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윤서영 HK연구교수

가나 청년들의 불만과 힙라이프 음악

01Mar/16

   얼마 전 국내의 한  남성이 인천공항에 가짜 폭발물을 설치하고 위협했던 사건이 있었다. 뉴스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실업 상태에 있던 그는 돈이 궁해 사회에 불만을 품고 일을 저질렀다. 최근 무직자들이 취직이 힘들어 혹은 궁핍한 생활 여건으로 인해 사회에 불만을 품고 크고 작은 범죄를 일으키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실업 문제 그 자체 혹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에 대한 반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늘 있어 왔던 문제인 듯하다.

   1990년대 가나에서는 교육 정책 개혁이 실시되었다. 17년의 정규교육 과정을 12년으로 축소시킨 것이었는데, 그 이유가 축소된 교육 기간 동안 쓰일 예산을 그동안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들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새로운 교육 제도가 시행되었고, 이전에 비해 졸업생들이 단기간 안에 배출되게 되었다. 더 많은 학생이 교육 혜택을 받는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반대로 짧은 기간에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다 보니 이들을 흡수할 일자리가 없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자 그들을 중심으로 하는 가나인은 이런 상황이 정부가 성급하게 실시한 교육 개혁이라고 생각하고, 정부와 사회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마침 당시에 미국에서 힙합 음악이 가나에 소개되었는데, 힙합 음악의 저항 정신에 매료된 가나 젊은이들이 힙합 음악의 멜로디에 그들의 정서가 담긴 가사를 결합해 힙라이프(Hiplife)라는 가나식 힙합 음악을 만들게 되었다. 그들이 사회에 가지고 있는 반감, 사회의 문제점들, 그들의 감정들을 그들의 언어와 감성으로 풀어낸 것이다.

   어느 사회나 불합리와 모순이 존재하고 있고, 그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의 불만을 투쟁이나 시위, 범죄와 같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해 내는 것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음악을 만들어 내고 문화적으로 표출해 냈다는 점에 있어서,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는 듯하다.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창의적인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문화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앙골라의 제철소 건설

27Feb/16

   최근 앙골라 중서부 지역에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ADA(Aceria de Angola) 제철소가 건설되어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이것은 프랑스의 기업가 조키 슈케르(George Choucair)가 약 3억 달러를 들여 건설했다. 또한 세계은행의 다자간투자보장기구(MIGA)의 후원을 받기도 하였는데, 이는 앙골라가 자국의 석유 의존도 경제에서 탈피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 제철소는 운영을 시작한 첫 달에 28만 톤의 철강을 생산했으며 추후 5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현재 앙골라의 철강 수요는 약 40만 톤이다. 2020년에 이르면 철강을 수입하지 않고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제철소 건설은 앙골라가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와도 같아 보인다. 우선, 제철소의 노동력 수요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500여 명의 노동자가 고용되어 거처까지 제공받았으며, 2,000여 명의 사람이 임시직으로나마 고용되었다. 특히 이들은 업무에 필요한 여러 가지 교육 기술을 훈련받게 되는데, 이는 노동자들에게 추후 지속적으로 유용하게 작용할 것이다.

   경제 발전 및 실업 문제 해결 외에도, 이 제철소 건설이 지니는 또 다른 의미는 앙골라 내전에서 쓰인 각종 폐무기가 이 공장의 철강 재료로 이용된다는 데 있다. 앙골라는 1975년 포르투갈로 독립한 직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극심한 내전으로 고통 받았다. 앙골라 중앙 정부와 앙골라 완전독립민족동맹 간 즉, 우익과 좌익의 권력 쟁탈전으로 인해 27년에 걸쳐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이 내전은 2008년, 총선 결과에 야당이 승복함으로써 종결되었다. 그로 인해 전쟁에서 사용된 각종 무기나 탱크 등이 앙골라 시내 곳곳에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는데, 이번 제철소 건립으로 인해 이 흉물들이 철강 재료로 사용됨으로써 사라지게 된 것이다.

   앙골라는 제철소 건설을 통해 경제 발전 및 재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른 듯 보인다. 앙골라의 경제는 석유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석유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고, 수출의 97%에 육박한다. 이와 같은 석유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제철소 건설이 프랑스 기업인과 세계은행의 후원으로 세워지고, 정부는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앙골라가 내전의 아픔을 딛고, 아프리카 철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내딛은 이들의 행보는 주목할 만한 일이며,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이들의 사례를 본받을만 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최대 철강국으로, 또한 이를 바탕으로 앙골라의 경제 발전 및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정부의 지원 마련과 관심이 필요하다.

중고 의류 수입을 금지하려는 동아프리카공동체

15Feb/16

   한국에서 미디어를 통해 아프리카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프리카에 처음 가면 대부분 놀라게 된다. 항상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는데, 생각 외로 발달된 도시의 모습과 세련된 옷차림의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은 차치하고, 아프리카인이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하는 것은 외국에서 수입된 중고 의류의 덕택이다. 물론 형편이 여유로운 사람들이야 좋은 품질의 값비싼 옷을 사 입을 테지만, 우리가 거리에서 흔히 마주치게 되는 일반 서민은 값싼 중고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중고 의류라고 해서 낡고 허름한 것이 아닌, 최근에 유행하는 세련되고 깨끗한 옷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서민은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수입된 중고 의류를 입는다. 이 중고 의류는 좋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아프리카인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봐주고 있다. 더불어 그들이 차림새를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들의 깔끔한 차림새는 그동안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잘못 가지고 있던 오해와 그로 인해 가중되는 아프리카(인)에 대한 거부감을 단숨에 수그러들게 해준다.

