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윤서영 HK연구교수

보코하람으로부터 풀려난 21명의 여학생

19Oct/16

   지난 2014년 나이지리아 치복의 한 중학교에서 보코하람에게 납치된 200여 명의 여학생 중 21명이 지난 주 카메룬과 맞닿은 나이지리아의 국경 근처에서 풀려났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도움을 준 국제 적십자사로부터 인도되었다.

   여학생들의 생환을 위해 나이지리아 정부가 협상을 시도하여 실패로 끝난 뒤라 더욱 놀랍다. 그렇다면 이번 협상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한 안보 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귀환한 소녀들은 4명의 보코 하람 중대원과 맞바꾼 결과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몸값을 나이지리아 정부를 대신하여 스위스 정부가 지불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정부는 포로들의 교환은 없었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추후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고려해 여학생들의 생환을 모색하겠다고 주장했다.

   한 안보 전문가에 따르면 보코하람이 아무런 대가 없이 여학생을 풀어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어찌되었든 소녀들의 귀환은 보코하람이 이슬람 군사 단체와의 갈등으로 인해 야기된 혼란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보코하람은 현재 IS와 연계되어 두 분파로 분열되었다.

   여학생들은 보코 하람의 이전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에 의해 납치되었다. 셰카우는 최근 권력 싸움에서 밀려났다. 그는 입지 약화로, 여학생들을 풀어 줘도 더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다른 197명의 여학생이 풀려날 때까지 보코하람과의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탈출한 여학생들에 따르면 일부 여학생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납치된 지 벌써 2년이 지났으며, 그들 중 일부는 보코하람 대원들과 결혼하였고, 몇몇은 돌아오기를 원치 않는다고 여학생들은 밝혔다.

   최근 나이지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보코하람과 맞서 진행된 잔혹한 전쟁이 이어지던 중 들려온 희소식이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이슬람 그룹과 진행한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을 전한 이후 한 달 만의 일이라 더욱 놀랍다.

나이지리아의 축구 사랑과 뜻밖의 행운

22Aug/16

   나이지리아의 축구 사랑은 아프리카 그 어느 나라들보다도 지극하다. 어느 나이지리아인은 축구가 나이지리아에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축구광인 남편이나 아이를 둔 여성들은 그들이 축구 경기를 시청하거나, 직접 할 때에는 식사도 준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그 중 축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인, 특히 나이지리아인의 사랑을 무한대로 받고 있는 종목이다. 국민의 그런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나이지리아 올림픽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항공료가 없어 올림픽에 참여하지 못할 뻔하다가, 경기 당일 어렵사리 리우에 입성해 경기에서 승리한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축구 실력뿐 아니라 그것에 대한 큰 사랑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그들의 투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에도 선수들의 이동에 필요한 숙박비와 교통비를 선수가 임시로 부담하는 등 형편이 여의치 않자, 결국에는 선수들의 보이콧 소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본의 한 외과 의사가 2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선언하였다고 한다. 일본의 외과 의사인 다카스 가쓰야는 나이지리아 축구팀에 20만 달러를 일본 주재 나이지리아 대사관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기금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브라질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축구팀이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에는 모든 선수에게 300만 엔을, 은메달을 딸 경우에는 200만 엔을, 동메달을 딸 경우에는 100만 엔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나이지리아 국민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그가 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일본인 의사가 정말로 선수 각 개인에게 돈을 지급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보다는 그의 나이지리아 축구팀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거니와, ‘지성이면 감천’인 것을 이번 나이지리아 축구 대표팀의 열정이 보여준 셈이다.

부하리의 1년 간 성적표

22Aug/16
buhari snail

   나이지리아에 무함마드 부하리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여가 되었다. 취임 당시 부하리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을 격퇴하고, 정치인들의 고질적 문제인 부정부패 척결을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출발했다. 하지만 그가 단언한 것과 달리, 그의 1년간 성적표는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나이지리아의 경제 상황 또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가 수입의 9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반군의 공격으로 니제르-델타 지역이 파괴되어, 원유 1일 생산량이 작년 205만 배럴이던 것이 올해는 140만 배럴로 크게 감소했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유전 지대 파괴로 인해 기름 사재기로 이어지자 외환 보유고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석유 값은 66%, 전기료는 49%, 환율 불안에 따라 수입 물가 또한 크게 오르자, 식품, 의류, 주거비 또한 급등하여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은 약 14%에 달한다. 따라서 나이지리아 국내 경제학자나 평론가들은 이같은 결과가 부하리 정권이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국민들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정책들은 도대체 언제 이루어지는 것이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최근 상황을 보면, 부하리 대통령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이해될 법도 하다. 북부 지역에서는  최근엔 연합군의 공세로 보코 하람의 기세가 조금 수그러들긴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해 농업 활동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또한 남부 유전지대 파괴 문제도 심각한 데다, 중부 지역에서는 목축을 위해 아래로 내려온 플라니인과 원주민과의 토지 쟁탈전이 발생하였다. 또한 동부 지역에서는 또다시 분리주의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복잡다단한 상황은 부하리 대통령의 통치를 결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임기 초 그가 주장한 대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여러 사태가 하나씩 진정되기를 지켜봐야 하겠다.

