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배유진 HK연구교수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18Mar/19

   아프리카 빈곤의 원인에 관한 논쟁에서 가장 흔한 주장 중 하나는 아프리카가 국제사회, 선진국, 다국적 기업들에게 아직까지도 이용당하는 피해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7년도 발행된 Honest Account 2017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약 1,160억 달러가 대출, 개인 송금, 원조 등의 형태로 아프리카에 유입되었으나, 같은 해 대륙에서 외부로 유출된 금액이 약 2,300억 달러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2015년 아프리카 국가들이 받은 원조는 약 190억 달러였지만,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 감축을 위해 수입 및 수출 가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음으로써 이 대륙에서 불합리적으로 빠져나간 액수가 약 680억 달러였다. 또한, 같은 해 아프리카 정부들은 약 330억 달러를 대출받았으나 부채 이자 및 원금 지불에 약 180억 달러를 사용했다. 심지어 과거 선진국들의 자국 발전 과정에서 파괴된 환경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 ‘트렌드’에 맞추어 매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약 106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이런 보고서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고 있는 빈곤이 외부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아이러니한 점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엄청난 양의 천연자원을 비롯하여 생물 다양성, 풍부한 노동력 및 비즈니스 환경의 급성장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고, 2000년대 들어오면서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아프리카 빈곤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는 아프리카 내 빈부 격차의 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부를 누리는 상류층을 비롯해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 중 하나인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빈곤층의 규모는 거의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아프리카 국가들 내에서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어 온 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렀고,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올바른 부의 (재)분배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는 대륙이 빈곤하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함으로써 아프리카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 내 녹색 성장의 현실성

19Nov/18

   현재 아프리카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녹색 성장’을 지향하고 환경 오염 감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리비아를 제외한 모든 아프리카 국가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아래 온실가스 감축목표(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INDC)를 제출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감축 목표를 살펴보면 26개 국가가 ‘녹색 개발’과 ‘녹색 경제’를 지향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녹색 성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의문이 든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천연자원과 환경이라는 자연자본(natural capital) 사용에 의존하고 있다. 농업 부문에 의존도가 높은 말라위의 경우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다량의 화학 비료를 위한 보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화학 비료 사용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기에 녹색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녹색 성장을 위해 화학 비료 사용을 멈춘다면 당장 농민들이 살아갈 수가 없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당장의 삶을 포기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틀에서 볼 때 아프리카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인해 녹색 성장을 지향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제 성장과 빈곤 감소가 더 시급한 과제인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녹색 성장은 어쩌면 가혹한 목표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룬 선진국들은 ‘녹색화’ 운동에 신경 쓸 여력이 있다. 반면, 아프리카는 경제 성장과 녹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한다.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으로 인해 파괴된 환경의 결과를 처리하는 데 글로벌 녹색화의 이름 아래 아프리카 국가들이 동참해야 하는가? 그리고 녹색 성장 지향이라는 압력을 가하는 선진국 중 녹색 성장을 제대로 시행하는 국가가 있는지 의문이다.

   환경 보호 및 개선은 분명 아프리카를 포함해 국제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사회의 영향으로 인한 녹색 성장이 아닌 자신들의 위치와 상황에 알맞은 녹색 성장의 개념과 범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들의 경제와 환경적 위치를 잘 파악하고, 환경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선진국과 국제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말라위 내 토지 횡령(land-grabbing) 주범은 누구인가?

