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 파견 의료진의 쓸쓸한 귀국

   지난해 서아프리카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국내 의료진이 세 팀으로 나뉘어 시에라리온에 파견되어 진료를 마쳤거나 진료 중에 있다. 1진은 1월 중순 귀국하였으며, 2진은 2월 20일까지 현지 진료활동을 마치고 23일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23일 귀국할 2진은 아직 바이러스 잠복 가능성에 대한 검사를 마쳐야 하겠지만, 다행히 감염 우려를 염려할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 모두 안전하게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1진에서 바이러스 환자의 주사 바늘이 스쳐 감염을 의심받았던 한 간호사도 천만다행으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 정부가 의료진 파견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때 전 세계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그 계획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의료진을 파견하는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중견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게 된 계기가 되었다. 현장에서 실제 죽음의 위험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은 물론 가족의 신변까지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고통 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겠다고 선뜻 지원한 우리 의료진의 용기와 희생, 봉사 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이들 중 1진이 임무를 수행하고 지난 1월 말 귀국했다. 그러나 이들을 환영해주는 사람들은 없었으며, 언론 매체에서도 이들의 귀국에 대해서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물론 현장에서 감염이 우려될 만한 사고가 없었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있는 만큼 귀국 후 3주가량 격리되어 여러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이 의료진은 환영 행사는커녕 남의 눈에 띌까 조심하며 공항 보안구역을 통해 들어왔다. 이는 의료진이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될 경우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까지 피해가 갈까봐 당국에 보안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며 필자라도 그들과 같은 입장에 있었다면 똑같은 요구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에는 애초 한국 의료진 파견을 반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한국 사회의 편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50%, 심하면 90%에 달하는 바이러스를 치료하러 간다고 했을 때 국민 어느 누구가 환영을 하겠는가. 유럽 선진국에서도 에볼라 의료진을 서아프리카에 파견한다고 했을 때 반대 여론이 상당히 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반대 목소리가 유독 심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한국인은 질병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편견이 심해서 혹은 유별나서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을 만한 것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질병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나 의료 당국의 대처 방안이나 대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에이즈나 에볼라와 같은 치명적 바이러스의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외여행이나 해외 노동자의 이주 등으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는 점점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당국이나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 매뉴얼이나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으며, 검역 체계 또한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여름 라이베리아에서 대구 공항을 통해 입국하여 부산으로 간 라이베리아인의 행방을 놓쳐버린 사건이 있었다. 물론 그 현지인은 바이러스 감염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감염 여부에 상관없이 한창 에볼라로 온 국민의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 일어난 사건은 우리나라의 검역 체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서아프리카에 한국 의료진 파견에 대해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고 격렬하게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실제 파견 지원자가 몇 명이나 나오겠냐는 우려에서부터 그렇게 될 경우, 국립의료원 인력을 정부가 강제로 파견할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었고 이로 인해 일부 의료종사자들이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심리적으로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현지에서 의료 활동을 하다 에볼라에 감염되어 완치된 간호사를 직접 백악관으로 초청하였고, 대통령이 직접 그녀를 격려하며 포옹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온 국민에게 전달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과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야한다”고 미국 국민에게 호소했다. 그로 인해 수 명의 감염자가 생겨 파견 의료진에 대한 반감이 컸던 미국 사회도 그 반대 여론이 조금이나마 수그러들었다. 타임(Time)지는 2014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에볼라 파견 의료진을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원자가 있을 것인지 염려하던 상황에서 일부 용감하고 희생과 봉사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하여 실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물론 아직 2진이 귀국하지 않았고 3진이 현지에서 임무를 수행 중에 있기에 마지막까지 이들 모두의 안전을 바라고 조심을 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의료진에 대해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파견 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쏟아낸 기사는 많았지만 이들의 귀국에 대해 보도한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도 보건 외교의 첫걸음을 떼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마지막 발전 잠재 대륙인 아프리카와 좋은 관계를 맺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기사들도 있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그렇게 훌륭하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의료진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이들의 귀국을 다룬 기사는 찾기 힘들다. 꼭 의료진의 얼굴이나 이름을 공개한다거나 소란스런 환영 행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야말로 멀고 낯선 곳에서 죽음의 공포와 무더위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남의 생명을 치료하다 돌아온 영웅들이다. 이미 한국에 돌아온 1진을 비롯해 3-4일 후면 돌아올 2진과 3월에 귀국할 3진에게는 정부와 언론이 이들을 진심으로 환영해주고 그들의 업적을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를,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이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