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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토지 보유 체계 논쟁

18Apr/20

   에티오피아에서 토지 보유 체계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다. 서구에서는 토지가 시장의 힘에 맡겨지는 단순한 상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에서도 토지는 단순히 경제적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전통 사회에서 토지는 자본 축적의 주요 원천이자 부를 창출하고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또한 토지는 세대와 집단에 소속감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상징성을 지닌다. 에티오피아의 변호사이자 학자인 파실(Fasil Nahom) 박사는 1997년에 발간한 자신의 저서(Constitution for a Nation of Nations: The Ethiopian Prospect)에서, “토지는 특히 생계 농업에 토대를 두는 전통 사회에서 민감한 감정을 건드린다.”라고 썼다.

   에티오피아 헌법은 토지는 “모든 사람의 공유재”라고 명시하고 있다. 오늘날 사회·정치·경제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에티오피아의 토지 보유 체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30년 동안 집권해 온 좌파 정부는 최근 들어 토지의 공공 소유권에 변화를 주기 위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농업부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할 목적으로, 농민이 자신의 토지를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법안을 장관협의회에 보냈다. 이 법안에는 물납 소작과 농지 대여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토지 보유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토지를 세습할 수 있는 사적 소유권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토지 개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구다. 오늘날에는 토지에 경제적·정서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도시 인구는 10% 이하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도시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도시 인구가 약 21%에 달했으며, 2050년에는 38%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인구는 농산물이 아니라 주로 서비스 부문을 통해 생계를 꾸린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경지는 5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1인당 경지는 0.17㏊에서 0.15㏊로 감소했다. 이러한 경지 감소의 주범은 인구 증가다. 대다수 농민이 농업 생산성을 향상하지 못해 온 것도 문제다. 비료 공급과 소득세 대폭 감면 등의 국가 개입과 국제 사회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수확량은 헥타르당 1.4톤으로 증가했으나, 수요 충족과는 거기가 멀다. 생산된 밀 중 20%만이 시장에서 판매되며, 그 나머지는 농민과 그들의 가족이 소비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현재의 토지 보유 체계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경제 현실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물론, 토지 보유 체계의 변화가 이러한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지구상의 어떤 국가도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에티오피아의 토지 보유 체계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 건설 관련 협상과 마찰

18Feb/20
editorial

   지난 2월 초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GERD) 관련 에티오피아 협상팀은 수단 및 이집트 관계자들과 회담을 진행하면서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를 대중에게 설명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이런 일은 드물다. 에티오피아 협상팀은 워싱턴에서 돌아온 후에 하얏트 레전시 호텔(Hyatt Regency Hotel)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이 포럼을 조직한 기관은 전략연구소(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ISA)였다. 대중 사이에서는 협상 팀을 냉대하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대중은 협상 팀이 미국 정부와 세계은행(WB)의 압박 탓에 에티오피아의 국익을 손상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포럼은 이 회담이 에티오피아의 국익에 반한다고 여겨지면 어떤 문서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대중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마련되었다. 실제로, 이 협상 팀을 이끈 셀레시(Seleshi Bekele) 수자원관개전력부 장관은 대중적 이해를 구하기 위해 기술적 세부 사항을 상세히 설명했다.

   에티오피아는 2020년 6월부터 이 댐에 담수를 시작할 것이며, 이 댐의 담수와 운영과 관계된 세 국가는 일련의 합의 과정에서 서명해야 할 것이다.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은 15,600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청나일강에 댐을 건설하려는 에티오피아의 야심은 수단과 이집트를 당황하게 하는 뉴스가 되어 왔다. 이들 국가, 특히 이집트는 나일강에 크게 의존한다. 1억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이집트는 이 강을 제외하면 수자원이 거의 없다. 에티오피아는 나일강의 수자원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하길 원한다. 반면, 이집트는 그 강의 상류 지역 국가들이 자국민의 생계에 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길 원한다. 에티오피아는 그 댐에 50억 세제곱미터의 물을 채운 후에 전력을 생산하고자 한다. 하지만 가뭄 동안 물을 방류하는 것은 골치 아픈 문제로 남아 있다. 그간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 건설을 둘러싸고 이들 3개국 간에는 협상이 계속 진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마찰도 발생했다. 미국이 이들 국가를 중재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만평은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 관련 협상 팀의 대처 방식이 에티오피아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만평 출처: https://addisfortune.news/history-will-judge-negotiators-on-gerd/

