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서 토지 보유 체계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다. 서구에서는 토지가 시장의 힘에 맡겨지는 단순한 상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에서도 토지는 단순히 경제적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전통 사회에서 토지는 자본 축적의 주요 원천이자 부를 창출하고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또한 토지는 세대와 집단에 소속감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상징성을 지닌다. 에티오피아의 변호사이자 학자인 파실(Fasil Nahom) 박사는 1997년에 발간한 자신의 저서(Constitution for a Nation of Nations: The Ethiopian Prospect)에서, “토지는 특히 생계 농업에 토대를 두는 전통 사회에서 민감한 감정을 건드린다.”라고 썼다.
에티오피아 헌법은 토지는 “모든 사람의 공유재”라고 명시하고 있다. 오늘날 사회·정치·경제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에티오피아의 토지 보유 체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30년 동안 집권해 온 좌파 정부는 최근 들어 토지의 공공 소유권에 변화를 주기 위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농업부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할 목적으로, 농민이 자신의 토지를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법안을 장관협의회에 보냈다. 이 법안에는 물납 소작과 농지 대여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토지 보유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토지를 세습할 수 있는 사적 소유권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토지 개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구다. 오늘날에는 토지에 경제적·정서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도시 인구는 10% 이하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도시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도시 인구가 약 21%에 달했으며, 2050년에는 38%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인구는 농산물이 아니라 주로 서비스 부문을 통해 생계를 꾸린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경지는 5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1인당 경지는 0.17㏊에서 0.15㏊로 감소했다. 이러한 경지 감소의 주범은 인구 증가다. 대다수 농민이 농업 생산성을 향상하지 못해 온 것도 문제다. 비료 공급과 소득세 대폭 감면 등의 국가 개입과 국제 사회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수확량은 헥타르당 1.4톤으로 증가했으나, 수요 충족과는 거기가 멀다. 생산된 밀 중 20%만이 시장에서 판매되며, 그 나머지는 농민과 그들의 가족이 소비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현재의 토지 보유 체계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경제 현실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물론, 토지 보유 체계의 변화가 이러한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지구상의 어떤 국가도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에티오피아의 토지 보유 체계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