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수단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베냉에는 명물로 꼽히는 오토바이 택시가 있다. ‘깨깨노’라 불리는 이것은 상대적으로 싼 값으로 인해 서민들이 애용하는 택시이다. 기본요금이 약 200원이니 이것에 대한 서민들의 선호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오토바이 택시는 베냉의 수도인 코토누에만 약 15만대가 운영 중에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이자 서민의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많은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들은 정식 수입된 정품 석유가 아닌, 이웃 국가인 나이지리아로부터 불법으로 밀수한 것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불법 밀매 석유의 명칭은 ‘크파요’(kpayo)이다. 크파요는 ‘가짜’ 혹은 ‘모조품’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들이 손님에게 교통비를 싸게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크파요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코토누의 밤 시간 도로변에는 이 크파요를 파는 상인들이 넘쳐난다. 이 밀매업자들은 매주 1,000~1,500리터를 팔아 매월 150~200유로의 수입을 올리는데, 이는 60유로인 공무원 월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그러다 보니 이 크파요 밀매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게 되었고, 현재 전체 석유 소비 중 80%가 이 밀수입된 석유가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베냉에는 공식 주유소들이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크파요는 불법 밀매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점들도 안고 있다. 우선, 안전 문제이다. 거리나 도로변에서 양철통에 넣어 유리병에 담아 주거나 차나 오토바이에 직접 주유하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할 경우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의 가격 변동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즉 이것을 밀수입해 오는 나이지리아의 경제, 정치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러 가지 위험성을 안고 있는 이 크파요 밀매를 단속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 이것을 금지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있긴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크파요 도매상 중 베냉의 정치인들도 있다. 이들은 석유를 대량 구입하여 비축하였다가 소매상들에게 유통시키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베냉인은 부를 증가시키는 행위는 그 수단이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합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역시 정부는 이에 대해 적절한 처벌이나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이러한 정서와 이것을 법적으로 제지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으로 인해, 당분간 이런 불법 밀매 활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