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제2의 민주주의를 위한 결단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코트디부아르는 세네갈과 함께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된 국가였으나, 21세기 세계화로  강요된 민주화와 그로 인해 발생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세계화로 일부 국가를 제외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권력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인정받아야 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11월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전 대통령 로랑 바그보는 현 대통령 알라산 와타라에게 패배하였지만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단독으로 재선에 취임함으로써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였다. 이로 인해 코트디부아르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름없이 내전상태에 들어갔었다. 결국, 지난 6월 유엔결의를 바탕으로 와타라측 정부군과 프랑스 군이 개입하여 바그보를 시민학살이라는 죄명으로 체포하였고, 바그보는 2011년 말부터 국제사법재판소(CPI, La Cour pénale internationale)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재판이 지연되고 코트디부아르 정부군과 바그보측 무장세력 간 화해가 난행을 거듭하면서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오래전부터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북부 이주민들과 합세한 바그보측 무장 세력과 정부군 간 무력충돌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까지 양측에서 약 1500명 가량 희생되었으며 정전감시를 위해 파견된 유엔군 7명이 사망하여 코트디부아르는 제2의 내전 발생 위기를 맞고 있다. 한편, 정부는 바그보측의 무장폭력에 대응하기 위하여 4만 명의 군 병력을 7만 명으로 증원하고 대통령 경비대를 더욱 강화하였다. 특히 정부는 군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군 간부 편성에서 친바그보 군부세력을 완전히 배척함으로써 양측 간 평화적인 교섭을 통한 대화의 창구마저 완전히 닫아버렸다.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정을 이유로 군부까지 동원하여 경찰 및 헌병과 함께 친바그보 잔당세력들을 소탕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권력이란 무엇인가? 토마스 홉스, 헤겔, 스탈린, 마르크스 등은 권력을 실체(實體)로 정의한다. 즉 권력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하여 인간이 소유하는 물건이고, 이 물건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여 다수의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립 이후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주로 사용하였다. 반면 권력을 관계(關係)로 보는 정의도 있다. 즉 권력 장악자가 피치자들의 복종을 점진적이고 평화적으로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 치자(治者)와 피치자와의 사이에서 어떤 합리적인 상호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서 피치자의 자발적인 복종과 지지를 통해 통치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치자와 피치자 간 관계는 일방적인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전 대통령 바그보가 자신의 통치력을 실체개념으로 행사하여왔다면, 와타라는 아프리카의 통치관습처럼 일반화된 권력의 실체개념에서 벗어나 관계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바그보는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측근들에게 현 정부를 인정하고 코트디부아르 시민으로서 제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반면 현 대통령 와타라는 모든 코트디부아르 국민들에게 자유롭고 균등한 참여를 보장하면서 제도의 input를 폭 넓게 개방하여 output에서는 코트디부아르 국민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공평한 배분이 정책을 통해 배출될 수 있는 열린 제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