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설병수 HK연구교수

에티오피아에서 국가와 종교의 분리 문제

18Oct/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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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의 경우에는 국가와 교회가 오랫동안 한 몸이었다. 이런 관계는 1974년 혁명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이 혁명을 통해 두 기관은 완전히 분리되었다. 에티오피아의 무슬림들은 종교의 평등을 요구하면서 하일레 셀라시에(Haile Sellasie) 황제 정부에 대항하는 첫 번째 대중 시위를 벌였다. 그때까지 교회는 그 왕조의 국정 운영 방식에 간섭하고 있었다. 군사 정권(Dergue)은 마르크스주의에서 유래한 무신론에 입각하여, 국가의 세속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군사 정권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 특히 개신교도를 박해했다. 시민들의 종교, 사상 및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침해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세속화는 관리들이 에티오피아의 거버넌스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부분 중 하나였다.

   에티오피아 헌법에는 국가와 종교의 분리에 관한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을 보면 “국가와 종교는 분리된다. 국가 종교는 없다. 국가는 종교 문제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며, 종교는 국가 문제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걱정스러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와 정부의 수장이 참석하는 공공 정책 행사에 종교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기능에서 정치적 담론과 종교적 담론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공 정책에서는 종교 집단의 불균형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쉽게 무시될 수 없는 문제다. 국민 중 어떤 분파가 권력에 대한 접근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느끼면, 이것은 건강하지 못한 정치 환경을 창출한다. 공직자들은 이러한 경고 징후에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야당 정치인과 모든 종류의 활동가는 종교를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동원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만평 출처: https://addisfortune.news/safeguarding-secularism-from-faith-encroachment/

 

 

에티오피아의 아비(Abiy) 총리,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

18Oct/19

   에티오피아의 아비(Abiy Ahmed) 총리는 아프리카 55개국에서 최연소 정치 지도자다. 그는 에티오피아 역사상 최초로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 오는 12월에 개최되는 시상식에서 그는 약 90만 달러의 상금도 받을 예정이다. 2019년 10월 10일(현지 시각)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23명의 개인과 78개의 단체 후보 중 아비를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100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노벨위원회는 아비 총리가 20년간 교착 상태에 있던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분쟁을 종식한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1998부터 2000년에 걸쳐 진행된 이들 국가 간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향을 잃고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양측의 경제적 손실도 엄청났다.

   노벨위원회에 진술에 따르면, “평화는 한쪽 당사자만의 행동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아비 총리가 자신의 손을 뻗었을 때,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Issayas Afwerki) 대통령은 그 손을 잡고 이들 두 국가 간의 평화 과정을 공식화하는 것을 도왔다.” 노벨위원회가 아비 총리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도 아페웨르키 대통령의 공로도 높게 평가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비 총리는 노벨위원회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매우 행복하고 감격스럽다. 이 상은 아프리카와 에티오피아에 주는 상이다. 아프리카의 여타 지도자들이 우리 대륙에 평화를 건설하는 데 이 상을 긍정적으로 여길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43세인 아비는 오로미아주(Oromia State) 아가로(Agaro) 근처의 베샤샤(Beshasha)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비가 에티오피아의 제15대 총리로 취임한 것은 2018년 4월이었다. 그 후 그는 세 가지 핵심 이슈-즉, 평화, 화해, 용서-를 발표했다. 그는 역내 국가들의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비는 해양 경계에 대한 권리를 둘러싸고 분쟁 중이던 케냐와 소말리아를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정치적으로 적대 관계에 있던 에리트레아와 지부티 간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그의 행보는 수단으로 이어졌다. 그는 수단의 군사 정권과 반대파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어 합의에 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의 오래된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2018년 7월 그는 이들 양국 간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에리트레아의 수도 아스마라(Asmera)를 방문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에리트레아를 방문한 첫 번째 에티오피아 지도자였다. 아비 총리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의 갈등과 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정착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리카나 광산 사태, 그 후 7년

