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올해 3월 서아프리카에서 세네갈과 함께 비교적 안정된 나라로 알려진 말리에서는 쿠데타로 투레 정부가 무너지고, 투아레그 반군과 이슬람 단체들이 키달, 가오, 팀북투 등 북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북부 3개 주를 장악한 이들은 ‘아자와르(말리 북부지방)민족해방운동’(MNLA)을 결성하고 독립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북부지역에는 아자와르 외에 투아레그 부족 반군단체(MNLA), 급진 이슬람단체인 안사르딘,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 서부아프리카의 통일과 지하드를 위한 운동(MUJAO) 등 무장 세력들이 존립하고 있어 말리정부뿐만 아니라 서방국가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도 군사적 개입을 섣불리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중요한 몇 가지로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 단체들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슬람세력이고 반서구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군사적 개입이 이들 세력의 연합을 조장해 더 큰 세력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악의 사태는 민주화로 불안하지만 겨우 자리잡아가고 있는 아프리카 서북부지역을 불안하게 하여 아프리카가 ‘아프가니스탄’으로 전락케 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둘째, 15개국으로 구성된 ECOWAS는 3천 300명의 다국적군을 파견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이들 단체들에 피랍된 자국민을 구출해야하는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최근 프랑스의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채택하여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 길을 열어 놓았다. 하지만 미국 및 국제 사회에서는 여전히 북부 말리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유보하고 있어 국제적인 공조가 여전히 미흡한 상태이다. 특히 프랑스를 제외한 미국 및 서방국가들은 ECOWAS와 바마코 군부의 군사적 능력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즉 미국은 단순한 군사적 개입 외에도 말리군부와의 민정이양에 대한 논의 및 말리 북부를 장악하고 있는 알카에다 세력의 완전한 소탕문제가 동시에 취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말리 북부를 점령하고 있는 세력들을 단순한 분리주의가 아닌 이슬람세력으로 취급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어 국제적 공조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말리는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거대담론에는 국제사회가 동조하고 있지만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국가들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말리-ECOWAS과 프랑스를 제외하고-가 자국에 줄 수 있는 이익에 대한 계산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21세기 아프리카에서는 ‘경제 냉전’이 이미 시작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적 보상이 없는 분쟁에 개입을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말리 북부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말리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대외 원조 및 경협에 크게 의존하는 전형적인 저개발국이며 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라는 점이 이번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현재 말리 북부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할 경우, 북부를 점령하고 있는 세력들이 올해 1월에서 보여준 것처럼,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대량 학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말리군이 무장반군세력에 대한 효율적인 전투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이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섣부른 군사적 개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부인이 보는 사태 진전이 내부인들에 대한 사태악화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국제적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