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윤서영 HK연구교수

폭발 직전에 이른 가나인들

11Sep/15
2015-09-11 15-23-09

   가나의 전력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3년간 가나는 전력 문제와 기술적 문제로 전력 공급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일반 가정은 물론 학교나 관공서도 하루에 수차례씩 정전이 일어나 여러 불편과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상황이 더 악화됨으로써, 각 산업 분야에서 13,000여 명의 노동자가 실직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산업 종사자들은 전력 문제가 단기간 안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염려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안일하기만 하다. 세쓰 턱퍼(Seth Terkper) 재무장관은 가나가 현재 심각한 전력 문제에 봉착해 있지만, 현재 가나 인구의 72%가 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 중, 전력 공급에 관한 한 남아공에 이어 두 번째라는 점을 들며, 가나의 전기 공급이 양호한 편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다.

   2014년 8월에 가나는 IMF 사태를 맞이하며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거기에 더해 갈수록 늘어나는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와 대규모 재정 적자, 환율 평가절하로 인한 가나 경제 성장률의 감소는 가나인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전력 문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 공급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가나인들은 폭발 직전의 상태에 있다.

에볼라,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냐

22Apr/15
2015-04-22 15-08-07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해 발병 이래 서아프리카 3국에서 9,500명 이상의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그러나 지난달 현저한 감소세를 보여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국인 주요 3국과 그 주변 국가들에서는 바이러스 소멸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17일 아크라에서 개최된 보건 포럼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가나 지부장 막달레네 라불로(Magdalene Rabulo)는 여전히 위협적인 요소로 남아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추후 발생에 대비할 것을 가나 정부에 요청했다. 가나의 국경은 주변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무방비 상태에 있다. 특히 바이러스의 주요 전달자로 기능하는 박쥐를 먹는 식생활 및 사람들과 악수하는 습관이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라불로는 전염병이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국민들로 하여금 계속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주시하고,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활동을 피할 것을 요청했다.

   빅터 밤포(victor Bampoh) 보건부 장관은 현재 가나 정부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확언했다. 가나 정부는 세계은행(World Bank)과 협력하여 에볼라 바이러스 및 다른 치명적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가나 의료진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아크라(Accra)와 쿠마시(Kumasi)는 세계보건기구와 협력한 전염병 관리센터가 설립되었으며, 이곳에서는 의료 서비스 제공 및 전염병에 대한 연구와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나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약 138건의 의심 사례가 보고되었으나, 아직까지 양성 반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에라리온 파견 의료진의 쓸쓸한 귀국

21Feb/15

   지난해 서아프리카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국내 의료진이 세 팀으로 나뉘어 시에라리온에 파견되어 진료를 마쳤거나 진료 중에 있다. 1진은 1월 중순 귀국하였으며, 2진은 2월 20일까지 현지 진료활동을 마치고 23일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23일 귀국할 2진은 아직 바이러스 잠복 가능성에 대한 검사를 마쳐야 하겠지만, 다행히 감염 우려를 염려할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 모두 안전하게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1진에서 바이러스 환자의 주사 바늘이 스쳐 감염을 의심받았던 한 간호사도 천만다행으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 정부가 의료진 파견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때 전 세계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그 계획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의료진을 파견하는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중견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게 된 계기가 되었다. 현장에서 실제 죽음의 위험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은 물론 가족의 신변까지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고통 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겠다고 선뜻 지원한 우리 의료진의 용기와 희생, 봉사 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이들 중 1진이 임무를 수행하고 지난 1월 말 귀국했다. 그러나 이들을 환영해주는 사람들은 없었으며, 언론 매체에서도 이들의 귀국에 대해서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물론 현장에서 감염이 우려될 만한 사고가 없었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있는 만큼 귀국 후 3주가량 격리되어 여러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이 의료진은 환영 행사는커녕 남의 눈에 띌까 조심하며 공항 보안구역을 통해 들어왔다. 이는 의료진이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될 경우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까지 피해가 갈까봐 당국에 보안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며 필자라도 그들과 같은 입장에 있었다면 똑같은 요구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에는 애초 한국 의료진 파견을 반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한국 사회의 편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50%, 심하면 90%에 달하는 바이러스를 치료하러 간다고 했을 때 국민 어느 누구가 환영을 하겠는가. 유럽 선진국에서도 에볼라 의료진을 서아프리카에 파견한다고 했을 때 반대 여론이 상당히 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반대 목소리가 유독 심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한국인은 질병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편견이 심해서 혹은 유별나서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을 만한 것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질병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나 의료 당국의 대처 방안이나 대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에이즈나 에볼라와 같은 치명적 바이러스의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외여행이나 해외 노동자의 이주 등으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는 점점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당국이나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 매뉴얼이나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으며, 검역 체계 또한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여름 라이베리아에서 대구 공항을 통해 입국하여 부산으로 간 라이베리아인의 행방을 놓쳐버린 사건이 있었다. 물론 그 현지인은 바이러스 감염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감염 여부에 상관없이 한창 에볼라로 온 국민의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 일어난 사건은 우리나라의 검역 체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서아프리카에 한국 의료진 파견에 대해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고 격렬하게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실제 파견 지원자가 몇 명이나 나오겠냐는 우려에서부터 그렇게 될 경우, 국립의료원 인력을 정부가 강제로 파견할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었고 이로 인해 일부 의료종사자들이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심리적으로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현지에서 의료 활동을 하다 에볼라에 감염되어 완치된 간호사를 직접 백악관으로 초청하였고, 대통령이 직접 그녀를 격려하며 포옹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온 국민에게 전달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과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야한다”고 미국 국민에게 호소했다. 그로 인해 수 명의 감염자가 생겨 파견 의료진에 대한 반감이 컸던 미국 사회도 그 반대 여론이 조금이나마 수그러들었다. 타임(Time)지는 2014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에볼라 파견 의료진을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원자가 있을 것인지 염려하던 상황에서 일부 용감하고 희생과 봉사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하여 실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물론 아직 2진이 귀국하지 않았고 3진이 현지에서 임무를 수행 중에 있기에 마지막까지 이들 모두의 안전을 바라고 조심을 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의료진에 대해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파견 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쏟아낸 기사는 많았지만 이들의 귀국에 대해 보도한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도 보건 외교의 첫걸음을 떼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마지막 발전 잠재 대륙인 아프리카와 좋은 관계를 맺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기사들도 있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그렇게 훌륭하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의료진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이들의 귀국을 다룬 기사는 찾기 힘들다. 꼭 의료진의 얼굴이나 이름을 공개한다거나 소란스런 환영 행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야말로 멀고 낯선 곳에서 죽음의 공포와 무더위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남의 생명을 치료하다 돌아온 영웅들이다. 이미 한국에 돌아온 1진을 비롯해 3-4일 후면 돌아올 2진과 3월에 귀국할 3진에게는 정부와 언론이 이들을 진심으로 환영해주고 그들의 업적을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를,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이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

