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김은경 교수

나이지리아: 농부와 목동 간 무력 충돌

28Jan/18
nigeria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정착 생활을 하며 논밭을 일구는 농민들과 목초지를 찾아 가축들을 방목하는 목동들 간 무력 충돌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분쟁의 원인은 베뉴(Benue) 주와 타라바(Taraba) 주의 주지사들이 입안해 통과된 반방목법 때문이다. 반방목법에 의하면 이 지역의 소들은 방목에 적절하지 않으며 방목에 적절한 종류의 지정된 소들만 목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지리아가 목축업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아, 많은 가축이 도중에 자연적으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하다. 뿐만 아니라 국가가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농업 장려 정책을 쓰는 것도 잘못된 처사는 아니다. 그러나 목축업자의 입장에서 이는 생계가 달린 문제일 것이다. 농민들은 이 법에 의거해 불법 소들이 방목, 운영되는 것을 고발했고 목축업자들은 법 제정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소들을 기름으로써 충돌이 생겼다.

   물론 이 법을 제안하고 통과시킨 데는 정치적인 목적이 숨어 있다. 2019년 선거를 의식한 주지사들이 농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계속되는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연방 정부는 ‘가축 콜로니(colonies)’를 제안했다. 방목 대신 인위적으로 조성된 특정 공간에서만 가축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으나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정치인들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소수 집단인 목축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풀라니족 농민과 목축업자 간에도 이권 다툼이 격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allafrica.com/stories/201801090089.html

탄자니아 대통령 마구풀리의 환금 작물 장려 정책과 경제 성장

25Nov/17
magufuli

   2015년 탄자니아의 대통령 선거에서 존 폼베 마구풀리(JPM)가 당선됐을 때, 사람들은 그가 속한 집권 여당 CCM보다 그가 더 인기가 많다고 할 정도로 기대가 컸다. 그 후 현재까지 JPM은 부정부패 척결, 초중등학교 무상 교육 실시, 정부 세입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2017년 1/4분기 세계은행 보고서는 탄자니아를 경제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 중 하나로 꼽았다.

   한편, 탄자니아는 GDP의 1/4 이상이 농업에서 창출되며 수출액 전체의 85%가 농산품 수출로 얻어진다. 이러한 경제 구조를 고려하여, 최근 CCM은 환금 작물 재배 장려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특히 목화, 차, 커피, 캐슈넛, 담배 등 다섯 가지 환금 작물에 대해 수출 관세를 낮추고 경작 면적을 늘림으로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환금 작물의 확장은 중소규모 또는 대규모 농업 관련 제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목화 재배의 경우 기존의 섬유 산업에 대한 지원도 늘려 기반을 다지면 1, 2차 산업에 대한 발전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마구풀리의 정책은 전반적으로 발전국가모델(development state model)에 바탕을 둔 것으로,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 원칙를 따르나 발전 방향 설정과 정책 결정에 국가가 결정적 주도권을 가진다. 이는 에티오피아의 멜레스 제나위나 르완다의 폴 카가메가 채택한 정책과 유사하다. 이러한 발전 모델의 특징은 외부의 금융/개발 기구에 의한 계획이 아닌 국내 지도자들의 자체적 결정에 의해 발전 방향이 수립되고 정책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긍정적 경제 전망을 이어 나갈 노력과 책임도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하겠다.

만평 출처: http://allafrica.com/stories/201605020533.html

짐바브웨의 새로운 시작, 발전 가능성 요인은?

24Nov/17

   식민 통치를 경험하고, 일당제나 군부 독재를 지나, 민주주의로 향해 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발전 과정 가운데 최근 짐바브웨에서 일어난 일들은 큰 의미를 지닌다. 짐바브웨의 대통령 무가베(Robert Mugabe)가 집권당인 ZANU-PF의 부통령 음낭가과(Emmerson Mnangagwa)를 축출한 지 일주일 만에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무가베를 정권에서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가베는 사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으나, 결국 탄핵이 시행되기 직전에 퇴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과 야당 지도자들은 물론, 집권당 엘리트들도 환호를 올렸다.

