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의혹에 휩싸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으로 기술함) 대통령 제이콥 주마(Zacob Zuma)가 탄핵이라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집권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지도부인 전국집행위원회(National Executive Committee: NEC)는 11월 29일 주마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 발의 여부에 대해 “대통령의 하야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주마 대통령은 탄핵 위기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NEC는 27일 하루 동안 회의를 열고 주마 대통령의 퇴진 여부와 관련한 논의를 짧게 마칠 예정이었다. 사실상 주마 대통령의 정권 유지를 염두에 두고 국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요식 행위였다. 하지만 드렉 하네콤 관광부 장관 등 여당 소속 각료 3명이 26일 주마 대통령의 불신임안 투표를 요구하며 반발하였고, 일부 여당 의원이 합세하면서 회의가 28일까지 연장되며 격론이 이어졌다.
앞서 여당 내부에서조차 퇴진 요구가 제기되면서 주마 대통령이 2009년 집권 이후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ANC는 2016년 4월 5일 실시된 주마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을 부결시키는 등 그의 정치적 위기 때마다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ANC가 주마 대통령에게 완전히 등을 돌릴 경우 그의 퇴진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ANC 내 주마 대통령지지 세력이 워낙 확고한 데다 주마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면 무자비한 정치 보복에 나설 수 있어 ANC가 퇴진을 결정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과 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이번 회의 결과로 집권 여당 내에서 주마 대통령에 대한 적극 지지 세력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주마 대통령은 임기가 올해 12월까지이지만 부정부패 스캔들로 계속해서 정치적 힘과 영향력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상황과는 반대로 경제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주마 대통령의 권한이 축소되어 국가 신용 등급 하락 위기도 모면하고 오히려 남아공의 채권과 주식에 대한 투자 기회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