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에티오피아의 감사원장은 연방 정부 기관인 제약기금공급청(PFSA)에 대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기금공급청은 유효 기한이 만료된 약품과 의료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유효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50만 비르어치의 약품이 창고에서 썩고 있었다. 이들 약품이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되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감사원장은 145개의 연방 정부 기관, 294개의 자치구와 시 행정부, 연방 정부 기관의 27개 지부에 대한 감사 보고서도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에티오피아의 재정이 얼마나 잘못 관리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이처럼 감사원장의 보고서들은 하일레마리암(Hailemariam Desalegn) 행정부의 부실한 재정 관리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에티오피아 정치권에서는 고위 정부 관료들의 실정(失政)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는 압박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도 권력자들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나 나태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관료는 여전히 거의 없다.
2014-15년 회계연도에는 63억 비르가 공공 회계에서 누락되었다. 또한 세입 중 7천 7백만 비르는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2014년 이후에 급속도로 불거졌다. 회계 장부가 엉망인 정부 기관의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5년 전에는 회계 장부에 문제가 있던 기관이 11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37개나 된다. 이들 기관의 지출 내역 중 대부분은 법률 체계를 위반하고 있다.
그간 하일레마리암 행정부는 예산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은 기관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왔다. 예산 관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들 기관의 장은 이러저러한 변명을 널어놓기만 할 뿐이었다. 이로 인해 이러한 문제가 해마다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에티오피아는 중간 소득 국가로 발돋움하고 산업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이용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재정적 문제와 그것에 대한 책임감 결여는 에티오피아의 엄청난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 발생한 정치적 혼란은 정부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균형과 견제가 실패해 왔음을 보여 주는 명확한 징후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은 국정의 책임과 투명성을 묻기 위해, 거리로 나와서 저항하고 있다.
하일레마리암 행정부는 재정 관리 문제를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왜 이러한 회계 실수가 엄중한 문책 없이 넘어가고 있는지를 밝혀내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재정 관리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당 독재 성격을 띠고 있는 현재의 정치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집권당인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의 리더들을 비롯한 국가 지도층의 헌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