마리의 코뿔소 중 705마리가 죽임을 당했는데, 이 중 남아공에서만 448마리가 밀렵을 당했고 200여 마리가 트로피 사냥을 당했으며, 짐바브웨(Zimbabwe)에서 28마리, 케냐(Kenya)에서 27마리, 스와질란드(Swaziland)에서 2마리가 밀렵을 당했다. 705마리는 2010년에 죽음을 당했던 333마리에 비해 35%나 증가한 수치인데, 이렇게 코뿔소 밀렵이 증가하게 된 것은 코뿔소 뿔이 각종 암에 특효약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요가 급증했고, 밀렵꾼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 따르면 최근 코뿔소 뿔의 가격은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암시장에서는 1kg당 무려 6만 5,000달러(한화 약 7,500만 원)에 달해 금이나 백금, 코카인보다도 비싼 것으로 알려진다.

   코뿔소의 개체수를 유지시키기 위한 보전과 증식 노력도 빠르게 증가하는 밀렵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1910년의 남아공에서 100마리에 불과했던 흰코뿔소는 오늘날 약 1만 9,000마리로 늘어났다. 흰코뿔소는 개체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 이하 IUCN)에 의해 위기근접종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는 특히 남아공, 짐바브웨, 케냐에서 밀렵이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코뿔소의 경우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아프리카 내에 약 65,000마리가 존재했지만, 오늘날 3,150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만약 밀렵이 행해지지 않았다면, 매해 6%의 자연증식률에 따라 오늘날의 검은코뿔소의 개체수는 약 70만 마리로 증가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밀렵 방지를 위한 노력도 물론 행해지고 있다. 남아공의 크루거국립공원(The Kruger National Park)은 지난해 군을 동원하여 모잠비크(Mozambique)와의 경계 부근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였으며, 21명의 밀렵꾼들이 경찰들과의 접전 끝에 사살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루거국립공원에서의 코뿔소 밀렵은 2010년 146마리에서 2011년 252마리로 증가했다. IUCN의 엠슬리(Richard Emslie) 박사는 “생물학적 보존 노력과 밀렵 방지 활동 덕택에 아프리카 코뿔소의 개체수가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범죄조직이 밀렵 활동에 손을 뻗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존의 위협은 코뿔소만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나친 트로피 사냥으로 인해 기린의 개체수에도 비상 신호가 걸렸다. 영국, 미국, 독일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기린을 사냥한 다음 그 머리를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합법적인 기린 트로피 사냥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린보전기구(Giraffe Conservation Foundation : GCF)에 따르면 1999년 14만 마리에 달하던 아프리카 지역의 기린의 개체수는 현재 8만 마리에도 못 미칠 정도로 줄어든 상태이다. 심지어 모잠비크(Mozambique)나 세네갈(Senegal), 모리타니(Mauritania), 말리(Mali)와 같은 지역에서는 기린이 멸종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나미비아(Namibia), 짐바브웨 등의 국가에서는 기린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밀렵에 대한 보다 철저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 사냥 허용량의 축소가 필요하다. 지난해 코뿔소 밀렵과 관련해 총 232명이 체포됐으나, 실제로 처벌된 밀렵꾼은 5%에 불과해 단속이나 처벌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또 전문가들은 사냥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밀렵을 증가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사냥 허용량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갈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밀렵과 무자비한 사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매력을 지키기 위한 임무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출처:  http://www.iol.co.za/saturday-star/legal-hunting-of-rhino-is-integral-to-their-survival-1.1213665

http://latimesblogs.latimes.com/unleashed/2010/03/central-africas-gorillas-in-greater-danger-of-extinction-than-previously-thought-according-to-new-re.html

http://www.businessday.co.za/articles/Content.aspx?id=162979

http://www.iol.co.za/news/africa/rwanda-to-raise-fees-for-gorilla-watching-1.122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