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윤서영 HK연구교수

차드(Chad)호(湖) 유역의 또 다른 위기

30Jun/16

   몇 해 전 나이지리아 여중생들을 납치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코 하람은 그 후로도 만행을 계속 저질렀고, 이들을 피해 280만 명의 나이지리아인은 고향을 떠나 인근 니제르와 카메룬에 설치된 난민 수용소로 떠나야 했다. 하지만 수용소의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거주 시설은 물론 식량과 의약품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한 상황이다. 보코 하람이 뒤집어 놓은 나이지리아는 현재 연합군의 공격으로 보코 하람 세력이 차드호 유역으로 피신한 상황이다. 보코 하람이 떠났다고 해서 나이지리아 사정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그 후유증으로 현재 나이지리아의 24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고통 받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사정이 이러함을 잘 알고 있음에도, 난민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은 그곳의 사정 역시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자, 다시 나이지리아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

   보코 하람은 차드, 니제르, 카메룬 연합군의 공격이 거세지자, 이를 피해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차드호 유역으로 은신처를 옮겼다. 연합군의 접근이 어려운 늪과 호수 한가운데의 섬들로 피신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곳에서도 식량을 얻기 위해 마을 주민들을 공격하고, 보코 하람 신병을 강제로 모집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참수하는 방식으로 기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향을 떠나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최근에는 차드호 유역의 거주민들이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차드호 유역에서는 폭력 사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농부들은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됨에 따라 식량 부족 및 어린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은 특히 가뭄, 사막화와 같은 환경 문제에 취약한 데다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태는 더 악화되고 있다.

   정부와 지역 사회의 무관심에 더해, 최근에는 긴급 구호가 지연됨에 따라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초 UN은 차드 호수 유역 4곳에 대한 대책 계획을 제시하고, 구호 기금 마련에 나섰으나 니제르는 31%, 나이지리아는 29%, 카메룬은 24%, 차드는 18%만 모금되었다. 5월 중에는 5억 3천 5백만 달러가 모금되었는데, 이것은 전체 920 명 중 520만 명을 구제할 수 있는 금액이다. 따라서 UN은 9월까지 4개 국가에 우선 구호 지원을 할 예정이다. UN과 국제사회는 이번 구호 작업에 시동을 걸기 위해 비상 대책 기금 모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난민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물론 굶주린 배를 채워줄 식량과 식수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구호 기금을 모금해 물품을 제공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늘 있어 왔던 기아와 위생, 식량 문제를 반복할 뿐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국제 사회 및 해당 국가 정부의 관심과 노력, 대책 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2030년에는 에이즈가 퇴치된다?

22Jun/16

   UNAIDS는 2014년에 에이즈를 포함한 각종 전염병—결핵, 말라리아, 소외열대질환(NTD) 등—을 2030년까지 종식시킨다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슬로건의 달성 여부는 점차 희미해 보인다. 국제기구의 에이즈 퇴치 및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전 세계에서는 2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열린 에이즈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한 후원자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에이즈 환자가 발생할 것이며, 에이즈가 완전히 퇴치되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새로운 치료 및 예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 지원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86억 달러에 달하던 기금은 2015년에 75억 달러로 감소했다.

   에이즈 감염자의 70% 이상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국제 기금에 의존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UNAIDS는 각 국가가 국내 정책을 통해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즉 군사 지원금에 확보된 예산을 에이즈 퇴치 지원금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이다. 남아공은 이미 위와 같은 예산 전용을 실시하고 있으며, ART(Anti-retroviral therapy) 프로그램을 HIV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모든 남아프리카인에게 시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재원을 확보한다고 해서 그것이 유일한 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해외 재원에서 국내 재원으로 자금 유입로가 바뀌게 된다면, 기금의 액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에이즈 환자들이 받게 될 치료와 혜택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에이즈 감염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동성애자이나 성 노동자들의 경우, 그들을 범죄자 혹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이들은 적절한 치료나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에이즈를 치료하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후에 계획되지 않은 임신과 그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및 가족으로의 확대는 결국 에이즈 확산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이즈 퇴치를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너무 성급하게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단지 HIV바이러스 자체에만 접근하기보다는 가족계획 실시, 콘돔 사용, 바이러스 검사 장려 등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와 북한의 관계

18Mar/16

   얼마 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필리핀 정부가 처음으로 북한 선박을 압류 및 수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해당 선박의 소속이 시에라리온으로 되어 있는 것도 밝혀졌다. 세금을 줄이고 노동력이 싼 외국인 선원을 승선시키기 위해 선주가 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하는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 FOC)에 의한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와 북한의 관계가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아프리카와 북한과의 관계는 1960년대부터 다양한 교류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북한은 내전과 정치 불안이 심각한 국가들에 무기를 공급하고, 의료진 및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현지 인력을 훈련시키는 데 일조함으로써, 아프리카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 1990년대에는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해외 공관의 수를 69곳에서 54곳으로 축소하였지만, 아프리카의 해외 공관은 겸직을 포함하여 12곳으로 유지하였다.

