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이한규 HK연구교수

가방 속의 악어

19Dec/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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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은 세계적인 국제공항이지만,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불법으로 소지하는 품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약은 물론 성분 미상 의약품이나, 총포, 도검류 등의 무기들, 외화 밀반입 등도 있지만 프랑스 관세 당국이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유입되는 원숭이, 악어, 포유류 등의 고기 반입이다.

   2011년 5월에 일주일동안 집중 단속을 통해 약 1톤의 생선과 야생동물의 고기를 적발한 적이 있다. 특히 일반 소지품처럼 소량으로 반입되는 금지된 동물들의 고기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비록 소량이지만 이들 반입금지 품목들은 프랑스에서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 혹은 아프타열(fièvre aphteuse)을 전파시켜 국민건강은 물론, 프랑스 축산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프랑스 한 세관원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한 여행객 가방에서 발견된 악어고기의 출처에 대해서 묻자 ‘비행기 바퀴에 묻어서 온 것 같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반입 품목들은 특히 성욕에 좋다는 소문으로 아시아로 유입되고 있어서 한국의 식품위생 안전 문제에 대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


출처: Jeune afrique, n° 2703-2704, p.46 (2012년 10월 28일~11월 10일 )

말리 북부 문제 해결의 딜레마

19Dec/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올해 3월 서아프리카에서 세네갈과 함께 비교적 안정된 나라로 알려진 말리에서는 쿠데타로 투레 정부가 무너지고, 투아레그 반군과 이슬람 단체들이 키달, 가오, 팀북투 등 북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북부 3개 주를 장악한 이들은 ‘아자와르(말리 북부지방)민족해방운동’(MNLA)을 결성하고 독립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북부지역에는 아자와르 외에 투아레그 부족 반군단체(MNLA), 급진 이슬람단체인 안사르딘,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 서부아프리카의 통일과 지하드를 위한 운동(MUJAO) 등 무장 세력들이 존립하고 있어 말리정부뿐만 아니라 서방국가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도 군사적 개입을 섣불리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중요한 몇 가지로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 단체들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슬람세력이고 반서구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군사적 개입이 이들 세력의 연합을 조장해 더 큰 세력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악의 사태는 민주화로 불안하지만 겨우 자리잡아가고 있는 아프리카 서북부지역을 불안하게 하여 아프리카가 ‘아프가니스탄’으로 전락케 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둘째, 15개국으로 구성된 ECOWAS는 3천 300명의 다국적군을 파견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이들 단체들에 피랍된 자국민을 구출해야하는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최근 프랑스의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채택하여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 길을 열어 놓았다. 하지만 미국 및 국제 사회에서는 여전히 북부 말리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유보하고 있어 국제적인 공조가 여전히 미흡한 상태이다. 특히 프랑스를 제외한 미국 및 서방국가들은 ECOWAS와 바마코 군부의 군사적 능력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즉 미국은 단순한 군사적 개입 외에도 말리군부와의 민정이양에 대한 논의 및 말리 북부를 장악하고 있는 알카에다 세력의 완전한 소탕문제가 동시에 취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말리 북부를 점령하고 있는 세력들을 단순한 분리주의가 아닌 이슬람세력으로 취급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어 국제적 공조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말리는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거대담론에는 국제사회가 동조하고 있지만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국가들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말리-ECOWAS과 프랑스를 제외하고-가 자국에 줄 수 있는 이익에 대한 계산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21세기 아프리카에서는 ‘경제 냉전’이 이미 시작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적 보상이 없는 분쟁에 개입을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말리 북부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말리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대외 원조 및 경협에 크게 의존하는 전형적인 저개발국이며 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라는 점이 이번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현재 말리 북부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할 경우, 북부를 점령하고 있는 세력들이 올해 1월에서 보여준 것처럼,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대량 학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말리군이 무장반군세력에 대한 효율적인 전투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이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섣부른 군사적 개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부인이 보는 사태 진전이 내부인들에 대한 사태악화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국제적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DRC: 가난한 국회의원?

26Oct/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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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500명의 콩고민주공화국 국회의원은 한 달에 약 7,000 달러의 급여를 받고 있는데, 13,000 달러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확답을 주지 않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쌀쌀하다. 일반 공무원의 급여가 한 달에 700~800달러이고, 대부분의 국민이 하루에 2달러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국회의원의 급여인상 요구는 국민의 생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책임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너무 많은 급여 때문에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어깨띠가 채워지지 않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출처: http://www.jeuneafrique.com/Article/JA2701p043.xml0/kenya-mwai-kibaki-salaire-rdcrdc-pauvres-deputes.html

올란드 프랑스 대통령, 전임자 사르코지의 아프리카 정책을 따를 것인가?