에티오피아 행정부의 투명성 문제

18Feb/20

   아비(Abiy Ahmed)는 에티오피아 총리에 취임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국회 연설을 통해 앞으로는 정치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정부가 에티오피아를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교도소에 있는 정치 지도자와 언론인을 석방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망명 중인 반정부 단체와 정치 지도자들을 귀국시키기도 했다. 오로모해방전선(Oromo Liberation Front: OLF)의 대원과 지도자들의 귀국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아비는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고민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지도자로 점차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이전 정부의 지도자들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조금씩 약화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들어 에티오피아에서 크게 대두하고 있는 이슈는 국가의 불안정이다. 종족 갈등의 격화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종족 갈등은 지배와 착취로 점철된 에티오피아의 역사적 과정과 사회 구조적 모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행정부의 투명성 결여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국가 전역에서 법과 질서가 붕괴하고 있는 현상은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은근슬쩍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의 행정부는 치안을 철저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 좌절하고 집단적인 무기력감을 경험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실례는 뎀비돌로대학교(Dembi Dolo University) 학생들이 고향으로 가던 중에 신원 미상의 집단에 납치당한 사건과 관련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이다. 소셜 미디어가 그 학생들을 구하려는 캠페인을 벌어진 지 몇 주 후에야 총리실 대변인은 그 사실을 공영 방송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 그 대변인은 납치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는 납치된 대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렸다. 하지만 정부는 그 사건과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암하라주(Amhara State)에서 발생한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한 지 몇 주 후에 발생했다. 부모가 유괴당한 자식의 몸값을 지불하지 못한 탓에 6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다. 그 결과 50명에 달하는 용의자가 체포되었다. 지난 1월에는 동고잠(eastern Gojjam)의 모타(Mota)에 있는 모스크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80명의 남성은 현재 구금 상태에 있다. 지난 1월과 2월에 발생한 수많은 사건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법과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사건들은 국민에게 안정과 번영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고자 하는 아비 행정부의 바람과 아주 대조를 이룬다. 아비 행정부가 각종 사건을 미온적이고 불투명하게 처리하면 할수록 국민의 신뢰는 점점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아비 행정부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신재생 에너지 사용 문제

18Dec/19
editorial

   지난 100년 동안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하지만 오늘날 에티오피아의 통치 체제는 과학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고와 정책 혁신을 통해 통치 체제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혁신은 낡은 구조를 타파하고, 효율성을 높여서 최대의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 혁신을 시작해야 할 영역 중 하나는 에너지 부문이다. 에너지 확보 문제가 경제 발전과 직결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들어 신재생 에너지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태양 에너지다. 선진국의 상당수 가정은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분의 전기를 국가 전력망(national grid)에 팔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대다수 가정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發電)에 필요한 초기 투자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 정책을 제대로 입안해서 집행해야 한다.

   에티오피아의 농촌 지역 주민 중 71%는 전기를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현대적 장비도 갖출 수 없다. 농촌 인구가 많은 에티오피아에서 현명한 정책은 농민에게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농업 장비를 보급하는 일이다. 이러한 정책은 농민의 경제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경기를 자극할 수 있는 거대 시장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농민이 이런 장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대출 장벽을 낮추는 일은 농민, 나아가 환경에도 매우 유익하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생물 연료 에너지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무관세로 전기 자동차를 수입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정책 역시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 이로운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만평 출처: https://addisfortune.news/whats-good-for-farmers-should-be-good-for-the-government/

모성이 여성만의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18Dec/19

   모성은 인간의 근본적인 정서적 애착이다. 세상의 많은 것이 변해도 어머니와 자식 간의 유대는 여전히 여성의 영역에 속해 있다. 모성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정서적·물리적 관심과 배려, 시간 소모, 책임감, 부담 등이 그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 de Beauvoir)는 『제2의 성』(The Second Sex)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여성 억압의 원인은 가족을 영속시키고 세습 재산을 온전하게 유지하려는 결심에서 발견된다. 그러므로 여성이 가족을 벗어나면 이러한 총체적 종속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사회가 사유 재산을 부정함으로써 가족을 거부한다면, 여성의 상황은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이 구절에서 보부아르가 주장하고자 했던 것은 모성의 부담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지움으로써, 모성이 여성을 착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가부장적 사회 구조하에서는 남성의 삶과 여성의 삶 간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젠더에 토대를 둔 역할 분담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아 온 게 사실이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볼 때 모성은 여성이 독립과 평등을 추구하는 데 가장 심각한 걸림돌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여성은 재생산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가부장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모성은 아주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모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차원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하지만 가부장제와의 싸움이 모성을 부정하는 쪽으로 확장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자녀 양육은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널리 유포되어 있다. 또한 모성과 관련된 여러 문제는 정부 정책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성 문제의 맥락에 볼 때 에티오피아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여성의 짐이 아주 무겁다. 이러한 사실은 모성과 여성의 경력에 대해서 특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 기간에 여성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을 조정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에티오피아의 노동 체계하에서는 어린 자녀를 둔 일하는 어머니들이 다양한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게 사실이다. 국립대학 등의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어머니들의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다. 여교수나 여직원이 출산을 전후하여 여러 달을 쉬고 일터로 돌아가게 되면, 남성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쉽다. 여성에게 불리한 노동 환경이 그들에게 부당한 짐을 지운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신생아를 둔 일하는 어머니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러한 긴장을 완화하고 여성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설적인 가족 정책과 선진적인 복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모성의 부담을 상당히 덜어 줄 것이다. 또한 에티오피아 사회는 모성의 부담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출산은 여성의 책무이지만, 양육은 공동체의 책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해야 한다.

참고 자료: https://addisfortune.news/motherhood-not-just-a-womans-bu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