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에레레의 이상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양철준


   1999년 10월 14일 탄자니아의 초대 대통령 니에레레가 서거한 이후, 국부로서 추앙받는 그를 추념하는 기념식이 매년 열린다. 비록 그의 탄자니아식 사회주의 실험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아직도 많은 탄자니아인들이 그를 존경하는 것은 그의 삶을 관통해서 일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철학과 의지 및 실천적 행동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철학과 정치의 기저에는 인본주의적 정신이 지배했기 때문이다.

   니에레레가 행동으로 실천하고 보여주었던 삶과 철학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해마다 갖는 것은 오늘날 탄자니아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과도 직결되어 있다. 즉 자유시장의 원칙에 따른 이익 추구의 극대화와 공공성의 상실, 공동체 의식의 붕괴 등의 문제들이 점점 사회적 문제들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니에레레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서도 정치적 윤리가 무너져 내리고 부패가 사회의 기저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 직설적인 어법으로 경고했다. 특히 아루샤선언에서 강조했던 사회주의적 공동체 의식, 자립, 훌륭한 거버넌스의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치적 풍토는 더욱 분명했졌고 니에레레는 이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니에레레는 특히 부패 행위들이 사회의 암적 존재로서 늘어나는 것을 목격했고 부패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여당인 혁명당은 당내 부패와 더불어 분파적 행동들로 인해 내홍을 겪고 있다. 당내 요직에 있는 인물들이 능력도 자질도 갖추고 있지 않은 친인척을 등용하고 공공의 이익이나 대의에는 아랑곳없이 사익추구에 여념이 없는 정치 지도자들이 니에레레를 기억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많은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니에레레는 대통령 재임 시 자신의 친인척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서 철저하게 배제했고 그의 이러한 원칙은 일관되게 고수되었다.

   부패가 점점 국가의 부를 잠식하고 빈부격차의 심화 등 사회적 문제들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들이 과연 니에레레의 철학과 이상을 지키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국민들은 진정성을 가진 말이 아닌 말과 실천이 괴리된 정치인들의 상투적 발언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듯하다.


출처

Mwananchi (2012년 10월 17일)

www.mwananchi.co.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