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섬유 산업의 붕괴 위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설병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가나에서도 섬유 산업은 한때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산 섬유 제품이 유입되면서, 가나의 섬유 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그들의 생활수준도 악화 일로에 있다. 2013년 12월 16일자 <The Chronicle>은 “하루나의 무역․산업부가 섬유 산업을 붕괴시키다”(Haruna’s Ministry Collapses Textile Industry)라는 제하에, 가나 섬유 산업의 위기와 관련된 기사를 게재했다. 아래의 내용은 이 기사를 발췌·정리하고, 필자의 견해를 첨가한 것이다.

   가나의 섬유 제조업자들은 정부가 국내 섬유 산업의 붕괴를 지지한 데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시했다. 그들은 불법 복제된 섬유 제품 시장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책본부의 활동을 중지하겠다는 무역·산업부의 결정에 몹시 놀랐다고 말한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그러한 결정은 국내 섬유 산업을 몰락시키고, 가나에서 업자들이 섬유를 불법 복제하는 것을 용인하는 행위이다. 섬유·의류·피혁고용주조합(Textile Garment and Leather Employer’s Union)은 그러한 지시에 대해 말하길, “우리는 무역산업부가 이해 당사자들에게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반(反)섬유불법복제 대책본부(Anti-Textile Piracy Taskforce)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고 크게 실망했다.”

   섬유 제조업자들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한 구성원으로서 정부의 책임 이행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가나 정부는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늘리고 유지하는 데 알맞은 환경을 조성할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섬유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생산 능력 중 3분의 1만을 가동하고 있으며, 다른 섬유 제조사들은 붕괴 직전에 있다. 하나의 결과로서, 가나의 섬유 및 의류 노동자들은 이 나라의 섬유 산업을 붕괴시키고 있는 수입된 값싼 불법 복제품과의 불공정한 경쟁에 저항하기 위해, 당장 내일이라도 시위를 개최할 태세이다.

   가나 섬유 산업 붕괴의 주범들은 국내 섬유 제품의 디자인을 불법 복제한 후, 그것을 중국으로 가져가 대량 생산해서 가나 시장에 싼 가격으로 내다 판다. 가나 정부가 불공정한 경쟁으로부터 국내 섬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 제품의 대량 유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나 정부의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