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카운티 제도 도입과 지방분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박정경


   지난 2010년에 공포된 케냐 신헌법의 골자 중 하나는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권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행정부에 수상(Prime Minister) 및 부수상(Deputy Prime Minister)직이 신설되었다면, 지방분권은 카운티(County) 제도를 중심으로 시행된다. 신헌법 공포로 케냐의 지방 행정구역은 이전의 디스트릭트(district)를 기반으로 47개의 카운티로 재편되었다. 2013년 3월에 있을 선거에서 카운티의 지사(知事, governor)가 선출되고 카운티 의회 구성이 완료되면, 각 카운티에는 반자치(semi-autonomous) 지방정부가 들어서는 것이다. 이 카운티 지방정부는 이전보다 증가한 지방세 재원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의 간섭을 덜 받으면서 어느 정도 독자적인 지방행정을 펼칠 것이다.

   지방분권은 독립을 전후한 시기부터 일부 케냐인, 특히 소수 집단에게는 숙원이었다. 일례로, 내륙 지역과는 달리, 무슬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케냐 해안 지역에서는 자치권에 대한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독립을 목전에 둔 케냐 정치권은 내륙 출신 다수 민족집단, 특히 기쿠유(Gikuyu) 및 루오(Luo) 민족집단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케냐아프리카민족동맹’(Kenya African National Union)과 칼렌진(Kalenjin), 마사이(Maasai), 미지켄다(Mijikenda) 등의 소수 민족집단 출신 정치인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케냐아프리카민주주의동맹’(Kenya African Democratic Union)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케냐아프리카민족동맹이 중앙집권제를 선호한 반면, 케냐아프리카민주주의동맹은 소수 민족집단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연방주의를 강령으로 채택했다. 케냐 해안 지역 미지켄다 집단의 기리아마(Giriama) 출신 정치인 로날드 은갈라(Ronald Ngala)는 케냐아프리카민주주의동맹의 지도자로서 ‘마짐보’(Majimbo)라 명명된 연방제 정부의 수립을 주장했다. 당시 케냐 해안의 미지켄다인은 대체로 케냐아프리카민주주의동맹을 지지했으며, 독립과 함께 연방제 형태의 정부가 들어서서 자신들에게 자치권이 부여되기를 희망했다. 이는 내륙 출신의 다수 집단으로부터 해안 지역의 경제적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독립 이후 중앙집권제가 시행된 케냐에서는 중앙정부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정부 요직을 차지한 다수 집단 출신 엘리트가 국가의 자원을 독식하는 폐해가 발생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소수 집단은 이러한 상황에 환멸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지방분권을 주장했다. 1990년대 초반 다당제 선거가 실시된 이후,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소수 집단의 표를 의식한 몇몇 정치인이 지방분권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그들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중앙정부로의 권력 집중은 더욱 심화되기만 했다.

   카운티 지방정부 체제는 다수 집단 출신 엘리트가 국가의 자원을 독점하는 폐해에 실망해온 케냐의 소수 집단에게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할 제도적 장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들의 숙원이었던 자치권을 신헌법 하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이 제도를 바탕으로 국가의 균형 발전이 이루어져 그간 정치·경제적으로 주변화되었던 소수 집단의 삶이 개선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