   하지만 최근 동아프리카공동체-브룬디, 케냐, 르완다, 탄자니아, 우간다-는 3년 이내에 이 중고 의류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사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위의 동아프리카 5개 국가의 대통령이 모두 동의할 경우에, 그리고 자국 내의 의류 산업이 증가하게 될 경우에 한해서라고 번복했다.

   이들이 중고 의류 수입을 금지하려는 이유는 이 중고 의류와 국내에서 생산된 옷감이 가격 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많지 않은 의류업체와 그로 인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옷은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에 비해 훨씬 저렴한 중고 의류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중고 의류만 구매하고자 하고, 그럴수록 국내의 의류 및 섬유 산업은 발전도 하지 못하고 일자리 창출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또 중고차는 빈번한 사고를 유발시킨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 제안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중고 의류의 위생을 문제 삼는데, 중고 의류 중에는 속옷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깨끗하게 세탁되어 판매되긴 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가나와 우간다에서는 2011년부터 속옷의 경우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자국의 산업, 경제 발전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동아프리카공동체에서 주장하는 이유도 납득은 되지만, 지금 당장 아프리카인이 의류에 값비싼 돈을 들이는 것보다는 그 돈으로 교육이나 책을 사는 데 투자하는 것이 이들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일이 아닐까.

 

베냉의 석유 밀매 문제

05Feb/16

   대중교통 수단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베냉에는 명물로 꼽히는 오토바이 택시가 있다. ‘깨깨노’라 불리는 이것은 상대적으로 싼 값으로 인해 서민들이 애용하는 택시이다. 기본요금이 약 200원이니 이것에 대한 서민들의 선호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오토바이 택시는 베냉의 수도인 코토누에만 약 15만대가 운영 중에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이자 서민의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많은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들은 정식 수입된 정품 석유가 아닌, 이웃 국가인 나이지리아로부터 불법으로 밀수한 것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불법 밀매 석유의 명칭은 ‘크파요’(kpayo)이다. 크파요는 ‘가짜’ 혹은 ‘모조품’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들이 손님에게 교통비를 싸게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크파요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코토누의 밤 시간 도로변에는 이 크파요를 파는 상인들이 넘쳐난다. 이 밀매업자들은 매주 1,000~1,500리터를 팔아 매월 150~200유로의 수입을 올리는데, 이는 60유로인 공무원 월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그러다 보니 이 크파요 밀매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게 되었고, 현재 전체 석유 소비 중 80%가 이 밀수입된 석유가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베냉에는 공식 주유소들이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크파요는 불법 밀매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점들도 안고 있다. 우선, 안전 문제이다. 거리나 도로변에서 양철통에 넣어 유리병에 담아 주거나 차나 오토바이에 직접 주유하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할 경우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의 가격 변동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즉 이것을 밀수입해 오는 나이지리아의 경제, 정치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러 가지 위험성을 안고 있는 이 크파요 밀매를 단속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 이것을 금지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있긴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크파요 도매상 중 베냉의 정치인들도 있다. 이들은 석유를 대량 구입하여 비축하였다가 소매상들에게 유통시키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베냉인은 부를 증가시키는 행위는 그 수단이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합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역시 정부는 이에 대해 적절한 처벌이나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이러한 정서와 이것을 법적으로 제지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으로 인해, 당분간 이런 불법 밀매 활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여성의 교육이 시급한 또 한 가지 이유

19Jan/16

   UN은 아프리카의 인구가 2050년까지 40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일반적으로 인구 수치와 경제성장 수치가 평행으로 이루어짐을 감안하면, 이것은 분명 희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민 1인당 소득 증가율은 1.6%로 하락했다. 또한 세계 인구의 연간 증가율은 1.2%인데 비해,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율은 2.5%이다.

   보통 인구 증가는 사망률 저하에서 비롯되지만, 1950년 이후 아프리카인의 기대 수명은 36세에서 57세로, 20년 이상 늘어났다. 이런 현상 때문에 국제 인구 통계학자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높은 출산율에 기인한다.

   한 국가의 출산율은 그 나라의 국민이 원하는 자녀 수와 일치한다. 출산율 억제 정책을 실시하는 중국과 같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선진국의 경우 출산 희망 자녀 수가 2~3명인데 비해, 아프리카는 평균 5~8명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출산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이 강구되지만, 그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여성의 피임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 여성의 63%가 피임을 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여성은 그 수치가 20~25%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정책이나 제도로 제한시켜 주어야 할 정부나 보건 당국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인구 성장이 시장을 확대시키고, 국력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그들의 잘못된 신념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국제기구들이 실시했던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그 대부분은 현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실시한 것이어서 한계를 보여 왔다.

   따라서 인구 증가를 억제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이 스스로 피임을 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여성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여성의 교육 수준을 높이고, 이것이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켜 산아 제한이 이루어진다면, 결과적으로 아프리카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또 하나의 대처 방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