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인수위원회는 신정부를 구성 중에 있다. 따라서 명확하게 신정부의 대아프리카 정책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당선 이후 트럼프는 선거 공약과 다른 정책들을 계속 쏟아 내고 있어서 아프리카에 대한 입장 변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프리카에 대한 몇 가지 소신을 밝혔지만, 구체적이지도 않고 특이한 것도 현재까지는 없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소말리아 해적을 땅에 묻어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하게 하겠다,’ ’넬슨 만델라는 좋아하지만 남아공은 빌어먹을 나라’ 등 한 국가의 차기 지도자로서는 삼가야 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서 아프리카의 한 정치학자는 ‘대통령 후보 트럼프가 아닌 대통령 트럼프’로 기대한다며 억지로 불만을 감추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트럼프는 아프리카를 딱히 긍정하거나 과소평가할 정도로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따라서 차기 트럼프 정부는 기존의 아프리카 정책을 모두 폐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아프리카 정책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현재 트럼프 주위에는 ‘미스터 아프리카’라고 하는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 쟈니 키슨 같은 전문 관료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민 문제를 제외하고는 현 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을 소폭 수정하는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현 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은 공화당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지되었다. 더욱이 2015년에 만료되어 2025년까지 갱신된 미국의 대표적인 아프리카 정책 AGOA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원에서 가결되었기 때문에, 미국이 인도와 중국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를 간과하지 않는 한, 미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 및 무역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제까지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미 국익에 대해서는 큰 의견 차이를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반면, 고립주의(현재까지는) 성향의 트럼프 정치 노선을 고려해 본다면, 트럼프 정권이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을 일부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아프리카 지도자는 트럼프가 당선되자 축하 인사를 재빠르게 보냈다. 이들 대부분은 오마바 행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거나 장기 집권하고 있는 지도자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부룬디 대통령 피에르 은쿠룬지자는 아프리카 지도자 중 첫 번째로 트럼프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오바마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카빌라 대통령도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를 전했다. 또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프리카너 저항 운동(Afrikaner Resistance Movement: AWB)은 트럼프 당선을 대대적으로 환영하였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대국 차원에서 혹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제한 차원에서 기존의 AGOA와 ODA 정책은 그대로 혹은 약간 축소하여 유지하겠지만, 아프리카 국내 정치에 대한 간섭은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트럼프 차기 정부의 아프리카 정책 청사진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만약 트럼프 차기 정부가 내치를 강화하고 기존의 대아프리카 정책을 전면 수정할 경우, 아프리카가 1990년부터 강화시켰던 대외 관계(특히 대미 관계)의 방향을 아프리카 역내 문제에 크게 간여하지 않는 중국, 인도, 터키 등으로 돌릴 수 있다. 이러한 것이 현실화된다면 21세기 아프리카 대외관계의 지각 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