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Abiy Ahmed)는 에티오피아 총리에 취임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국회 연설을 통해 앞으로는 정치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정부가 에티오피아를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교도소에 있는 정치 지도자와 언론인을 석방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망명 중인 반정부 단체와 정치 지도자들을 귀국시키기도 했다. 오로모해방전선(Oromo Liberation Front: OLF)의 대원과 지도자들의 귀국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아비는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고민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지도자로 점차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이전 정부의 지도자들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조금씩 약화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들어 에티오피아에서 크게 대두하고 있는 이슈는 국가의 불안정이다. 종족 갈등의 격화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종족 갈등은 지배와 착취로 점철된 에티오피아의 역사적 과정과 사회 구조적 모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행정부의 투명성 결여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국가 전역에서 법과 질서가 붕괴하고 있는 현상은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은근슬쩍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의 행정부는 치안을 철저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 좌절하고 집단적인 무기력감을 경험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실례는 뎀비돌로대학교(Dembi Dolo University) 학생들이 고향으로 가던 중에 신원 미상의 집단에 납치당한 사건과 관련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이다. 소셜 미디어가 그 학생들을 구하려는 캠페인을 벌어진 지 몇 주 후에야 총리실 대변인은 그 사실을 공영 방송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 그 대변인은 납치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는 납치된 대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렸다. 하지만 정부는 그 사건과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암하라주(Amhara State)에서 발생한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한 지 몇 주 후에 발생했다. 부모가 유괴당한 자식의 몸값을 지불하지 못한 탓에 6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다. 그 결과 50명에 달하는 용의자가 체포되었다. 지난 1월에는 동고잠(eastern Gojjam)의 모타(Mota)에 있는 모스크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80명의 남성은 현재 구금 상태에 있다. 지난 1월과 2월에 발생한 수많은 사건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법과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사건들은 국민에게 안정과 번영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고자 하는 아비 행정부의 바람과 아주 대조를 이룬다. 아비 행정부가 각종 사건을 미온적이고 불투명하게 처리하면 할수록 국민의 신뢰는 점점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아비 행정부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