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정부 대변인은 5월 2일 이란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발표하였다. 모로코 정부에 의하면, 이란 동맹국인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란이 제공한 군사적 지원을 통해 폴리사리오 전선(Polisario Front)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과 헤즈볼라가 서사하라 전투 비행단을 훈련하고 무기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테헤란 정부와 레바논 헤즈볼라는 극구 부인하면서 모로코가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압력에 굴복해 외교적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맹비난하였다.
모로코와 이란 간의 외교적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모로코는 자신들의 강력한 동맹국 바레인을 ‘이란 열 번째 지방’이라고 한 이란의 부적절한 표현에 분개하여 한 차례 외교 관계를 단절한 바 있다. 특히 모로코 정부는 이란이 모로코의 시아파에 대한 지원의 우려를 표명했는데, 이는 수니파가 대부분인 모로코 종교에 대한 침입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모로코와 이란 간의 단교는 2009년에도 있었으며, 2014년 두 국가 고위 관료의 방문 교환에 이어 2016년에 공식적인 수교가 겨우 재개되었다.
모로코는 오래전부터 서사하라 문제 해결과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영향력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ECOWAS와 AU 가입 등 외교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2006년 모로코는 바레인을 정치외교적·경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외교 관계 개선에 힘써 왔다. 예를 들어, 바레인 정부가 시아파 종교 지도자에게 바레인 국적 거부를 결정한 이후, 모로코는 바레인을 지원했다. 2016년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는 처음으로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 정상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였다.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회원국이 참석한 이 정상 회의에서 모로코 국왕은 서사하라 문제를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모로코는 알제리의 국내적 혼란을 이용하여 서사하라 문제에 걸프 지역 국가를 끌어드려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현재 모로코 정부는 사하라 민주공화국(SADR)을 지지하는 모든 국가와 세력에 날카로운 비난을 쏟아 낼 정도로 서사하라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유엔감시통제 지역에서 폴리사리오의 불법 행위와 모로코 반대 세력에 대한 알제리의 자금 지원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모로코는 국경 지역(유엔 통제 지역)에서 자행되는 폴리사리오의 불법 행위를 지역 정착을 합리화하기 위한 일종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모로코는 알제리 정부의 강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알제리가 폴리사리오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유엔의 중재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물론 알제리는 자신들의 개입을 철저하게 부정하면서, 모로코가 유엔을 통해 요구하는 어떠한 협상에도 임하지 않고 있다. 이는 모로코가 주장하는 폴리사리오 문제에 알제리를 연관시키려는 모로코의 의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모로코 정부에 의하면, 알제리 정부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 및 폴리사리오와의 동맹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진위를 떠나서 모로코 입장에서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서사하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모로코는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동질성을 이용하여 전방위적 외교 관계를 중동 지역으로 확대하여 강력한 연대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