   하지만 무가베의 사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짐바브웨의 향방이다. 크게 세 가지로 발전 가능성 요인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 1980년 독립을 이끌어 낸 무가베 정부는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에 기반을 두고 그동안 국민의 지지를 받아 왔다. 짐바브웨의 대다수 국민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무가베는 그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독립 당시 존재하던 산업 기반마저 무너뜨리며 농업 중심의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짐바브웨는 보유한 천연자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농업 외의 산업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공공 부문과 공기업을 개혁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무가베의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적 정치 전략은 공공 부문을 비효율적으로 비대하게 만들었다. 서구의 구조 조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공 부문은 축소되지 않았고, 공기업은 합리적 또는 경쟁적 구조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러한 요인들과 부정부패로 인해 2000년대 짐바브웨는 초인플레이션이 찾아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아직도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측면에서 야당 참여와 시민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 군사 쿠데타로 무가베가 물러나긴 했지만 부통령 음낭가과와 군부 모두 현 집권 정당인 ZANU-PF의 일원이다. 게다가 음낭가과는 무가베와 함께 문제가 될 만한 정책들을 입안해는 데 일조했던 인물이며, 불법 채굴을 통해 재물을 많이 모았으며, 과거의 행적을 보았을 때 독재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다. 따라서 무가베의 사임으로 민주주의가 도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짐바브웨의 정치 지도자들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고 전 세계가 그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포용적이고 다양화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빌 게이츠의 ‘치킨 프로젝트’

08Sep/17
billgates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계속해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선 사업의 규모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세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아프리카의 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닭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게이츠는 닭을 나눠 줌으로써 생기는 유익에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닭을 나눠 줘서 기르게 하면 적은 관리 비용으로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으며, 기르는 닭이 생산하는 달걀을 먹고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할 수 있게 되고, 여성들도 주도권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매우 가난한 사람에게 닭을 갖고 싶은지, 같은 가치의 돈을 받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모두가 닭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닭을 주는 것은 선택의 자유를 제외하고 베푼 선의이다. 가난한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부금을 술이나 담배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일에 사용할 수도 있으나, 닭을 팔아서도 그런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게이츠의 ‘닭 사업’에 대한 반응으로 여러 학자는 빈곤 해결에 대한 대안들을 거론하고 있다. 정치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으며, 최극빈자들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와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어쨌든 ‘닭 사업’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이것이 빈곤 해결에 대한 독특한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다른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도 이런 가난을 해결할 기발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만평 출처: https://twitter.com/billgates/status/740623822311804933

남아공의 장기적 경기 침체와 부정부패

25Jul/17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산업화가 가장 많이 진전된 국가인 남아공이 8년째 경기불황을 겪고 있다. 불황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7년, 필자는 보츠와나에서 육로로 남아공을 방문했다.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길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좀 더 선진화된 사회로 가는 특권을 누린 사람들 같았다.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해서도, 심한 빈부 격차와 높은 범죄율로 인해 긴장감을 느꼈지만, 여기저기 나붙은 광고판과 높이 솟은 건물들은 남아공의 경제적 자부심을 말해주는 듯했다. 표면적으로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도 해외 출장 등 해외 교류가 많았고, 비교적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모습은 인종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함께 경제 발전을 이뤄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남아공의 독보적 경제력은 아프리카의 타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영향력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을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과 별다를 바 없게 만드는 것은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이다. 남아공의 경기 침체는 높은 실업률과 무역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요인 중 하나가 부정부패이다. 경제 발전과 부정부패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과 분배가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경제 활동 중 불필요하게 빠져나가는 비용 때문에 투자나 확장이 불가능해지고 복지도 최소화된다. 기업 내에서 기술과 인력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 고위직에 오르는 일도 뇌물 수수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 성장과 비리/부패의 직접적 연관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이콥 주마 정부가 비리와 스캔들에 연류되어 있는 가운데 이번 경기 침체는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주마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에 치뤄질 선거가 논의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정치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