대통령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강아지

20Jul/16
dogs name buhari

   며칠 전, 나이지리아의 나이저-델타 지역에 사는 한 30세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가 기르는 개의 이름을 ‘Buhari’(나이지리아 현 대통령 이름)으로 지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 웃지 못할 사건의 주인공은 ‘조 포르테모세 치나크웨’(Joe Fortemose Chinakwe)로 두 자녀의 아버지이자 중고의류 수입업자이다. 그가 개 이름을 부르는 것을 그 옆에 있던 어떤 니제르인이 듣고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치나크웨 씨는 개 이름을 ‘부하리’로 지은 것에 대해 대통령을 모욕하거나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부하리 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에 개 이름을 그것으로 바꾸었다고 이야기한다. 즉 자신은 부하리 대통령을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존경했는데, 나이지리아군의 수장인 동시에 부정부패 척결에 힘쓰는 모습에 감동하여, 자신의 사랑하는 개에게 원래 있던 이름까지 바꾸며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그는 3일 만에 풀려났는데,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체포된 것도 억울하지만, 그 과정 또한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즉 자신을 고소한 니제르인은 나이지리아에 불법 체류하고 있던 외국인으로, 불법은 오히려 고발인이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구금된 3일간 경찰이 자신에게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그가 경찰에 체포된 지역은 오군(Ogun) 지역인데, 그 지역 출신이던 경찰은 치나크웨 씨에게 ‘그 지역의(나이저-델타 지역) 사람들은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당신은 감옥에서 불명예스럽게 죽을 것이다’라며, 비난과 협박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또 그를 면회하러 온 부인과 친구에게까지도 모욕을 했다고 주장한다.

   치나크웨 씨는 석방되어 다시 생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가혹한 행위를 일삼는 경찰의 행위와 해외 이주자들의 불법 체류 문제, 지역 갈등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확인한 셈이다.

나이지리아의 중산층은 어디에?

19Jul/16

   정부가 사회 안정화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 나이지리아인은 마침내 정부로부터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거창한 혜택이기보다는 우선, 만성적인 사회 불안이나, 정치인들의 권력 다툼, 식수 부족과 같은 문제들에서 해방구를 찾는 것 말이다. 그러나 이제 나이지리아 국민은 정부 정책에 또 다시 실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awoof’(공짜)라는 문화가 있다. 이것은 나이리지아인이 항상 돈을 들이지 않고 어떤 것을 얻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그것이 큰 혜택이던, 작은 것이던, 사람들은 우연치 않게(혹은 작정하고 찾아서) 얻게 된 것이 그들의 삶에 혜택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정치인들은 부정부패 행위와 그로 인해 얻게 된 천금에 대해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보다는, 공짜로 혹은 거저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근의 정부 정책을 보면,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나 대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는 자체 생산품이 것이 거의 없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나이지리아는 석유 수입으로 51조를 벌어들였다. 이 돈이 지금 어디에 있으며, 나이지리아인의 평균 소득에 왜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들은 ‘trickle down’(국가 경제 시스템을 통해 부유층에서 서민층으로 흘러가는) 효과를 기대하며 탑다운 방식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석유를 배제한다면, 국가의 전체 시스템은 무너질 것이다. 모든 사람이 부정부패로 인해 썩어 빠진 국가 경제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왜 노동자들에게 급여조차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가? 그 모든 돈이 어디로 갔는가? APC에 표를 던진 사람들은 정부가 점차적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고 있다. 즉 정치인들에게 빼앗긴 자금을 회수해서 국가에 정말 필요한 교육이나 위생 및 보건 문제에 투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당장은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에 그것을 재분배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표면적인 임시변통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경제를 보다 더욱 투명하게 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서 빈곤은 이제 세대 간 대물림 현상이 되어가고 있고, 이것은 또 다른 비극을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나이지리아인을 어떻게 빈곤층이 아닌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빈곤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것에서 탈출할 방법이 거의 없다. 그들이 빈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그들 스스로가 너무 종교적 신념이 강하다. 즉 누구는 부유하고, 누구는 가난한 것은 신의 뜻이라는 것이며, 이것은 오늘날 나이지리아의 극심한 빈곤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