26Oct/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2012년 5월 프랑수아 올랑드는 1996년 미테랑 이후 16년 만에 사회당 출신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갖는 기대는 아프리카에 대해 호혜적인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던 전 정부에 비해 사뭇 다르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자크 시락은 아프리카에 대한 간섭행위를 자제하고 민주화를 강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사르코지는 남아공, 앙골라,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등 영어권 국가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사르코지는 세네갈 대학의 한 연설에서 오늘날 아프리카가 당면한 문제는 유럽의 식민지배 때문이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잊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은 드물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사회당 출신 올랑드의 당선은 프랑스의 대 아프리카 정책의 변화는 물론 아프리카의 대 프랑스 정책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 이후 7월 한 달 동안 기니, 가봉, 세네갈 정상들을 엘리제궁에서 이틀 간격으로 맞이했을 뿐만 아니라 차드, 부르키나파소 정상들과는 전화통화를 통해 협력, 평화정착 등의 아프리카 관련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0월, 전격적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하였다. 특히 사르코지에 의해 충격을 받은 세네갈을 가장 먼저 방문하면서 노예 박물관의 방문하였는데, 이는 과거 유럽인들에 의해 자행된 아프리카인들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전임자의 아프리카 정책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탈냉전 이후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자원외교와 개발 협력의 강화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올란드 대통령이 ‘신아프리카’ 정책으로 선언한 ‘프랑사프리끄(Françafrique)의 폐기’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미테랑 선거 이후로 매년 대통령 선거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 것이 ‘프랑사프리끄의 폐기’였다. 올란드 대통령 역시 아프리카는 정상적인 대륙이 아니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 또한 아프리카 민주화, 분쟁 예방, 개발협력 등이 프랑스의 대 아프리카 정책의 핵심이고, 이를 바탕으로 ‘신아프리카’ 정책을 실시할 것을 천명하였다. 물론 올랑드 대통령은 전임자의 정책 원칙과 다르기 때문에 정책 스타일도 물론 다를 것이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 이전에 아프리카에 관련된 업무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파리고등행정학교[ENA] 시절인 1970년에 연수형식으로 소말리에 다녀온 경험 제외하고) ‘신아프리카’ 정책의 대부분은 전임자들의 정책의 일부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올랑드 대통령이 주장하는 프랑스와 아프리카 간의 ‘건전하고,’ ‘투명하고,’ ‘원활한’ 새로운 관계 설정을 누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신아프리카’ 정책의 차별화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 까 ?


코트디부아르, 제2의 민주주의를 위한 결단

19Aug/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코트디부아르는 세네갈과 함께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된 국가였으나, 21세기 세계화로  강요된 민주화와 그로 인해 발생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세계화로 일부 국가를 제외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권력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인정받아야 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11월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전 대통령 로랑 바그보는 현 대통령 알라산 와타라에게 패배하였지만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단독으로 재선에 취임함으로써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였다. 이로 인해 코트디부아르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름없이 내전상태에 들어갔었다. 결국, 지난 6월 유엔결의를 바탕으로 와타라측 정부군과 프랑스 군이 개입하여 바그보를 시민학살이라는 죄명으로 체포하였고, 바그보는 2011년 말부터 국제사법재판소(CPI, La Cour pénale internationale)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재판이 지연되고 코트디부아르 정부군과 바그보측 무장세력 간 화해가 난행을 거듭하면서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오래전부터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북부 이주민들과 합세한 바그보측 무장 세력과 정부군 간 무력충돌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까지 양측에서 약 1500명 가량 희생되었으며 정전감시를 위해 파견된 유엔군 7명이 사망하여 코트디부아르는 제2의 내전 발생 위기를 맞고 있다. 한편, 정부는 바그보측의 무장폭력에 대응하기 위하여 4만 명의 군 병력을 7만 명으로 증원하고 대통령 경비대를 더욱 강화하였다. 특히 정부는 군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군 간부 편성에서 친바그보 군부세력을 완전히 배척함으로써 양측 간 평화적인 교섭을 통한 대화의 창구마저 완전히 닫아버렸다.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정을 이유로 군부까지 동원하여 경찰 및 헌병과 함께 친바그보 잔당세력들을 소탕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권력이란 무엇인가? 토마스 홉스, 헤겔, 스탈린, 마르크스 등은 권력을 실체(實體)로 정의한다. 즉 권력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하여 인간이 소유하는 물건이고, 이 물건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여 다수의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립 이후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주로 사용하였다. 반면 권력을 관계(關係)로 보는 정의도 있다. 즉 권력 장악자가 피치자들의 복종을 점진적이고 평화적으로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 치자(治者)와 피치자와의 사이에서 어떤 합리적인 상호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서 피치자의 자발적인 복종과 지지를 통해 통치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치자와 피치자 간 관계는 일방적인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전 대통령 바그보가 자신의 통치력을 실체개념으로 행사하여왔다면, 와타라는 아프리카의 통치관습처럼 일반화된 권력의 실체개념에서 벗어나 관계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바그보는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측근들에게 현 정부를 인정하고 코트디부아르 시민으로서 제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반면 현 대통령 와타라는 모든 코트디부아르 국민들에게 자유롭고 균등한 참여를 보장하면서 제도의 input를 폭 넓게 개방하여 output에서는 코트디부아르 국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공평한 배분이 정책을 통해 배출될 수 있는 열린 제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