가나의 역대 최고 전력난

21Feb/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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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2월 현재 가나는 사상 유례 없는 전력난을 경험하고 있다. 전력청은 현재 24시간 단전 후 12시간 전력을 공급한 이후 다시 24시간 단전하는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구체적인 전력 공급 시간표를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가나의 총 발전 설비 용량은 2846.5MW로 매년 전력 수요가 10%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 공급의  주요 원천으로는 수력 발전이 약 66%, 나머지 34%를 화력 발전이 담당하고 있다. 가나의 최대 전력 공급 설비를 갖추고 있는 아코솜보(Akosombo) 댐은 최근 물 부족으로 인해 6개의 댐 중 2개가 가동 중단되었으며, 크퐁(Kpong) 댐 역시 최저 수준의 저수량으로 인해 전력량이 부족하다.

   화력 발전의 경우 가스를 주 동력으로 하고 있는데, 주요 가스 공급원은 가나 자체의 아투아보(Atuabo) 가스 가공 플랜트와 서아프리카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하는 나이지리아산 가스이다. 나이지리아로부터의 가스 공급량이 줄어들자 가스화력발전소마저도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기업들 특히 제조업체는 발전기 가동으로 인해 더 많은 연료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경제적 타격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불편 역시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기업이나 국민들의 반응은 폭발 직전으로, 일부 시민단체는 오는 3월 6일 독립기념일에 정부의 전력 공급 및 미흡한 대처 방식에 항의하기 위해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가나의 전력난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은 지난 2010년 가나의 에너지 발전 및 증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나 전력공사(Electricity Company of Ghana)에 7천만 달러의 추가 지원을 하기도 함으로써, 가나 전력망의 기술적 결함 해소 및 노후 변전소와 공급망 개선 등을 지원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한국전력기술은 2013년 가나의 타코라디 아보아제 지역에 발전소 증설 공사를 시작하였으며, 가나의 전력수급 개선을 위해 샤르마 지역에서 가동 중인 발전소의 추가 설비 설치 공사를 시작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발생한  전력난에 대처하기 위해 가나 정부는 전력부(Ministry of Power)를 신설하였으며, 현재 진행 중인 약 16건의 프로젝트가 2015년과 2016년에 완공되면 발전 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 가나의 경제 침체와 예산 부족, 2016년 말에 있을 대선으로 인한 사회, 정치 불안이 이러한 프로젝트를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가나 정부의 대처를 기대해본다.

