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 12월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회의가 오늘날 아프리카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나 공부하고 학생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130년이 지난 문제를 이 시기에 거론하는 것은 과거 문제를 새삼스럽게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2014년은 아프리카 대륙이 서구 강대국에 의해서 난도질당한 지 130년이 되는 해이다. 탈냉전 이후, 많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아프리카 자원에 대한 서구와 아시아 국가들의 지나친 경쟁으로부터 아프리카를 보호하기 위해 아프리카주의(Africanism)를 뒤늦게 내세우고 있지만, 뒤쳐진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 직접투자를 유인할 수밖에 없는 이중적 모순을 빠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국가와 아시아 국가(중국, 일본, 인도, 한국 등)들은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현실적 발전을 위해 아프리카 현실을 고려한 명확한 플랜을 제시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전략적이든, 경제적이든 탈냉전 이후 아프리카 보다 잘 산다고 하는 나라들은 앞 다투어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다. 더욱이 1990년 이후 IMF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부의 통제력과 국가 재원이 약해진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해외 원조와 투자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원을 보유한 일부 국가들에서―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등―는 자원을 독점하여 권력의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정부와 자원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지역 세력 간의 분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내전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탈냉전 이후 아프리카 대륙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세계경제시장으로 간주하고 잘 살아보겠다는 나라들 혹은 더 잘 살아야겠다는 나라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다.
유럽 및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하는 AGOA(아프리카성장기회법)로 접근하여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호전시켰던 미국 행정부는 내년 9월 말로 만료되는 AGOA의 기한 연장을 의회에 요구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8월 6일 미국은 민주화의 성과와 상관없이―민주화는 아프리카와의 대외 협력의 대원칙이었음―아프리카 국가 정상 47명을 초대하여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이 진행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국제포럼을 최초로 개최하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 앞에서 자신은 아프리카의 아들이며 자신의 가족에는 아프리카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주지시켰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지도자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아프리카 정상들과의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오바마 자신이 직접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언급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서 일부는 아프리카에서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라고 평가를 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아프리카는 미국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이러한 본격적인 아프리카에 대한 구애는 아프리카가 더는 일부 해외국가들―프랑스, 중국, 일본 등―의 영향에서 벗어나 협력관계의 다양화를 추구할 수 있는 출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로 간주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자체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자체적인 발전의 원동력을 체계화시키지 못한 현 시점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서구와 아시아 국가들의 아프리카와의 현재 협력 관계는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방패’ 없이 ‘창’을 막을 수 있는 효율적인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프리카는 경제적 이해관계로 ‘경계 지워지는’ 새로운 베를린 시대를 맞이할지 모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바마가 말한 것처럼, 세계는 아프리카가 “강해지고” “자립적”이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프리카인은 자체적인 힘과 노력으로 아프리카 지역협력과 역내 시장을 우선 활성화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