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내 성을 쌓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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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김광수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인구 11만 명 남짓의 작은 시 은칸들라(Nkandla)가 최근 뜨거운 감자다. 제이콥 주마(Jacob Zuma) 대통령의 저택이 은칸들라 개발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호화롭게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이들은 “대통령이 대저택을 짓는 것이 큰 문제인가? 집하나 마음대로 짓지 못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공사비용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데 있다. 만평에서도 은칸들라 프로젝트(Nkandla Project)라고 쓰인 표지판에 공사 계약자를 납세자라고 표시하며 이를 비판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스사이트(http://www.iol.co.za/)의 보도(2012.10.08)에 따르면, 저택 개조에 필요한 총 공사비용은 2억 3백만 랜드에서 2억 3천 8백만 랜드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2년 11월 20일자 외환은행 환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화 250억을 웃도는 액수로, 아프리카의 물가를 고려한다면 체감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불거지자, 주마 대통령은 자신이 해당 지역의 담보 채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다달이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그가 갚아나가는 액수는 90만 랜드에 불과하며, 지금까지 갚은 액수도 전체 공사비용의 5%가 채 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주마 대통령은 막대한 부채를 모두 갚아낼 능력이 없다. 세금 횡령이 예상되는 이 상황을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다. 기업체 폰더링 판다(Pondering Panda)는 15세에서 34세 사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 34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가운데 무려 84%가 세금이 마땅히 다른 사업에 쓰여야 한다고 답했다.

   만평에서 두 여인이 주고받는 대화는 이러한 국민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한 여인이 은칸들라 저택의 개조와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한 미국의 집 개조 프로그램(Extreme Home Makeover)의 차이를 묻는다. 질문을 받은 여인은 은칸들라 프로젝트는 ‘터무니없는 사치행각’이라고 답한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교육, 보건, 교통 등의 분야와 관련된 기반시설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국민과 야당은 이러한 상황에서 세금으로 제 배부터 불리고자 하는 주마 대통령이 죗값을 치르도록 조치해야 한다.


출처: http://www.citypress.co.za/Multimedia/Cartoons/October-2012-201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