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에는 에이즈가 퇴치된다?

   UNAIDS는 2014년에 에이즈를 포함한 각종 전염병—결핵, 말라리아, 소외열대질환(NTD) 등—을 2030년까지 종식시킨다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슬로건의 달성 여부는 점차 희미해 보인다. 국제기구의 에이즈 퇴치 및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전 세계에서는 2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열린 에이즈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한 후원자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에이즈 환자가 발생할 것이며, 에이즈가 완전히 퇴치되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새로운 치료 및 예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 지원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86억 달러에 달하던 기금은 2015년에 75억 달러로 감소했다.

   에이즈 감염자의 70% 이상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국제 기금에 의존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UNAIDS는 각 국가가 국내 정책을 통해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즉 군사 지원금에 확보된 예산을 에이즈 퇴치 지원금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이다. 남아공은 이미 위와 같은 예산 전용을 실시하고 있으며, ART(Anti-retroviral therapy) 프로그램을 HIV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모든 남아프리카인에게 시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재원을 확보한다고 해서 그것이 유일한 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해외 재원에서 국내 재원으로 자금 유입로가 바뀌게 된다면, 기금의 액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에이즈 환자들이 받게 될 치료와 혜택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에이즈 감염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동성애자이나 성 노동자들의 경우, 그들을 범죄자 혹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이들은 적절한 치료나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에이즈를 치료하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후에 계획되지 않은 임신과 그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및 가족으로의 확대는 결국 에이즈 확산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이즈 퇴치를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너무 성급하게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단지 HIV바이러스 자체에만 접근하기보다는 가족계획 실시, 콘돔 사용, 바이러스 검사 장려 등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