19Aug/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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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카나(Marikna) 광산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주(North West Province) 루스텐버그(Rustenburg)의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2012년 8월 10일 이 광산의 노동자들은 3배의 월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조합들의 대립과 노사 교섭의 결렬로 파업이 격화하면서 폭력 사태로 치닫게 되었다. 8월 15일까지 경찰관을 포함하여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8월 16일 약 3,000명의 노동자는 파업을 확대하였고, 경찰은 소총을 발사하면서 진압 작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34명이 사망하고 78명이 다쳤다. 이날 경찰은 노동자 270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 사건은 1960년 3월 21일 샤프빌(Sharpeville)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 이후 최대 규모였다. 남아공 뉴스 매체는 마리카나 사태를 ‘킬링필드’, ‘광산 학살’, ‘대량 살육’ 등의 단어로 표현했다. 그 당시 제이콥 주마(Jacob Zuma) 대통령은 모잠비크에서 열리고 있던 지역 정상 회담에 참석 중이었다. 8월 17일 주마는 학살 현장을 방문하고, 조사위원회를 꾸리라고 지시했다. 그는 죽은 노동자들을 위해 일주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남아공 경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무장 해제 요구를 거부하고 다양한 무기로 경찰을 공격했다. 광산 회사(Lonmin) 측은 인명 살상에 유감을 표하고, 8월 20일까지 파업 참가자들이 일터로 돌아가지 않으면 해고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리카나 광산 사태가 발생한 지도 7년이 지났다. 그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광산 회사, 정부, 경찰의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 만평은 이러한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만평 출처: https://www.dailymaverick.co.za/cartoon/seven-years-on/

에티오피아의 정치적 양극화가 국가의 존립 위협

19Aug/19

   2019년 8월 중순 아비(Abiy Ahmed) 총리는 2020년에 있을 총선(總選)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은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 최근에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해 에티오피아는 지역 선거와 국가 선거를 치렀다. 지난 18개월간 에티오피아에서는 정치적 자유가 어느 정도 허용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민주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자유화가 민주화로 귀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는 소득 불평등과 실업률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현상은 에티오피아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으며, 국가의 존립에 위협이 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정치 공간은 다양한 행위자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인은 자신이 지역의 대표자일 뿐만 아니라 지역민을 제대로 건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구세주인 것처럼 떠벌인다. 이들은 각자의 정치 무대를 창출하기 위해 중앙 정치 무대에서 눈을 떼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존립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러한 무관심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 개혁을 더디게 하는 주요인 중 하나다. 또한 이들은 반대자를 심각한 적으로 간주하여, 악의적인 담론을 유포하고 공격적 태도를 취한다. 이런 행위는 민주주의 제도와 온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계획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율적인 기관들의 부재는 정치적 양극화를 증대시키고 견제 능력을 약화하기 마련이다. 의회는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여 입법 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의회는 헌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삼권 분립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의 의사와 요구를 반영하여 민주적 담론을 형성해야 할 미디어도 직업적․윤리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에티오피아에서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행정부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미디어도 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주의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에티오피아가 다양한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주적 기관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다음 단계는 정치 구조를 개혁하는 일이다. 이러한 개혁은 공동체 수준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건설적이어야 한다. 일반 시민은 국가와 자신이 운명 공동체임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국가의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언론인은 공정한 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나아가 에티오피아가 민주주의 국가로 이행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에티오피아는 단일한 민주·경제·정치 공동체를 건설하고 유지하려는 국가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 이 계획을 입안·실행하는 과정에서 정치 엘리트의 책임은 막중하다. 또한 언론인과 일반 시민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에티오피아가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하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험난할 것이다. 하지만 진일보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학술총서 13_African Politics and Economics in a Globalized World_Yongkyu Chang and Eun Kyung Kim (eds.) (2019) 출간

 

 

2019년 6월 30일 본 연구소는 학술총서 13(African Politics and Economics in a Globalized World)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김은경 HK교수를 비롯하여 총 7명의 연구자가 정치, 경제, 토지, 디아스포라 등과 관련된 주제로 쓴 논문 7편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