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발언 수위를 놓고 볼 때, 트럼프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그다지 싫어하거나 증오하는 수준은 아니며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아프리카를 인종차별주의 시각에서 대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트럼프가 아프리카인이 흑인이 아니거나, 아랍인이 아니거나, 무슬림이 아니면 문제 안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트럼프가 말하는 정확한 의미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이 만평을 통해 보다 분명한 것은 아프리카의 19개 이슬람 국가가 트럼프에게는 적어도 협력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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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미 대통령 트럼프의 당선과 아프리카 관계
국제 사회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인수위원회는 신정부를 구성 중에 있다. 따라서 명확하게 신정부의 대아프리카 정책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당선 이후 트럼프는 선거 공약과 다른 정책들을 계속 쏟아 내고 있어서 아프리카에 대한 입장 변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프리카에 대한 몇 가지 소신을 밝혔지만, 구체적이지도 않고 특이한 것도 현재까지는 없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소말리아 해적을 땅에 묻어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하게 하겠다,’ ’넬슨 만델라는 좋아하지만 남아공은 빌어먹을 나라’ 등 한 국가의 차기 지도자로서는 삼가야 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서 아프리카의 한 정치학자는 ‘대통령 후보 트럼프가 아닌 대통령 트럼프’로 기대한다며 억지로 불만을 감추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트럼프는 아프리카를 딱히 긍정하거나 과소평가할 정도로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따라서 차기 트럼프 정부는 기존의 아프리카 정책을 모두 폐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아프리카 정책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현재 트럼프 주위에는 ‘미스터 아프리카’라고 하는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 쟈니 키슨 같은 전문 관료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민 문제를 제외하고는 현 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을 소폭 수정하는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현 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은 공화당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지되었다. 더욱이 2015년에 만료되어 2025년까지 갱신된 미국의 대표적인 아프리카 정책 AGOA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원에서 가결되었기 때문에, 미국이 인도와 중국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를 간과하지 않는 한, 미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 및 무역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제까지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미 국익에 대해서는 큰 의견 차이를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반면, 고립주의(현재까지는) 성향의 트럼프 정치 노선을 고려해 본다면, 트럼프 정권이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을 일부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아프리카 지도자는 트럼프가 당선되자 축하 인사를 재빠르게 보냈다. 이들 대부분은 오마바 행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거나 장기 집권하고 있는 지도자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부룬디 대통령 피에르 은쿠룬지자는 아프리카 지도자 중 첫 번째로 트럼프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오바마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카빌라 대통령도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를 전했다. 또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프리카너 저항 운동(Afrikaner Resistance Movement: AWB)은 트럼프 당선을 대대적으로 환영하였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대국 차원에서 혹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제한 차원에서 기존의 AGOA와 ODA 정책은 그대로 혹은 약간 축소하여 유지하겠지만, 아프리카 국내 정치에 대한 간섭은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트럼프 차기 정부의 아프리카 정책 청사진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만약 트럼프 차기 정부가 내치를 강화하고 기존의 대아프리카 정책을 전면 수정할 경우, 아프리카가 1990년부터 강화시켰던 대외 관계(특히 대미 관계)의 방향을 아프리카 역내 문제에 크게 간여하지 않는 중국, 인도, 터키 등으로 돌릴 수 있다. 이러한 것이 현실화된다면 21세기 아프리카 대외관계의 지각 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프리카 전통 의술과 주술에 무고하게 희생되는 알비노
아프리카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알비노에 대한 살인이 재발하고 있다. 제일 심한 곳은 탄자니아지만 콩고민주공화국, 세네갈, 부룬디, 스와질란드, 가나, 베냉 등 아프리카 모든 지역에서 알비노가 살해되고, 이들의 신체 일부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부르키나파소에서 알비노 살인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알비노는 멜라닌 세포에서 멜라닌 합성이 결핍되는 선천성 유전 질환으로 피부와 눈, 털 등에서 백색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병이지만, 아프리카 전통 의술과 주술에서는 알비노가 마술적 힘을 준다고 믿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오래전에 알비노 유괴 및 살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선거 때는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린아이들이 주로 희생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단속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민 교육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출처: http://www.glenatbd.com/bd/tooksipa-et-le-tabouret-d-or-9782940446506.htm
모로코의 아프리카 연합으로 복귀 선언과 전망
지난 7월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개최된 제27회 아프리카 연합(AU) 정상회담에서 SADR(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조건으로 AU로의 ‘당연한’ 복귀를 천명하였다. 아프리카 단결기구(OAU)의 설립을 주도했던 국가 중 하나였던 모로코는 1982년 OAU가 폴리사리오(Polisario)가 선언한 SADR를 인정하자 2년 후 1984년 탈퇴하였다. 모로코는 이번 가입 의사로 32년 만에 AU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현재 54개 회원국 중 베냉, 부룬디,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28개국은 SADR 회원국 유지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다수 회원국은 모로코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환영함과 동시에 SADR의 회원 자격 정지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26개국은 모로코의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RASD 추방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OAU(현재 AU)를 탈퇴한 모로코는 최근 복귀를 선언하기까지, SADR를 반대하기 위해 외교관을 파견하고 옵서버 형식으로 정상회담에 꾸준히 참여하여 외교적 타진을 지속해 왔다. 이를 통해 회원국 외교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전략적으로 유지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일부 회원국은 공식적으로 모로코를 방문하였고, 모로코의 AU 복귀를 추진해 왔던 것이다(모로코의 복귀에 적극적인 회원국은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가봉, 수단이다).
하지만 SADR과 알제리는 모로코의 AU 복귀는 전략적인 정치적 속임수이며, AU가 스스로 연합의 정신과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모로코의 경제력과 외교력은 회원국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모로코의 AU 참여는 회원국들이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고질적인 문제, 즉 지역 안보(특히 사하라 평화 안착)와 역내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모로코 복귀 쪽으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크다. 다만 1982년 정상적인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회원으로 받아들인 SADR을 모로코의 복귀 때문에 추방한다는 명분은 북아프리카의 또 다른 강대국인 알제리를 설득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특히 SADR은 주변 국가를 불법 침공하거나 테러 행위를 통해 아프리카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기존 회원국을 추방하는 것은 범아프리카주의의 아프리카 합중국의 포기나 다름없다. 또한 모로코의 아프리카 참여를 ‘복귀’로 인정할 것인지, ‘재가입’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서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알제리를 비롯해 SADR을 지지하는 일부 회원국은 모로코의 AU 참여를 ‘가입’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로코에 대한 최종 결정은 2017년 1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될 정상회의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ADR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근거 없는 SADR의 추방은 AU 헌장의 근본정신인 범아프리카주의를 훼손하는 것이 될 것이다. 모로코의 이번 선언으로 AU는 완전한 통합에 한 발짝 다가선다는 점에서 지역통합기구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로코는 이번 선언을 통해 서사하라 문제에 대한 자국의 외교적 실패를 반증하는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