19Nov/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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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 기업들이 농업 사업을 위해 아프리카에 진출하면서 ‘토지 횡령’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말라위는 토지 면적에 제한이 있는 내륙국이며 인구의 80% 이상이 농업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토지 횡령은 민감한 사안이다. 피터 무타리카(Peter Mutharika) 대통령은 2015년 BBC HARDtalk 프로그램을 통해 말라위 내에는 토지 횡령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응코타코타 주(Nkhotakota district)의 드왕그와(Dwangwa) 지역은 말라위에서 가장 중요한 사탕수수 재배 지역 중 하나이며, 설탕회사인 일로보(Illovo)가 진출해 있다. 지역 농부들은 Illovo와 지역 족장이 손을 잡고 자신들을 쫓아내고 이들의 토지를 불법적으로 사탕수수 농장의 일부로 전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Illovo는 1974년 진출 당시 99년간 합법적으로 토지를 임대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농부들이 말라위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말라위를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다국적 농업 기업들에 관대하고 토지 거래가 빠르게 진행된다. 반면, 상업 단체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메커니즘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말라위에 자급자족 농민이 많다는 것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확한 법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말라위 정부는 오히려 대규모 상업 농업을 위해 200,000헥타르의 토지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토지 횡령의 주범이 과연 다국적 기업인지, 다국적 기업에서부터 농민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https://www.nyasatimes.com/malawis-real-land-grab/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구현 현황

18Se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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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세계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 자체가 방대한 글로벌 목표이기에 모든 국가가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도 당연히 해당되는 일이다.

   지난 9월 10일 키갈리(Kigali)에서 아프리카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센터(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Centre for Africa)는 아프리카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지수 및 대시보드 보고서 2018(African SDG Index and Dashboards Report 2018)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 중 모로코가 글로벌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구현에서 약 66.1%를 달성하며 가장 빠른 성과를 보여주고 있고, 북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소규모 섬 국가들이 대륙 내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위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현재까지 목표의 2/3만을 달성했고, 대륙 전체의 평균은 50%가 조금 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아프리카가 전체적으로 목표 구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 정치,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구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국가마다 속도 차이가 클 수 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성과가 전체적인 글로벌 목표 달성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다수의 주장을 볼 때, 이는 아주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결국 아프리카가 국제 사회의 직‧간접적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각국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구현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그들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경제적으로, 또한 정치 및 정책적으로 협동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https://allafrica.com/view/group/main/main/id/00063716.html

아프리카의 유전자변형 작물(GM Crops) 생산과 이슈

18Sep/18

   최근 다수의 개발도상국 정부는 유전자변형 작물(GM crops) 생산 및 개발과 관련된 고민을 하고 있다. 농업생명공학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에 따르면 2017년까지 GM crops를 재배한 국가는 총 24개국이었고 이 중 19개국이 개발도상국이었으며, 이외에 43개국이 식량이나 사료로 GM crops를 수입했다고 밝혔다. GM crops를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대표적인 아프리카 국가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GM옥수수, GM콩)과 수단(GM목화)이 있으며, 올해에는 나이지리아에서 GM목화 생산이 승인되었다.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에게 GM crops 생산은 상당한 잠재적 혜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내건성 (drought tolerance), 내충성 (insect resistance) 작물은 다양한 기후와 토양 조건을 가진 아프리카 국가들의 생산성을 높여 줄 수 있다. 이외에도 유통 기한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GM crops는 운반을 위한 인프라와 작물 저장소가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영양실조와 식량 안보 등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살충제나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랄 수 있는 GM crops 생산은 환경 오염, 즉 환경 안보 부문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GM crops 생산은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GM crops의 꽃가루가 바람이나 곤충 등을 통해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므로 기존 작물 생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더 큰 차원에서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 (biodiversity)에 부정적 영향을 줌으로써 환경 자체가 변질될 수 있다. 또한, Monsanto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상당수의 GM crops 종자 특허를 소유하고 있기에 자급 농업 혹은 소규모 농업을 하는 아프리카 농민들이 다국적 기업에 의존하는 위험한 현상을 초래하여 결국 이들의 생계 자체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영양실조와 빈곤을 겪고 있고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아프리카에서 식량 안보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다수의 단점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과제를 안겨 줄 수 있는 GM crops 생산은 어쩌면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GM crops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축이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결국 정부가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세우고 새로운 작물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것의 생산을 통해 주위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특히 농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일을 최대한 방지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인 점은 2017년까지 13개 아프리카 국가가 섣부르게 GM crops 생산에 뛰어들기보다 다양한 작물에 대한 생산 타당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들 국가의 연구 결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 공유 네트워크 형성은 더 성공적인 GM crops 생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