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케냐 정치권의 세력 규합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박정경


   케냐 차기 대선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02년에 케냐의 제3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무와이 키바키(Mwai Kibaki)는 5년 중임제, 즉 10년의 대통령 재임 기간을 채우고 물러나게 된다. 현재 가장 앞서있는 후보는 지난 2007년 선거에서 키바키의 재선을 위협했던 라일라 오딩가(Raila Odinga)다. 당시 개표가 진행되면서 오딩가의 득표가 키바키보다 앞서가자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개표 방송이 중단되었고, 결국 키바키의 당선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발표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은 케냐 전국을 폭력 사태로 몰아가기도 했다. 이후 국제사회의 중재로 키바키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신설된 수상직을 오딩가가 맡음으로써 권력분점 형태의 행정부가 구성된 바 있다.

   오딩가는 수상직을 수행하면서 기바키 이후의 유력 대선 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러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은 앞서 나가는 오딩가를 경계하며 연합 전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는 케냐의 초대 대통령 조모 케냐타(Jomo Kenyatta)의 아들로서 2002년 대선에서 당시 집권당이었던 케냐아프리카민족동맹(Kenya African National Union)의 후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7년에 그는 같은 기쿠유(Gikuyu) 민족집단 출신인 키바키를 지지하며 대선에 나서지 않았지만, 케냐 최대 민족집단인 기쿠유 정치인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현 부통령인 칼론조 무시요카(Kalonzo Musyoka)는 2007년 선거에서 제3의 후보로 출마한 바 있으며, 캄바(Kamba) 민족집단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이밖에 칼렌진(Kalenjin) 민족집단 출신의 윌리엄 루토(William Ruto)와 루야(Luhya) 민족집단 출신의 유진 와말와(Eugene Wamalwa) 등이 대권 도전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2013년 대선에서 오딩가에 맞설 단일 후보를 내기 위해 연대를 모색하기도 했다.

   독립 이후 케냐 정치권은 민족집단 간 갈등을 부추겨왔다. 케냐 정치인들은 겉으로 국민통합을 외치지만, 자신의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민족집단 간 갈등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 초반 케냐에 다당제 선거가 도입된 이후 더욱 심화되었다. 케냐 정계에서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 특정 민족집단을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들 간 합종연횡이 비일비재했다. 케냐에는 전체 국민의 과반을 넘는 절대 다수 민족집단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당선되기 위해서는 특정 민족집단을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연대를 바탕으로 지지 세력의 규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오딩가는 루오(Luo) 민족집단 출신이다. 그는 케냐에서 세 번째로 큰 민족집단인 루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현 대통령 키바키 재임기에 키쿠유 출신 엘리트에게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권이 집중되면서 다른 민족집단 사이에 기쿠유 민족집단에 대한 적대감이 증폭되었는데, 이러한 반 기쿠유 정서를 가진 유권자의 표도 오딩가에게 어느 정도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딩가는 다른 민족집단 출신 정치인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붕고마(Bungoma) 출신의 루야 정치인 모제스 웨탕굴라(Moses Wetangula)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거물 정치인과의 연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지지도 2위 후보는 기쿠유 출신의 케냐타다. 그는 칼렌진 출신의 루토와 공동 전선을 형성하며 오딩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밖에 캄바 출신의 무시요카는 루야 출신 거물 정치인 무살리아 무다바디(Musalia Mudavadi)와 연합하여 제3의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선까지 수개월이 남아 있어 앞으로도 변수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오딩가, 케냐타, 무시요카를 이 세 후보를 중심으로 케냐 대선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