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통치를 경험하고, 일당제나 군부 독재를 지나, 민주주의로 향해 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발전 과정 가운데 최근 짐바브웨에서 일어난 일들은 큰 의미를 지닌다. 짐바브웨의 대통령 무가베(Robert Mugabe)가 집권당인 ZANU-PF의 부통령 음낭가과(Emmerson Mnangagwa)를 축출한 지 일주일 만에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무가베를 정권에서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가베는 사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으나, 결국 탄핵이 시행되기 직전에 퇴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과 야당 지도자들은 물론, 집권당 엘리트들도 환호를 올렸다.
하지만 무가베의 사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짐바브웨의 향방이다. 크게 세 가지로 발전 가능성 요인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 1980년 독립을 이끌어 낸 무가베 정부는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에 기반을 두고 그동안 국민의 지지를 받아 왔다. 짐바브웨의 대다수 국민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무가베는 그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독립 당시 존재하던 산업 기반마저 무너뜨리며 농업 중심의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짐바브웨는 보유한 천연자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농업 외의 산업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공공 부문과 공기업을 개혁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무가베의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적 정치 전략은 공공 부문을 비효율적으로 비대하게 만들었다. 서구의 구조 조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공 부문은 축소되지 않았고, 공기업은 합리적 또는 경쟁적 구조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러한 요인들과 부정부패로 인해 2000년대 짐바브웨는 초인플레이션이 찾아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아직도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측면에서 야당 참여와 시민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 군사 쿠데타로 무가베가 물러나긴 했지만 부통령 음낭가과와 군부 모두 현 집권 정당인 ZANU-PF의 일원이다. 게다가 음낭가과는 무가베와 함께 문제가 될 만한 정책들을 입안해는 데 일조했던 인물이며, 불법 채굴을 통해 재물을 많이 모았으며, 과거의 행적을 보았을 때 독재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다. 따라서 무가베의 사임으로 민주주의가 도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짐바브웨의 정치 지도자들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고 전 세계가 그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포용적이고 다양화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