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2012년 5월 프랑수아 올랑드는 1996년 미테랑 이후 16년 만에 사회당 출신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갖는 기대는 아프리카에 대해 호혜적인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던 전 정부에 비해 사뭇 다르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자크 시락은 아프리카에 대한 간섭행위를 자제하고 민주화를 강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사르코지는 남아공, 앙골라,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등 영어권 국가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사르코지는 세네갈 대학의 한 연설에서 오늘날 아프리카가 당면한 문제는 유럽의 식민지배 때문이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잊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은 드물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사회당 출신 올랑드의 당선은 프랑스의 대 아프리카 정책의 변화는 물론 아프리카의 대 프랑스 정책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 이후 7월 한 달 동안 기니, 가봉, 세네갈 정상들을 엘리제궁에서 이틀 간격으로 맞이했을 뿐만 아니라 차드, 부르키나파소 정상들과는 전화통화를 통해 협력, 평화정착 등의 아프리카 관련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0월, 전격적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하였다. 특히 사르코지에 의해 충격을 받은 세네갈을 가장 먼저 방문하면서 노예 박물관의 방문하였는데, 이는 과거 유럽인들에 의해 자행된 아프리카인들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전임자의 아프리카 정책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탈냉전 이후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자원외교와 개발 협력의 강화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올란드 대통령이 ‘신아프리카’ 정책으로 선언한 ‘프랑사프리끄(Françafrique)의 폐기’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미테랑 선거 이후로 매년 대통령 선거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 것이 ‘프랑사프리끄의 폐기’였다. 올란드 대통령 역시 아프리카는 정상적인 대륙이 아니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 또한 아프리카 민주화, 분쟁 예방, 개발협력 등이 프랑스의 대 아프리카 정책의 핵심이고, 이를 바탕으로 ‘신아프리카’ 정책을 실시할 것을 천명하였다. 물론 올랑드 대통령은 전임자의 정책 원칙과 다르기 때문에 정책 스타일도 물론 다를 것이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 이전에 아프리카에 관련된 업무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파리고등행정학교[ENA] 시절인 1970년에 연수형식으로 소말리에 다녀온 경험 제외하고) ‘신아프리카’ 정책의 대부분은 전임자들의 정책의 일부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올랑드 대통령이 주장하는 프랑스와 아프리카 간의 ‘건전하고,’ ‘투명하고,’ ‘원활한’ 새로운 관계 설정을 누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신아프리카’ 정책의 차별화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 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