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와 북한의 관계

   얼마 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필리핀 정부가 처음으로 북한 선박을 압류 및 수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해당 선박의 소속이 시에라리온으로 되어 있는 것도 밝혀졌다. 세금을 줄이고 노동력이 싼 외국인 선원을 승선시키기 위해 선주가 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하는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 FOC)에 의한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와 북한의 관계가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아프리카와 북한과의 관계는 1960년대부터 다양한 교류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북한은 내전과 정치 불안이 심각한 국가들에 무기를 공급하고, 의료진 및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현지 인력을 훈련시키는 데 일조함으로써, 아프리카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 1990년대에는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해외 공관의 수를 69곳에서 54곳으로 축소하였지만, 아프리카의 해외 공관은 겸직을 포함하여 12곳으로 유지하였다.

   북한은 남아프리카의 짐바브웨와도 돈독한 관계를 맺어 왔다. 1980년에는 소형 무기와 군사 교관을 파견함으로써 무가베 대통령을 지원했고, 같은 해 무가베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우호 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1981년에는 ‘영웅묘지’에 대형 동상을 설립해 주었으며,  최근에는 무가베 대통령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북한이 대형 동상 2개를 제작해 주기로 하였으나, 야당과 시민 단체의 반발로 무산되는 일이 있었다. 또 식량 부족이 심각한 북한이 짐바브웨에서 농경지를 확보해 곡물을 재배하고 있기도 하다.

   2010년에는 세네갈의 독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수도 다카르에서 열렸는데, 당시에도 대형 동상을 제작해 주었다. 또 우간다와는 1963년 수교를 맺은 이후 군사 및 경찰 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기니에서는 정보통신 산업과 건설업 및 노동 인력 파견으로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두고 한 외신 기자는 ‘북한의 폭군과 아프리카 독재자가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비꼬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의 공급지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경제와 이로 인해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의 증대로 소비 시장으로서도 부각되는 곳이다. 또한 유엔 회원국의 1/4이 넘는 53개 국가가 있어, 국제 여론 조성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對 아프리카 교역은 전체 교역의 약 2%도 되지 않는다. 북한이 저지르고 있는 여러 가지 일이야 잘못된 것이지만, 외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와 오래전부터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적시에 도움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우리와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