에볼라와 에이즈

19Oct/14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수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자 현 상황을 비상사태로 선언했다. WHO에 따르면, 2014년 10월 10일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수는 8,399명, 사망자 수는 4,033명에 달한다. 전례 없는 사망자 수와 감염 때문에 전 세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으며, 보건 전문가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치료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자, 아프리카 국가들과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에서도 방역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득 처음 에이즈가 발병하던 당시가 떠올랐다. 에이즈 역시 처음 아프리카에서 발병된 것으로(에이즈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에볼라가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것과 같이, 에이즈는 HIV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된다. 둘 모두 체액을 통해 전염되는데, 효과적인 백신이 없으며, 치료되지 못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감염자 대부분이 선진국가의 국민이 아닌, 아프리카인들이어서 치료제 개발이 미흡하다는 점 역시도 그러하다. 다행이 에이즈의 경우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1년 약값이 천만 원이던 것이 2005년 이후 80% 이상 떨어졌으며, 남아공의 경우 무상공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에볼라 전염병의 확산이 에이즈가 처음 발병하여 확산된 상황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질병통제 및 예방 센터(the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책임자인 톰 프레든(Tom Frieden) 박사는 에볼라를 에이즈와 비교하면서 에볼라가 ‘에이즈 다음의 세계적 질병’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경고했다. 보건 및 의학 전문가들도 에이즈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된 이유가 각 나라들이 그것에 너무 늦게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에볼라에 대한 대응 역시 이와 유사하게 너무 미온적이고 더디다.

   두 질병이 악화되는데 작용한 결정적 요인은 질병의 존재를 부인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에이즈 발병 사태에 대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반응은 문제를 부정하거나 묵살하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정치인들은 에이즈를 서구에서 유입된 단순 질병 정도로만 간주했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감염 위험성에 대해 무신경한 태도를 보였다. 초창기 에이즈 발병 당시 탄자니아에서 유행하던 문구- “에이즈가 나를 죽게 내버려둬라; 나는 결코 젊은 숙녀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를 보면 에이즈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인식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자이르에서는 에이즈가 후천성 면역결핍증인 SIDA로 알려져 있는데, 이 국가의 대학생들은 에이즈 경고와 관련한 문구를 “연인들을 좌절시키는 상상의 신드롬”이란 의미로 바꿔 해석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가들이 에이즈 교육 프로그램은 인구 성장을 제어하기 위한 정부의 음모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에이즈를 ‘우리로부터 섹스를 빼앗아가기 위해 아프리카너들이 발명해낸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타보 음베키는 사이비 과학에 잠시 빠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HIV 바이러스는 에이즈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음베키는 에이즈 “부정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편에 있었다. 하버드대학의 공중위생학과 연구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에서 약 33만여 명의 사람들이 음베키가 주장한 “부정론”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으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3만 5천여 명의 아기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에볼라도 이와 유사한 운명에 처해 있다. 발병의 근원지이자 전염이 한창일 때에 라이베리아에서 약 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92%의 응답자가 에볼라 바이러스 자체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들은 정부가 스폰서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태도는 그들의 생활습관-죽거나 병든 동물들을 취급하는 방식이나, 시신을 다룰 때에 여전히 손을 잘 씻지 않는 행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병의 확산을 초래하였다.

   라이베리아의 주요 신문은 라이베리아 출생의 미국 델라웨어 주립대학교(Delaware State University)의 시릴 브로데릭(Cyril Broderick) 교수의 글을 실었는데 그 내용은 에볼라 전염이 미국 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생물학적 테러 실험의 결과라는 것이다. 불행히도, 음모론자들과 미신론자는 이런 글을 맹신하고 있다. 그런 글들은 에볼라와 전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불신과 폭력을 부채질한다.

   7월 말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된 이래, 아프리카는 물론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는 에볼라 관련 소식들을 매일같이 전하고 있으며, 그 위협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서 주의를 불러일으키는 것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그 대비책이 여전히 미흡하다. 발생국인 라이베리아나 시에라리온 정부에서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이나 대비책을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단지 국민들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통제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해당 국가의 국민들은 정부를 불신함과 동시에 질병 확산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의심환자가 거리에 돌아다니면 집단 돌팔매질을 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에서 집중 보도하는 것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에볼라 발병 방지 및 확산을 위한 어떠한 구체적인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 10월 20일부터 부산에서 개최는 ITU 전권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서아프리카 3개국의 대표단들은 국내 여론을 의식한 정부 기관에 의해 입국이 허용되지 않아 방문이 취소되었다. 한편, 지난 주 정부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인력 10여 명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겉핥기식 행정 조치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침과 대안 마련이다.

   며칠 사이에 에볼라 환자들을 치료했던 유럽인과 미국인 의료진 일부가 에볼라에 감염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있는 만큼, 또 언제 어디서 환자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에볼라가 에이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질병의 과학적 특징 및 사례 규명과 예방법 등에 대한 대중 교육을 더 강화해야만 한다. 국민들 스스로도 남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스스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보다 관심을 갖고 질병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