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김은경 HK교수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빌 게이츠의 ‘치킨 프로젝트’

08Sep/17
billgates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계속해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선 사업의 규모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세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아프리카의 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닭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게이츠는 닭을 나눠 줌으로써 생기는 유익에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닭을 나눠 줘서 기르게 하면 적은 관리 비용으로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으며, 기르는 닭이 생산하는 달걀을 먹고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할 수 있게 되고, 여성들도 주도권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매우 가난한 사람에게 닭을 갖고 싶은지, 같은 가치의 돈을 받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모두가 닭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닭을 주는 것은 선택의 자유를 제외하고 베푼 선의이다. 가난한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부금을 술이나 담배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일에 사용할 수도 있으나, 닭을 팔아서도 그런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게이츠의 ‘닭 사업’에 대한 반응으로 여러 학자는 빈곤 해결에 대한 대안들을 거론하고 있다. 정치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으며, 최극빈자들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와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어쨌든 ‘닭 사업’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이것이 빈곤 해결에 대한 독특한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다른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도 이런 가난을 해결할 기발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만평 출처: https://twitter.com/billgates/status/740623822311804933

남아공의 장기적 경기 침체와 부정부패

25Jul/17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산업화가 가장 많이 진전된 국가인 남아공이 8년째 경기불황을 겪고 있다. 불황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7년, 필자는 보츠와나에서 육로로 남아공을 방문했다.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길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좀 더 선진화된 사회로 가는 특권을 누린 사람들 같았다.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해서도, 심한 빈부 격차와 높은 범죄율로 인해 긴장감을 느꼈지만, 여기저기 나붙은 광고판과 높이 솟은 건물들은 남아공의 경제적 자부심을 말해주는 듯했다. 표면적으로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도 해외 출장 등 해외 교류가 많았고, 비교적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모습은 인종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함께 경제 발전을 이뤄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남아공의 독보적 경제력은 아프리카의 타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영향력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을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과 별다를 바 없게 만드는 것은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이다. 남아공의 경기 침체는 높은 실업률과 무역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요인 중 하나가 부정부패이다. 경제 발전과 부정부패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과 분배가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경제 활동 중 불필요하게 빠져나가는 비용 때문에 투자나 확장이 불가능해지고 복지도 최소화된다. 기업 내에서 기술과 인력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 고위직에 오르는 일도 뇌물 수수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 성장과 비리/부패의 직접적 연관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이콥 주마 정부가 비리와 스캔들에 연류되어 있는 가운데 이번 경기 침체는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주마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에 치뤄질 선거가 논의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정치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세네갈 전직 대통령 압둘라예 와데 돌아오다

25Jul/17
Senegal

세네갈의 전직 대통령 압둘라예 와데가 망명에서 돌아왔다. 현재 91세인 와데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삼선을 노렸으나 실패한 후, 프랑스 파리로 망명을 갔다가 2017년 7월 30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시 세력을 모으기 위해 귀국했다. 와데는 삼선에 실패했지만 그의 지지율은 아직도 탄탄하며, 이번 귀국 시에도 공항은 그를 환영하는 지지자들로 붐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그는 자신이 창립한 정당인 세네갈민주정당(PDS)과 몇몇 야당을 통합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위의 삽화는 2012년 와데가 추방 당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2012년 선거 전 와데는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려다 실패하였고, 그해 선거는 폭력 사태를 동반하는 등 세네갈 역사상 논란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현 대통령 맥키 샐 정부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가운데, 와데의 출현이 선거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할 만하다.

만평 출처: http://africacartoons.com/tag/macky-sall/

잠비아 민주주의의 후퇴?

27May/17

   HH로 불리는 하카인데 히칠레마(Hakainde Hichilema)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11년간 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였다가 실패했다. 국가개발연합당(UPND)의 대표인 HH는 남부 지방을 본거지로 삼고 있으며 2016년 선거에서는 남부, 서부, 북서부 지방에서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2016년 선거에서도 HH는 동부에서 전적인 지지를 받은 애국전선당(PF)의 에드거 룽구(Edgar Lungu)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야권은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선거 결과에 대해 반발했으며 UPND 지지 지역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1991년 다당제를 도입한 이래 최대의 폭력 사태였다. 또한 잠비아 정부는 선거 후 국가 안정을 이유로 독립 언론사의 취재를 정지시키며 언론의 자율성을 제한했다. UPND는 부정 선거 혐의로 룽구의 대통령직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한 조사로 인해 대통령 취임식이 미뤄지기는 했으나 결국 UPND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BC의 영상물(http://www.bbc.com/news/world-africa-39577230)은 2017년 4월 대통령 룽구와 HH의 차량이 같은 행사장으로 제각기 향하던 중 벌어진 일을 담고 있다. HH의 차량이 룽구의 자동차 행렬을 방해해 신변 안전에 위협을 가했다는 이유로, HH는 현재 반역죄로 구치소에 한 달 이상 구금되어 있다. 이로 인해 정당 간 대립도 더욱 격화되고 있어 잠비아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나에서 국회의원 재선이 힘든 이유

27May/17

   가나에서는 2016년 12월 7일 선거를 통해 2017년부터 4년간 임기를 시작할 27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그 중 182명이 새로 선출된 의원이며 삼선 의원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의원이 재선에 실패하는 이유는 국회에 오래 남아 있는 것 자체를 국민이 부도덕한 행위로 여기기 때문이다. 삼선이나 그 이상 된 국회의원들은 30년 넘게 짐바브웨를 통치하고 있는 대통령 이름을 따서 “무가베(Mugabe)”라고 불린다.

   그러나 사실상 가나 국회의원의 월급은 한화로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국회의원 한 명당 선거 자금은 1억원 이상 소요되는 데 비해 월급은 아주 적은 액수이다. 따라서 재선을 못할 경우 선거 자금 마련을 위해 낸 빚을 다 갚기도 전에 의원직을 내려놓게 된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후 받는 연금도 터무니없이 적어, 2017년 3월 전직 국회의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009년부터 연간 750만 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한편, 가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유권자가 국회의원에게 개인적으로 금전적 지원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학비나 현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듯 임기 동안 국회의원에게 거는 기대는 큰 반면 그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않다. 다만 임기 후 ‘명예로운(Honorable)’이라는 호칭만 남게 된다.

   물론 선거 후 빚을 지게 되더라도 선거 출마 여부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적절한 보상과 대우 없이 유능한 국회의원이 지속해서 나올지는 미지수다. 국가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적에 상응하는 보상과 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가나는 상대적으로 빈곤율이 높은 국가여서 (2005년 기준, 전체 인구의 25.2%) 국민들이 성공한 사람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큰 빈부 격차는 더욱 비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빈민의 처지를 고려해 유능한 사람이 재선할 수 없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가나는 아프리카 국가로서는 민주주의 실현에 앞장서서 안정적인 정치 질서를 구축한 나라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바람직한 인재 등용과 적절한 보상은 국익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