   북한은 남아프리카의 짐바브웨와도 돈독한 관계를 맺어 왔다. 1980년에는 소형 무기와 군사 교관을 파견함으로써 무가베 대통령을 지원했고, 같은 해 무가베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우호 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1981년에는 ‘영웅묘지’에 대형 동상을 설립해 주었으며,  최근에는 무가베 대통령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북한이 대형 동상 2개를 제작해 주기로 하였으나, 야당과 시민 단체의 반발로 무산되는 일이 있었다. 또 식량 부족이 심각한 북한이 짐바브웨에서 농경지를 확보해 곡물을 재배하고 있기도 하다.

   2010년에는 세네갈의 독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수도 다카르에서 열렸는데, 당시에도 대형 동상을 제작해 주었다. 또 우간다와는 1963년 수교를 맺은 이후 군사 및 경찰 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기니에서는 정보통신 산업과 건설업 및 노동 인력 파견으로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두고 한 외신 기자는 ‘북한의 폭군과 아프리카 독재자가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비꼬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의 공급지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경제와 이로 인해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의 증대로 소비 시장으로서도 부각되는 곳이다. 또한 유엔 회원국의 1/4이 넘는 53개 국가가 있어, 국제 여론 조성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對 아프리카 교역은 전체 교역의 약 2%도 되지 않는다. 북한이 저지르고 있는 여러 가지 일이야 잘못된 것이지만, 외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와 오래전부터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적시에 도움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우리와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과도기에 있는 아프리카의 민주주의

03Mar/16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한 지 반세기가 되어가는 지금,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전반적으로 잘 정착되어 발전하고 있다. 대륙 전반에 걸쳐 선거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가나, 케이프베르데, 세네갈, 베넹, 부르키나파소 등이 그 대표적 국가들이다. 부르키나파소의 마티유 케레쿠 대통령은 197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지만, 1991년의 선거에서 투표 결과에 승복하며 퇴임하였다. 이후 5년 뒤에 다시 선거에 나와 당선된 후, 헌법을 준수하며 직무를 수행하였다. 특히 민족 간의 갈등도 없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014년 10월 헌법 개정을 시도하다 국민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당한 관행들이 잔존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2015년 재임에 성공한 알파 콩데 기니 대통령의 소속당은 2010년 선거 운동 당시에 야당의 민족 집단인 플(Peul)족이 정치 집회에서 독이 든 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것은 유권자를 분열시키려는 당의 공작으로 드러났다. 콩데 대통령은 특히 2015년 선거에서 선거인 명부를 조작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이는 이곳에 진출해 있는 유럽연합 감시관이나 서구 대사들이 선거의 부정행위를 덮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여전히 일부 국가에서 불법 선거가 자행되는 이유는 민족 간 세력 다툼과 아프리카에서 여전히 이익을 빼먹으려는 일부 서구 국가의 신탁 통치, 이로 인한 독재자들의 장기 집권이다. 남아공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2009년에 유럽군수방위업체와 무기 도입 사업을 하면서 횡령을 하고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법원에 기소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주의는 과도기에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독재 국가를 꿈꾸는 일부 지도자로 인해,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 것일까? 일부 전문가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자꾸 헌법을 뜯어고치려 하지 말고, 최소한의 규정을 준수하며, 국민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독재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정부’라고 불릴 만한 체제 자체가 부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런 실천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서아프리카산(産)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는 중국

02Mar/16

   아프리카의 원유 매장량은 전 세계의 약 7%로, 특히 북아프리카의 리비아와 알제리,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앙골라, 가봉 등에 집중되어 있다.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프리카 석유 개발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 지역 대신 주로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원유를 수입해 왔다. 아프리카 석유 개발의 특수성이라 함은 우선 아프리카가 지리적으로 원거리라는 점, 해당 지역의 인프라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 정치적 불안에 따른 위험 부담, 서아프리카의 경우 유전이 심해 지역에 있어, 개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서아프리카로부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중국 역시 본래 중동 국가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했으나, 올해 들어 138만 배럴을 서아프리카로부터 수입하기로 했다. 국제에너지협회는 중국이 올해 약 1억 45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비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이 자동차용 석유와 석유 화학 산업에 필요한 석유량을 비축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도 원유 도입선 다변화 추진과 국내 정유사의 고도화 설비 증설을 통해, 아프리카로부터 중질유 수입을 2011년 0.3%에서 2015년에는 2.5%로 늘리긴 했지만, 중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중국이 이렇게 서아프리카로부터 원유 수입을 늘리는 것은 우선, 화물 운송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중국-서아프리카를 운행하는 초대형 유조선 운임료는 톤당 24.44달러(약 3만 원)로 지난해 10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최근의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때 원유 비축량을 늘리기 위함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 2월 중국 국유 화학기업인 시노켐과 앙골라 정부가 계약을 맺어, 이달에 8척의 유조선이 중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은 수십 년 전부터 아프리카의 자원 보유국을 중심으로 외교력을 집중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산유국을 중심으로 원유 공급 계약 및 유전의 지분 매입 및 개발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아프리카 자원 확보를 위한 제2의 식민 지배가 아니냐는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비난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원 확보와 교류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 오고 있는가? 우리 정부가 윤리성에 부합하기 위해 혹은 제2의 식민 지배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해, 그 어떤 투자나 외교 관계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간 자원 외교를 위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교류 방식은 다양하다. 비록 그것이 아프리카 각 국가의 민족별, 사회별 맥락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말이다. 발전 가능성과 천연자원이 무궁무진한 아프리카와의 교류에서,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